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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8일 회동을 마치고 나오는 모습. 정 원내대표는 "두 야당의 입장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 추천 총리'를 협의하기 위해 만났지만 '내각 통할'이라는 단어의 해석 문제로 회동이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앞서 같은 날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추천 총리가 내각을 통할할 수 있도록 실질적 권한을 보장하는 취지를 살리겠다"고 말한 부분이 국무위원의 임면권을 포함하는지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해석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회의장 - 3당 원내대표 회동 종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두 야당이 입장을 정리한 채로 나오시지 않았더라"면서 "대통령의 (내각 통할 권한 보장) 제안은 명백하게 두 야당의 제안을 전폭 수용한 것이다. 그래서 두 야당의 입장을 듣고 싶은데 아직 정리가 안 됐다고 해서 다음 기회에 듣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민경욱 대변인은 "특히 민주당에서는 (대통령께서) 실질적인 내각 통할권이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그것이 총리에게 내각 국무위원의 임면권을 주는 것이냐에 대해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건 정세균 의장께서 청와대 측에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며 "청와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듣겠다"고 했다.
이날 3당 원내대표 회동의 주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내각 통할'에 집중됐다. 더불어민주당의 질문은 국무총리의 '내각 통할'의 범위가 국무위원들의 임면권을 포함하는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앞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13분 정도 만나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에 좋은 분을 추천해 주신다면 그분을 총리로 임명해서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당초 논의가 있을 것으로 알려졌던 국회 추천 후임 총리 관련 내용은 정작 회의장에서는 거론조차 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 공백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3당이 다 같이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후임 총리를 두고는 의견조차 교환해보지 못한 셈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김병준 지명자 철회 관련해서는)자연스럽게 그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했고, 민경욱 대변인은 "총리 인선에 대해 인물이 거론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그건 뭐, 아직 모인다는 것까지는 아니고, 전화로 연락해서 만날 수가 있는 것"이라며, 향후 회동 일정도 분명하게 정해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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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지난 달 31일, 국회의장-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자리를 박차는 모습. 뒤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오른쪽)가 노려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같은 '빈손 회동'은 특히 지난달 31일, 국회의장-3당 원내대표 회동을 상기했을 때, 야당의 책임이 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그날 정세균 국회의장에 각을 세우면서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 야당 원내대표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정진석 원내대표는 ▲개헌특위 ▲최순실 특검 ▲거국 내각 제안 등을 전부 받아들였다고 하면서 "야당의 반응을 보고 참으로 놀랐다. 일고의 가치가 없다, 꼼수라고 했다"며 비판했다.
나아가 "국정을, 나라를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하야 정국, 탄핵정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말한 뒤 의장실을 박차고 나갔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소위 '판을 깨고' 자리를 털자, 우상호 원내대표는 "반성은 없이 오자마자 정치 공세다. 저렇게 하니까 망하지"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아무리 불만이 있어도 언론 앞에서 존경의 대상인 의장 앞에서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양당 모두 회동의 성과가 없는 것을 새누리당 탓으로 돌리는데 급급했던 셈이다.
반면 이날 정진석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에 어깨동무를 걸치며 "오늘은 벌떡벌떡 일어나는 것 없다"고 농담을 건넸고, 우상호 원내대표 역시 "오늘도 먼저 나가시는 것이냐"고 응수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야당이 거국내각 총리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여전히 논의의 첫걸음 조차 난국을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정치권에서는 우선 더불어민주당이 '내각 통할'의 범위를 질문한 일차적 저의를 국정 공백 사태를 장기화해 보겠다는 포석으로 보고 있다. 거국내각 총리가 정해지지 않아서 벌어지는 유리한 정국을 최대한 오래 끌고 싶어 한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내각 통할의 구체적 의미가 '임면권을 포함하는 것인지'를 물은 대목에서 사실상 '2선 후퇴' 문제와 연관 지어 거국내각 총리 논의 자체를 거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임면권을 주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대통령이 '2선 후퇴'한 것은 아니지 않으냐" 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은 총리의 권한에 대해서 헌법 규정을 원용한 정도"라면서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고 2선으로 물러날지에 대해서 분명한 견해 표명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추천한 총리가 안정적으로 국정 전반을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오히려 이는 민주당이 행정부까지 장악해보고자 하는 초헌법적 월권 시도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현행 헌법 제87조 1항은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고, 국무총리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어디에도 국무총리가 임면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의 주장대로라면 개헌이 선행돼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는 같은 날 오전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대통령이 자기 혼자 총리, 장관 다 하는 게 아니라, 바로 총리의 장관 제청 권한을 총리한테 주는 것, 그게 헌법 정신 아니냐"면서 "나라가 국정 혼란을 막아내고 국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여야가 힘을 합쳐야지, 야당이 지금 혼란을 선동하고 자기들 마음대로 다하겠다고, 헌법을 지금 중단시킨다는 이야기인데 이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