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새누리, 野 유력후보 향해 '마치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착각' 등 남 탓만"
  •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거국내각을 놓고 피로감을 느끼는 듯한 모습이다. 

    제1야당으로서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정국을 주도하려고 했지만, 막상 당내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제안한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두고 당력이 흩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2일 "야당만 거국내각과 책임총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에 대해서 어떤 협조와 협력도, 어떤 수습 방안 의견제시도 요청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야당 구성원들이 이런저런 고민 빠져있는 모습, 물론 국가를 생각해서 앞서서 고민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만 박 대통령의 노림수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 더 지혜롭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국정이 점점 멈춰서는 이 시점에서 야당이라도 제대로 민생을 챙겨야 되겠다"며 "앞으로 구조조정, 민생 안정 관련, 가계부채, 등 다양한 민생 현안들에 대해서 보도가 되던, 보도가 되지 않던 당 차원에서 함께 챙겨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26일 문재인 전 대표는 '최순실 게이트' 정국의 해법 중 하나로 거국중립내각을 주장했다. 그러다 지난 30일 새누리당이 이를 수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문재인 전 대표와 친문(親文) 성향인 추미애 대표는 돌연 "새누리당은 거국 내각을 주도할 자격이 없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이어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31일 "거국중립내각이 되려면 박근혜 대통령이 총리에게 국정의 전권을 맡길 것을 선언하면서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에 총리를 추천해줄 것을 정중하게 요청해야 한다"고 하더니, 전날에는 "총리 정도는 적어도 국회에서 추천받는 정도로 가야 거국중립내각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사실상 정권 이양 요구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내놨다. 

    거국내각을 주장했던 문재인 전 대표부터 오락가락는 모습을 보이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대통령 하야하라는 말을 어쩌면 그렇게 복잡하게 하느냐"고 힐난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마치 자기가 대통령이 된 것처럼 월권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더민주 지도부는 거국내각과 관련 현재까지 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31일 의원총회에서 상당수 의원들이 거국내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내부에서도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집중하려던 우상호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이 정부·여당을 향한 비판인 동시에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한 입장 정리 촉구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반면, 추미애 대표는 "국민감정은 대통령 하야·탄핵이 절반가량 되지만 민주주의를 지켜온 제1당 대표로서 지극히 절제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새누리당은 스스로 석고대죄를 하기는커녕 야당의 유력후보를 향해 '마치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는 등의 남 탓만 한다면 우리는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문재인 전 대표를 비호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