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원로 “하야는 성급” 조언에 문재인은…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 전 대표가 이날 원로들을 만나 신중한 입장을 주문 받은 것을 두고 문 전 대표의 출구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문 전 대표는 다른 대선주자에 비해 '하야-탄핵' 등의 직접적인 발언을 자제하며 상대적으로 신중한 행보를 보여왔다. 이는 문 전 대표가 일부 대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로 등극한 마당에 섣불리 강경 언행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2선 후퇴, 거국중립내각 구성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하야 등의 강경 투쟁에 나서야 하는데, 이런 국면이 자신의 대선가도에 마냥 유리할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원로들과의 대화를 통한 해법 찾기로 '중대 결심'을 미루겠다는 속셈이 깔린 셈이다.

다만 일각에선 릴레이 회동을 갖고 대통령의 2선 후퇴 등을 거듭 압박한 것을 두고 조만간 하야 추진 등의 강경투쟁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함과 동시에 야권의 장외투쟁 목소리도 거세짐에 따라 신중한 제스처를 취하며 강경투쟁에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문 전 대표 측은 이날부터 각계각층 원로들을 잇따라 만나는 것에 대해 "각계 각층 원로들과의 만남을 통해 현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조언을 구하는 한편,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정국 구상의 시간도 함께 가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문재인 전 대표와 원로들과의 공개회담 전문이다. 

○ 남재희 전 장관 

제가 신문에서 읽은 것 중에는 우리 문 전 대표께서 가장 신중하고 바른 태도를 지니지 않았나, 물론 국민감정으로는 바로 하야가 나와야하는데 이것은 국민감정엔 맞지만 정치의 진행과정에서는 좀 성급한 이야기가 되죠.

그래서 검찰 조사, 아니면 부족하면 특검에서 조사, 아니면 국회 특조위를 만들어 국회에서의 철저조사, 이런 단계를 유감없이 진행해서, 진실을 밝히는 게 선행하는 것이 우리 정치발전을 위해 좋은 것이 아니냐.

그래서 국민감정은 바로 하야지만, 거의 만장일치로 하야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미 대통령이 좀비 대통령이죠, 지속이 안되요, 하려고 해도. 그렇지만 충분히 법적절차는 진행한 다음에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지 그런 절차 없이 한다면 나중에 유감이 남게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합니다.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지금 우리나라 시국이 대체 이런 상황도 있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가 없어요. 그 이후야 어떻든 그 문제는 그 문제대로 풀어나가겠지만, 다른 한편으론 국정공백, 난 이게 큰 문제라고 봅니다. 이게 장기화 할 우려가 있어요.

그래서 야당이 또 문 대표께서 앞으로 집권할 능력을 가지셔야하고 그런 의미에서도 국정공백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게 두 가지 입니다. 첫 번째, 안보와 국방입니다. 휴전선을 앞에 두고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그래서 문대표께서 안보와 국방에 각별히 챙겨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에 그걸 촉구하고 야당이 거기에 협조하도록 하시는 것이 하나이고, 또  하나는 경제와 민생입니다. 지금 이것에 덮여서 그런데, 민생 아우성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이것 때문에 정부도 신경을 제대로 못쓰고 그러는데 이것을 야당, 특히 문대표께서 관심을 갖고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예산안 통과에 야당이 적극 협조해야 합니다. 물론 고칠건  고치고 해주셔야하고, 그 다음에 가계부채와 부동산 과열문제, 우리나라가 경기부양한다고 빚 얻어서 집 사라는 방식으로 아주 못된 정책을 해서 지금 단기적으론 집값 올라서 일부 좋아하는 사람 있지만 우리 경제 아주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이것을 챙겨보셔야 합니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를 정부가 철저히 하도록 해야 하고.

다음에는 조선해양 구조조정문제, 대우조선은 법정관리로 갔어야되요. 근데 그걸 살리겠다고 수조원의 돈을 밀어넣어서 미봉책으로 이러는데 이래도 좋은지 따져보셔야 하고, 특히 조선과 해운으로 인해서 엄청난 실업 발생하는 지역이 있습니다. 그런데 대해서 특별대책을 세워야한다, 이걸 깊이 생각해서 정부에 촉구하고 챙겨보시고, 그러길 바랍니다. 

○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두 분 선생님 말씀에 저도 깊이 공감합니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잔여 임기동안 국정을 제대로 수행하긴 어렵다는데 많은 사람이 공감할 겁니다. 그러나 저희들은 87년 헌법 체제로 지금까지 이끌어왔는데 지금 헌법 장점도 많고 아쉬운 점도 많지만 오늘 이런 사태를 염두에 두고 그 부분을 헌법조항에 규정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하야를 하면 헌법 규정에 따라서 60일 이내에 선거하도록 하면 모든 부분에서 국민의 정서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헌법 집행성에 담기 어렵다고 생각해서, 당분간 이 시점에서 개헌 문제를 끄집어낼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이 헌법을 가지고 당분간 어떻게 집행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지 수렴해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국민의 열망과 뜻 담길 수 있는 대통령이 선출되도록 하려면 그 과정에 지금까지 많은 준비를 해왔던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경쟁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서 그로 인해서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절차가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논의가 무르익을 때까지, 비록 밤마다 집회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평화롭게 이뤄지는 한, 국가 비상사태나 다른 식의 우리가 과거에 경험했던 아주 극단적인 체제보단 지금 시점에서 좀 더 신중하게 고려돼야 하지 않겠나 하고 생각하고, 이걸 계기로 해서 국정 이끌겠다고 마음 먹은 사람들은 좀더 현실적인 입장과 장기적 관점에서 생각하고, 자기 생각을 소속된 정당과 많은 국민들에게 나누어서 그 부분을 공정하게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하는 것이 제 소박한 생각입니다.

○ 문재인 전 대표

지난 29일과 5일 국민들은 아주 높은 민주역량을 보여주셨습니다. 4.19 혁명과 6월항쟁으로 민주화를 이룬 국민저력을 다시 보여주셨습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을 더 부끄럽게 하지 말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을 더 힘들게 해선 안 됩니다.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 뜻을 존중해서 국정 공백과 혼란을 하루빨리 끝낼 수 있는 결단을 스스로 내려주는 게 박근혜 대통령에게 남은 마지막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여야 정치권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당도 야당도 오늘의 이런 사태를 만든데 함께 책임이 있다는 그런 깊은 책임감을 가지고 국민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또 국민들의 뜻을 정치적으로 실현해낼 수 있도록 함께 역량을 모으고 지혜 모으는 것이 여야가 해야 될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 정치난국을 어떻게 빨리 끝내고 박승 총재가 말씀하신대로 안보, 경제, 민생 그리고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현안들을 슬기롭게 헤쳐 나 갈 수 있을 것인지, 좋은 말씀들 많이 부탁드립니다. 많이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