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정권 이양 방안 만들어주면 절차에 따라 물러날 것"
  • ▲ 2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임기단축 등 진퇴와 관련한 모든 것을 국회에 일임한다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2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임기단축 등 진퇴와 관련한 모든 것을 국회에 일임한다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의원 300명에게 대한민국의 명운(命運)이 달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進退)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제3차 대국민담화를 전격 발표하면서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대국민담화는 약 5분 간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담화 발표 내내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저의 불찰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다시 한 번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번 일로 마음 아파하시는 국민 여러분의 모습을 보면서 저 자신이 백번이라도 사과를 드리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하고, (사죄로) 그 큰 실망과 분노를 다 풀어드릴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면 제 가슴이 더욱 무너져 내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 대통령은 "저는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대통령에 취임해 오늘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왔지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이라고 과오(過誤)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국내외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 숱한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이제 이 자리에서 저의 결심을 밝히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고 하루 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권 이양(移讓) 문제에 대한 국회의 의견을 전면적으로 따르겠다고 했다.

    사실상 전날 새누리당 친박(親朴) 중진의원들이 요청한 '명예로운 퇴임(退任)'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청원, 정갑윤, 최경환, 유기준, 홍문종, 윤상현, 조원진 의원 등 친박 중진의원들은 전날 비공개 오찬 회동을 갖고, 임기를 채우기보다는 국가와 대통령 본인을 위해 명예로운 퇴진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는 곧 허원제 정무수석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박 대통령은 이러한 의견에 "잘 알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여러 사건의 경위는 조만간 다시 밝힐 것"이라고 했다.

    가까운 시일 내 별도 기자회견을 갖겠다는 의미다.

    배성례 홍보수석은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조만간 가까운 시일 안에 다시 회견을 하고 입장을 밝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례 수석은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정치적 일정 내지는 앞으로 향후 일정에 대해서 얘기를 하신 것이기 때문에 (검찰) 수사나 전반적인 얘기, 더 자세한 토론 내지는 여러분 질의에 응답하는 시간을 조만간에 가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담화를 마친 뒤 일부 기자들이 질문을 던지자 "여러 가지 오늘은 무거운 말씀을 드렸기 때문에 다음에 여기서 말씀드렸듯이 가까운 시일 안에 여러 가지 경위에 대해서 소상히 말씀을 드리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담화 말미에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정치권에서도 지혜를 모아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음은 박근혜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담화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의 불찰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깊이 사죄드립니다.

    이번 일로 마음 아파하시는 국민 여러분의 모습을 뵈면서 저 자신 백번이라도 사과를 드리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다해도 그 큰 실망과 분노를 다 풀어드릴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면 제 가슴이 더욱 무너져  내립니다.

    국민 여러분, 돌이켜 보면 지난 18년 동안 국민 여러분과 함께 했던 여정은 더 없이 고맙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대통령에 취임하여 오늘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 왔습니다. 

    단 한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그동안 저는 국내외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 숱한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이 자리에서 저의 결심을 밝히고자 합니다.

    저는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 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하루 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정치권에서도 지혜를 모아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