고교학점제·5G망 조기 구축 등 文 공약 헛점 예리하게 정곡 찔러
  •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자료화면). ⓒKBS 방송화면 갈무리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자료화면). ⓒKBS 방송화면 갈무리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학습 능력'이 놀랍다. 약점으로 지목되던 연설 능력을 개선하고,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던 동료 정치인들과의 소통 능력을 손보더니, 지난달 19일 처음 열린 KBS 주관 대선후보 토론회로부터 불과 2주 만에 TV토론 능력마저 괄목상대할 정도로 성장했다.

    안철수 후보는 2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시종일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수세로 몰아넣었다.

    정책 토론에서는 디테일에 약한 상대 후보의 약점을 정확하게 찌르고 들어가는 모습이 돋보였고, 정무적 사안이 쟁점화된 난상 토론 과정에서도 밀리지 않고 맞섰다는 평이다.

    시작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의 교육정책 토론이었다.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의 학제 개편안,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의 고교학점제를 각각 문제삼았다.

    고교학점제와 관련해 "이미 서울·경기·세종에서 시범운용을 하고 있다"며 "교육청 시범사업이 다들 성공적이라 학부모들도 만족하고 있다"고 자랑한 문재인 후보를 향해, 안철수 후보는 "고교학점제의 가장 큰 문제는 농어촌학교에서 시행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정곡을 찔렀다.

    학년제를 폐지하고 과목별 이수를 통해 학점제로 졸업하는 고교학점제는 학년당 학생 수가 많아 다양한 과목을 개설할 수 있는 서울·경기·세종 등의 권역에서는 운용이 가능하지만, 읍·면마다 학생 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농어촌 지역에서는 운용 여력이 없다는 게 문제점이다.

    예를 들어 강원 화천군 간동고등학교는 3학년 전교생 수가 10명에 불과하다. 문과와 이과를 각 학급으로 개설할 여력이 없어 문과만 두고 있다. 문·이과도 선택할 수 없는 농어촌 교육현실을 외면한 채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해 고교학점제를 시행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거점학교를 만들어 종합교육을 하고, 학교별로 벽을 터서 특수고와 일반고 간의 공통수업을 할 수도 있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한 문재인 후보에 대해 안철수 후보는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안철수 후보는 "농어촌은 학교들이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어, 시범실시를 하고 있는 (서울·경기·세종의) 학교들과는 여건이 전혀 다르다"며 "반대로 확대를 하지 않으면 농어촌은 또다른 차별을 받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질문하고 있다(자료화면). ⓒKBS 방송화면 갈무리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질문하고 있다(자료화면). ⓒKBS 방송화면 갈무리

    논란에 휩싸여있는 문재인 후보의 국공립대 공동입학·공동학위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를 공약집에서 뺀 이유를 거듭 추궁하는 안철수 후보의 질문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중장기적으로 설계할 것"이라고 답했다가 마침내 "답을 드렸다"라며 입을 닫았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쓰리디 프린터'를 "삼디 프린터"라고 오독했던 실수를 가리기 위해, 애써 '오지'라고 발음해 화제가 됐던 5G 이동통신망 인프라 구축에서도 안철수 후보의 공세가 돋보였다.

    안철수 후보는 토론회 내내 시종일관 5G를 '파이브지'라고 또박또박 발음하며 문재인 후보를 추궁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5G 이동통신망이 토론의 화두였는데도 단 한 차례도 해당 단어를 직접 발음하지 않아, 시청자들이 '오지'를 들어볼 기회는 없었다.

    5G 이동통신망 관련 토론에서 안철수 후보는 "5G 이동통신망 조기 구축을 책임지겠다고 해서 많은 우려가 있다"며 "예산이 수십조 원이 드는데 국가에서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포문을 열었다.

    아울러 '기술'에 밝은 장기를 살려 "5G 휴대폰도 아직 개발이 안 됐고, 기술표준화도 안 됐는데 어떻게 통신망을 조기에 깔 수가 있느냐"며 "조기라는 게 언제냐"라고 몰아붙였다.

    이에 문재인 후보는 "빠른 시일 내에 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며 "(기술표준화가 되지 않았어도) 사전 대비는 필요가 없느냐"라고 반박했다.

    토론회 후반 정무적 사안으로 논쟁이 번지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작심하고 문재인 후보의 미흡한 리더십을 문제삼았다. 당 하나 건사하지 못해 대표 시절 분당(分黨)을 초래했던 인물이, 과연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겠느냐는 공세였다.

    안철수 후보는 "나와 손학규 대표가 국민의당에 있고, 김종인 대표는 당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외곽에 있다"며 "보면 문재인 후보를 도왔던 전직 대표들이 다 당에서 나왔다"고 조준선을 정렬했다.

    본인과 손학규·김종인 전 대표만 거론했지만, 실은 김한길·박지원 전 대표도 한때 민주통합당에 있으면서 지난 대선 문재인 후보 지지를 호소했던 인물들이지만 지금 전부 문재인 후보에게 학을 떼고 탈당해 있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질문에 대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답변하고 있다(자료화면). ⓒKBS 방송화면 갈무리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질문에 대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답변하고 있다(자료화면). ⓒKBS 방송화면 갈무리

    이 점을 겨냥해 안철수 후보는 "그분들의 탈당을 모두 다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며 "다들 패권주의 때문에 나갔다고 하더라"고 공박했다.

    그러자 문재인 후보는 "그렇게 당을 쪼갠 분이 안철수 후보"라고 맞받았다. 지난 2015년 12월 13일, 안철수 후보가 먼저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했다는 점을 문제삼은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의 미흡한 리더십과 소통 부재, 통합능력 결여가 없었더라면, 안철수 후보가 탈당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손학규·김종인·김한길·박지원 전 대표 등 수많은 인사들이 따라 탈당한 것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남는다.

    게다가 권노갑 상임고문과 같은 인물은 민주당의 창업주라 할 수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분신이라 불릴 정도의 인물인데, 권노갑 고문의 탈당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당을 쪼갠 분은 안철수 후보"라는 답으로는 도저히 해명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안철수 후보도 허탈한 듯 웃음기를 보이며 "당을 쪼갠 분은 문재인 후보"라고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예전 토론회와는 달리 타 유력 후보 간의 논쟁에서도 적기에 첨언하는 능력을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자신과 민주당 문재인 후보 사이의 분당(分黨) 책임론 공방을 지켜보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토론하는 걸 보니 둘이 1~2중대가 맞다"며 "문재인 후보가 1중대, 안철수 후보가 2중대"라고 싸잡아 비판하자, 안철수 후보는 추후 적절한 지점에서 이를 되돌려줬다.

    문재인 후보 측 이해찬 선거대책위원장의 "보수 궤멸" 발언이 홍준표 후보와 문재인 후보 사이에서 도마 위에 오르자, 안철수 후보는 "두 분이야말로 1중대, 2중대가 아닌가"라고 치고들어갔다.

    안철수 후보는 "홍준표 후보는 이번 선거가 '친북좌파를 척결하는 선거'라 하고, 문재인 후보 캠프의 선대위원장은 '장기집권을 해서 보수를 궤멸시키는 선거'라고 한다"며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모양인데, 오랫동안 적대적 공생 관계에 있었던 두 당 답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