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 내에 유승민·남경필 반등 없으면, 재등판론 시끄러워질 것"
  • ▲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던 도중, 뭔가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던 도중, 뭔가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당초 분당(分黨)할 때만 해도 '빅텐트'의 중심이 될 것처럼 여겨졌던 바른정당 안팎에 초조감이 커져가고 있다.

    당 소속 대권주자들의 지지율은 낮은 수준에 고착돼 있고, 반(反)패권의 중심이 될 듯한 '텐트'는 비록 작은 규모이지만 다른 당에서 펼쳐지려 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새누리당을 '불임정당'이라 공박하며 창당한 근거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장외(場外)의 최대어였던 국민주권개혁회의 손학규 의장이 7일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선언했다.

    개헌을 줄기차게 외치던 손학규 의장이 "뜻을 같이 하는 모든 이에게 문호가 열려 있다"고 공언한 '개헌 정당' 바른정당을 돌아보지조차 않은 것도 아프지만, 정말 뼈아픈 것은 이날 손학규 의장의 통합 선언에서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에 책임이 있는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라고 도매금으로 넘어간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직면한 박근혜정권과 단절하기 위해 탄핵에도 동참하고, 탈당 후 신당까지 차린 바른정당 구성원들의 입장에서는 허탈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손학규 의장은 지난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경기도 광명 보궐선거를 앞두고 직접 발탁해 정치권에 입문시켰다. 당시 '대통령이 불렀다, 개혁 위해 나섰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것은 유명하다.

    지금 바른정당을 이끌고 있는 정병국 대표나 김무성 고문도 YS 밑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비록 손학규 의장이 지난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야권에 터를 잡은 뒤 10년이 됐지만, YS 이래로의 '인연'을 생각하면 노골적으로 "연대 대상이 아니다"라고 비토당한 것은 뼈아프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해서 '스몰텐트'의 주도권은 국민의당으로 넘어갔다. 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나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잠재적으로 '텐트' 합류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도 바른정당으로 올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뜻을 같이 하는 모두에게 문호가 열려 있다"고 외치더라도, 아무도 그 문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더 이상 수동적·소극적인 자세만으로는 안 될 정도로 일이 급해지자 바른정당 지도부도 인재 영입에 발벗고 나섰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6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에 출연해 "경선은 많은 주자들이 나와서 치열하게 경쟁할 때 주목을 끌 수 있기 때문에, 유승민~남경필 후보 외에도 다른 후보들이 있는지를 찾고 있다"며 "본인만 응한다면 보수의 가치를 대변할 수 있는 괜찮은 후보들이 두 분 정도 있어서 의견도 묻고 접촉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바른정당의 영입 대상으로 물망에 오른 김종인 전 대표와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선을 그었다.

    김종인 전 대표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바른정당에 대해 "국정농단 사태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힘든 사람들"이라며 "그게 한계"라고, 손학규 의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맥락의 평가를 했다. 김황식 전 총리는 바른정당의 영입설에 대해 "뜬금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자, 아직도 '불임정당'의 신세를 벗어났다고는 말하기 힘든 '친정' 새누리당으로부터 조롱을 받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공교롭게도 주호영 원내대표의 뒤를 이어 바로 같은 프로그램인 이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에 출연해 "작년 12월말에 나갔으니까 두 달도 안 됐는데 분당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이런저런 이야기 할 것 없이 그냥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나아가 이것이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몇십 년 정당까지 합친다면 모르지만, 금방 나간 분들인데 합당이라는 말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겠느냐"며 "나간 사람이 들어와야 한다는 게 국민들의 생각"이라고 사실상의 '투항'을 종용했다.

    새누리당에서 연일 대권 도전 선언이 잇따르고, 인명진 위원장이 이를 가리켜 "다른 당의 후보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 후보들을 하루에 둘씩 낳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로 보면 아직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바른정당 또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입당이 무산되면서,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보유 대권주자들의 지지율은 '본선에서의 당선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새누리당의 대권주자들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말하기도 어려워졌다.

    여권 관계자는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된 것은 결국 본선에서의 당선 가능성을 내다볼 수 있는 유의미한 지지율을 가진 후보가 없기 때문"이라며 "영입을 하려고 해도, 손학규 의장의 경우에도 보듯이 당내에 유력 주자(안철수 전 대표)가 한 명은 있어야 그걸 '먹고 크려고' 들어오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갑자기 어디서 영입이 안 된다고 보면, 유승민 의원이나 남경필 지사가 최소한 7% 정도까지는 빨리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된다"며 "한 1~2주 정도는 당 구성원들이 지켜보겠지만, 그 기간 동안 지지율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면, 이런저런 사람들의 재등판론으로 당이 굉장히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