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추격 가시권 다가오자 핵심 지지층 결집, '샤이 노무현' 모으기 위한 포석
  • ▲ 안희정 충남지사. ⓒ이종현 기자
    ▲ 안희정 충남지사. ⓒ이종현 기자

     

    "인간적으로 말할 수 없는 빚을 지고 있는 것인데, 그래서 어떻게든 도와주고는 싶은데, 내가 뭐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이 정말 안타까운 일."

    지난 2008년 1월 당시 퇴임을 앞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안희정 충남지사의 저서 '담금질'을 축하하기 위해 이같이 언급했다. 그리고 이 발언은 11일 오후 광주에서 되감기됐다. 이날 광주 땅을 밟은 안 지사를 위해 안 지사 팬클럽이 고 노 전 대통령의 '빚(債)' 발언으로 환영사를 대신한 것. 안 지사의 팬클럽 행사는 광주 동구 광산도 인근 커피스미스 카페에서 열렸다.

    더욱이 안희정 지사의 팬클럽은 전반적으로 광주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로 구성됐다. 이날 팬클럽 행사의 사회를 맡은 황의완 노사모 회원이 이를 대변한다. 황 회원은 노사모에서 '다문'이란 아이디로 활동한 초대 회원이다. 또 황 회원은 노사모의 초기 홈페이지를 만든 이로 알려졌다.

    팬클럽 행사를 진행한 황의완 노사모 회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상이 끝나자 "노무현 대통령께서 (안희정 지사에게) 진 빚이 많다"며 "(노 전 대통령의) 빚을 우리가 갚아야 하지 않나"라고 밝혔다. 황 회원 발언이 끝나자 팬클럽은 갈채를 보냈다.

    이에 안희정 지사는 정중하게 "(노무현 대통령의) 빚 얘기는 언급하지 않으면 좋겠다"며 "그 얘기를 하면 제가 얼마나 슬퍼하는지 아는가"라고 밝혔다.

    그러나 안희정 지사를 격하게 반긴 안 지사 팬클럽의 환영사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단순한 환영사가 아니란 얘기다. '샤이(숨은) 노무현' 결집을 위한 포석으로 보여진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내 '친노' 인사로 분류되는 잠룡은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지사가 대표적이다. 즉 두 잠룡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을 샤이 노무현들에게 의미심장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가능하다.

    나아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안희정 지사를 향해 "인간적으로 말할 수 없는 빚을 지고 있다"고 언급한 부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샤이 노무현 결집의 촉진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안 지사는 지난 2002년 당시 노무현 캠프 정무팀장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안 지사는 삼성그룹 등 대기업으로부터 불법 대선 자금 65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1년 간 실형을 산 바다.

    안희정 지사의 구속은 참여정부를 이끄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 자칫 정치자금 혐의 논란이 참여정부로 불붙어 국정동력을 상실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참여정부를 향한 비난의 활시위가 당겨질 무렵, 안 지사는 "주변분들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논란을 수습했다. 노 전 대통령의 '빚' 발언엔 이같은 정황이 수면 아래 깔려있다는 얘기다.

    광주 노사모의 한 회원은 "노무현 대통령님이 안희정 지사에게 '빚'이 있다고 언급하셨다"며 "(때문에) 전국각지의 노사모 회원들이 노 대통령님에게 빚을 만든 안희정 지사를 다시 한 번 바라보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샤이 노무현이 안희정 지사에게 집결할 경우,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선두 잠룡'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로부터 역전 시나리오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샤이 노무현을 향한 안희정 지사의 호소가 이를 방증한다.

    안희정 지사는 팬클럽 행사에서 "노무현 대통령님과 함께 했던 2002년의 노사모,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시민들과 회원들의 눈물-고통이 있었는가"라면서 "우리 노사모 여러분, 2017년 새로 깨어있는 시민, 유권자 여러분. 다시 한 번 2002년의 기적을 만듭시다"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대구에서 일정이 있었음에도 불구, 광화문 광장 촛불 집회 참석을 위해 급히 상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