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단 기력의 국회 기우회장… 경쟁 대권주자 제압하는 '젖히기'
  • ▲ 새누리당의 대권주자인 원유철 의원(사진 오른쪽)이 8일 한국기원을 방문해 순수 국산 인공지능바둑프로그램과 기념 대국을 가졌다. 사진은 지난 2014년 8월, 국회의원 기우회장인 원유철 의원이 한중 의원 친선 바둑교류전을 주최하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의 대권주자인 원유철 의원(사진 오른쪽)이 8일 한국기원을 방문해 순수 국산 인공지능바둑프로그램과 기념 대국을 가졌다. 사진은 지난 2014년 8월, 국회의원 기우회장인 원유철 의원이 한중 의원 친선 바둑교류전을 주최하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의 대권주자인 원유철 의원이 '바둑'의 영역으로 쳐들어온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충남도지사,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치중(置中)의 한 수를 뒀다.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은 8일 한국기원을 찾아,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인공지능바둑프로그램 '돌바람'과 대국을 가졌다.

    원유철 의원은 정치인 중에서 자타 공인 바둑에 가장 정통해 있으며, 기력은 아마 5단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개발된 '돌바람'의 기력도 현재 아마 5단 정도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맞수를 만난 셈이다.

    '돌바람'과의 대국 직후, 원유철 의원은 "미국에 알파고, 일본에 딥젠고, 중국에 싱텐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돌바람'이 있다"며 "딥러닝을 적용해 '돌바람'이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계속해서 발전시켜나간다면 '알파고'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우리에겐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우수한 인재가 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에 과감한 지원과 투자를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며 "한국 AI의 상징인 '돌바람'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원유철 의원이 '바둑 행보'는 최근 야권의 대권주자인 안희정 지사와 안철수 전 대표가 바둑 관련 움직임을 보인 것에 대해 여권의 대권주자로서 '젖히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2일 한국기원을 찾아 일본의 인공지능바둑프로그램인 '젠'과 기념 대국을 가졌다. 안철수 전 대표는 아마 2~3단 정도의 기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철수 전 대표의 기념 대국에는 유창혁 한국기원 사무총장과 양건 프로기사회장 뿐만 아니라, 이창호·박정환·최철한·박정상 九단 등 최정상급 프로 기사들이 총출동해 안 전 대표와 간담회를 갖고 복기에 참여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 안희정 지사는 전날 '국민후원회장' 1호로 이세돌 九단을 위촉하는 강수를 뒀다. 이세돌 九단은 미국의 인공지능바둑프로그램 '알파고'와의 5번기 승부로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프로 기사다.

    이처럼 경쟁 대권주자들의 바둑과 관련된 행마(行馬)가 노골화되자, '집'을 침범당한 꼴인 원유철 의원으로서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는 관측이다.

    원유철 의원은 국회의원 기우회장으로 평소 한일의원연맹, 한중의원연맹의 친선 바둑 교류전을 주관하는 등 바둑과 관련해 활발한 활동을 펼쳐 왔다. 지난 6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대권 도전을 선언한 상황에서, 바둑계와 관련된 행보로 먼저 본진을 튼튼히 지켜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원유철 의원의 '돌바람'과의 대국에는 김순례·김기선·송희경 의원과 함께 국수(國手) 조훈현 의원이 동행했다.

    원유철 의원도 이날 대국에 앞서 "안철수 의원이 며칠 전 일본의 인공지능바둑프로그램 '젠'과 대국했고, 안희정 지사는 어제(8일) 국민후원회장 1호로 이세돌 九단을 임명했다더라"고 말하며, 경쟁 대권주자들의 바둑과 관련한 움직임을 신경쓰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