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사관 앞에서도 침묵 시위 "중국 사람도 실상 알아야…방패 못 가지게 해서 되겠나"
  • ▲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 그는 지난달 6일,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뉴데일리 임재섭 기자
    ▲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 그는 지난달 6일,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뉴데일리 임재섭 기자

    자유한국당의 대선 경선 후보 중 한 사람인 원유철 의원이 "중국은 사드 압박을 중단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라"면서 롯데마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중국의 사드 보복을 감수하면서까지 부지 제공에 합의한 롯데 측의 애국심을 응원해야 한다는 취지다.

    원유철 의원은 4일 오전, 서울역 롯데마트 앞에서 '국민을 지키기 위해 고통받는 롯데를 응원합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날 서울역은 주말을 맞아 여행객들도 북적였다.

    원 의원은 "중국이 우리 알기를 무슨 속국으로 알고 있다"며 "때리려는 놈을 말려야지 그걸 막자는 놈한테 그만 막으라고 하면 어떡하냐"고 비판했다.

    최근 중국은 관영 매체를 통해 롯데를 향해 불매운동을 선동하는가 하면, 롯데가 생산하는 일부 제품에 대한 통관 불허 조치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제보복 조치가 가시화에 수출입은 물론, 관광·유통 등 경제계 전반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원 의원이 1인 시위에 나선 이유도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고 국가를 위해 희생한 기업에 대해 정치권이 나서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천안에서 태극기 집회를 위해 서울역을 지나던 도수현(68)씨는 원 의원의 1인시위를 보고는 "우리 대한민국이 중국에 압박을 받는데 참 큰 일"이라며 "중국이 WTO 제소하기도 어렵게 아주 교묘하게 제재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처음에 멀리서 볼 때 롯데 측에서 도와달라는 내용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원유철 의원이었다"면서 "보수세력이 아직은 숨을 죽이고 있는데, 우리가 이럴 때는 나와서 본때를 한 번 보여줄 필요도 있다"고 했다.

    30여분 간 침묵의 1인시위를 마친 원 의원은 즉석에서 "롯데를 응원해야겠다"면서 롯데마트에서 쇼핑하기로 했다.

  • ▲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이 '애국 쇼핑'에 나서던 도중, 참외 판매대 앞에 멈춰섰다. 참외 판매대에는 사드 배치지역인 성주의 특산물 '성주 참외'가 진열돼 있었다. ⓒ뉴데일리 임재섭 기자
    ▲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이 '애국 쇼핑'에 나서던 도중, 참외 판매대 앞에 멈춰섰다. 참외 판매대에는 사드 배치지역인 성주의 특산물 '성주 참외'가 진열돼 있었다. ⓒ뉴데일리 임재섭 기자

    ◆ 직접 '애국쇼핑' 나선 원유철, '성주 참외' 보더니

    원유철 의원은 직접 장바구니를 들고 이른바 '애국쇼핑'에 나섰다. 먼저 주방용 비닐 용품, 샴푸 등 생활용품이 바구니에 가득 담겼다.

    이후 식품코너로 움직인 원유철 의원은 과일 판매대 앞에 멈춰섰다. 판매대에는 '성주 참외'가 전면에 배치돼 있었다.

    원 의원은 "사드가 배치된 지역이 바로 성주이지 않나"며 "이건 꼭 사야겠다"고 했다. 곧바로 한 봉지를 집어 들고 장바구니에 옮겼다.

    국방부가 지난해 경북 성주 성산포대에 사드를 배치키로 하자, 국내 친중 사대세력들은 이를 반대하며 '성주 참외'가 인체가 유해하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사드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유해하고, 이것이 참외에 영향을 미친다는 논리였다. 불안감을 조장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기 위함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유해성 논란은 유언비어로 판명됐지만, 농가는 큰 타격을 입었다.

    원 의원은 만나는 판매원마다 "롯데가 중국의 사드 보복 때문에 많이 힘드시잖아요. 응원하러 나왔다"면서 "힘내시고 많이 파세요. 국민이 많이 응원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원 의원은 이날 동석한 김순례 의원 등과 롯데마트를 돌면서 장바구니 한가득 여러 상품을 구매했다. 현장을 떠날 때는 양손에 상품이 가득 실렸다.

  • ▲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이 중화인민공화국 대사관앞에서 1인 침묵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원 의원은 기자에게 "중국 사람들이 우리가 왜 사드배치에 찬성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데일리 임재섭 기자
    ▲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이 중화인민공화국 대사관앞에서 1인 침묵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원 의원은 기자에게 "중국 사람들이 우리가 왜 사드배치에 찬성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데일리 임재섭 기자

    ◆ 중국 대사관 찾아 침묵시위… "중국인들에게 실상 알리려"

    원유철 의원은 장소를 옮겨 중국 대사관에서도 1인 침묵시위를 이어갔다. 원 의원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중국사람들이 우리가 왜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지 그 실상을 잘 알아야 한다"면서 "중국대사관에서도 본국에 보고할 거고, 근처 중국인들에게도 왜 사드 배치를 하는지 당위성을 알리기 위해 여기 왔다"고 설명했다.

    원 의원은 "사드가 결국 북한의 다섯 차례 핵실험과 30여 발의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한 방어수단인데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면서 "창에 대해 창을 가지겠다는 것도 아니고, 방패를 가지겠다는데 이렇게 보복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외통위 차원에서도 강력하게 항의할 것"이라면서 "이 문제가 북핵 문제에서 비롯된 것임을 중국이 이해한다면,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을 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중국 일각에서는 사드 배치 예정지역인 성주를 공격해야 한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하고 있다"면서 "(최근 롯데에 가해지는 중국당국의 일련의 보복행위는) 기본적인 국제 무역질서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아울러 "하루빨리 중국이 냉정하게 이성을 찾고 북핵 문제를 위해서 같이 해결점을 찾든지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중국 대사관 앞을 지나는 사람 중 일부는 원 의원의 피켓 문구를 더듬더듬 읽고는 묘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원 의원은 점심식사도 잊은 채 2시간 가까이 침묵의 1인시위를 벌였다.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과 원영섭 서울 관악갑 당협위원장이 동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