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심상정, 文확장 막는 동안 흩어진 보수 모은다는 전략
  • ▲ 오는 20대 대선에 자유한국당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후보가 1일 '4자구도 필승론'을 제기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오는 20대 대선에 자유한국당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후보가 1일 '4자구도 필승론'을 제기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오는 20대 대선에 자유한국당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후보가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4자구도 필승론'을 꺼내들었다.

    홍 후보는 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진행된 회의에서 "이번 선거는 좌파에서 둘, 얼치기 좌파 하나, 우파 하나가 나와서 싸우는 구도"라며 " 우리가 구도상으로 100% 이기게 돼 있다"고 못 박았다.

    이어 "문제는 전 국민의 40%에 이르는 이 우파 집단을 어떻게 결속시키느냐"라면서 "하루를 일주일로 여기고 맹렬하게 선거운동을 해주시면 홍준표가 집권해 보호하겠다"고 했다.

    이날 "초상집의 상주가 되려고 나온 것이 아니다"라며 자신감을 피력한 홍 후보는 당초 '강한 우파 정부 집권'을 표방하며 '반문연대'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여기에는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물론,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까지 폭넓게 거론됐다.

    하지만 홍 후보는 경선을 통과하자마자 안철수 전 대표를 '얼치기 좌파'로 규정, 단일화에 선을 그었다. 문재인-안철수의 양강 구도, 문재인-안철수-홍준표의 3자구도 등 오는 대선에 여러 프레임이 제시되는 가운데, 홍준표 후보는 문재인-안철수-홍준표-심상정의 4자 구도를 전제로 필승론을 제기한 셈이다.

    이같은 4자 필승론은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강성 진보 지지층의 10% 정도를 가져가고,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충청권 등 중도표를 흡수한다는 부분이 핵심이다. 30% 초·중반대에 머물러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확장성이 가로막히는 사이 홍 후보에 기회가 온다는 이야기다.

    홍 후보로서는 한 후보가 크게 성장하지 못하는 교착상태가 계속되는 동안 이른바 '숨은 보수'를 결집해 투표장으로 이끈다면 적게는 33% 이상, 많게는 40%의 지지율을 확보할 수 있어 사실상 보수의 승리가 확실시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홍준표 후보는 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지난 19대 국회에서 기록했던 40%의 지지율을 복원해야 한다"면서 "먼저 (침체된 분위기의) 지역을 정상화 시키기 위해 오는 8일까지 '대선 필승 지역 결의대회'를 개최키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 ▲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인 홍준표 경남도지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인 홍준표 경남도지사.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정치권은 이같은 홍 후보의 구상이 1987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선출됐던 지난 13대 대선과 비슷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한 당직자는 "꼭 들어맞지는 않지만 87년 노태우 전 대통령 선거때와 비슷한 구도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13대 대선에서 민주정의당 노태우 전 대통령은 36.6%를 얻어, 당시 28.0%의 통일민주당 김영삼 후보, 27.0% 평화민주당 김대중 후보, 8.1% 의 신민주공화당 김종필 후보를 누르며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이는 역대 최저 지지율로 당선된 사례다.

    특히 YS와 DJ, 양김으로 표가 양분되면서 기회 생긴 것이 승리의 주 요인이라는 점이 홍 후보의 구상과 꼭 닮았다. 노 전 대통령 때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상황이 절박했다. 처음에는 두 '양김'이 높은 지지율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지만 '직선제 개헌'과 'DJ 사면' 등의 카드가 먹히면서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렇게 보면 홍 후보가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해 '얼치기 좌파'라 꼬집은 것 역시 안철수 전 대표에게 중도 보수 유권자에 표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안철수 전 대표는 최근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지지율을 흡수,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고, 지난 4·13총선에서도 정당 투표 등에서 보수 유권자의 표를 적지 않게 가져간 것으로 집계됐다. 안철수 전 대표가 보수쪽으로 확장될 경우 양강 구도로 흐를 가능성도 충분한 상황이다.

    결국 홍 후보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는 유승민 의원과 단일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 의원은 홍 후보가 말하는 '4자구도'에는 빠져있다. 홍 후보의 구상이 실현되려면 바른정당과의 후보단일화 이상의 통합이 전제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홍 후보는 같은 자리에서 "유승민 의원에 대해서는 이제는 절대 대꾸하지 않겠다"며 "자기가 당 주인이냐"고 불쾌감을 표출했다.

    아울러 "탈당한 이유가 탄핵이 아니었느냐, 파면에 구속까지 됐으면 끝난 것인데, 거기서 엉뚱한 조건을 왜 내거느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