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참사홍명보 감독 사퇴한 가운데 선수단 내부 불화설 고개 들어선수들은 부정 출발 홍명보 감독의 가장 큰 피해자
  • ▲ 북중미 월드컵 참사의 가장 큰 책임은 홍명보 감독에게 있다.ⓒ뉴시스 제공
    ▲ 북중미 월드컵 참사의 가장 큰 책임은 홍명보 감독에게 있다.ⓒ뉴시스 제공
    많은 사람이 착각하고 있는 게 있다. 축구에서 '원팀'이 존재한다고.

    사실 완벽한 원팀은 존재하지 않는다. 원팀이 아니라는 것을 밖으로 티를 내지 않아서 그렇지, 내부에는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국가대표팀으로 따지면 26명의 선수단이 있다. 이중 선택된 11명만 선발로 뛸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완벽한 원팀이 될 수 있겠나. 치열한 경쟁의 세계다. 상대를 밟고 넘어야 결실을 얻을 수 있다. 원팀이 불가능한 구조다. 

    벤치에 앉은 선수들은 당연히 아쉬울 것이고, 일부는 시기와 질투심도 생길 것이다. 경쟁자를 무너뜨리려는 독기를 품은 이도 있을 것이다. 자리를 뺏기지 않으려는 독기도 당연히 있다. 자존심 싸움도 하고, 서로를 외면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같은 팀에 있다고, 팀 안의 모든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친한 것도 아니다. 파벌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음이 맞는 동료는 각자 따로 있다. 

    축구팀 내부 불화가 끝이지 않는 이유다. 서로를 욕하는 모습도, 심지어 팀 동료들 사이의 폭행 사건도 우리는 자주 접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축구뿐만이 아니다. 경쟁이 펼쳐지는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사회도 그렇다.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내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동료와 싸운다. 외부 사람들보다 먼저 내부 사람들과 싸운다. 그래서 가장 큰 적은 '내부의 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대립과 갈등이 항상 내부에 존재하는 축구팀. 1%의 대립과 갈등이 없는 축구팀은 세상에 없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는지가 관건이다. 팀의 운명이 달라진다. 

    이 변수를 최대한 줄이는 팀이 강팀이다. 원팀이 아니라는 걸 '티 내지 않는 팀'이 강팀이다. 원팀인 것처럼 가장 잘 표현하는 팀이 좋은 팀이다. 이런 팀은 시기와 질투보다 희생과 헌신이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팀이 그런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려 노력했을 것이다.  

    이런 방향성을 가지고 팀을 이끄는 선장이 바로 '감독'이다. 축구팀 감독의 첫 번째 임무이자 가장 기본이 되는 역량이다. 이런 걸 하라고 감독이 있는 것이다. 전술과 전략은 그다음이다. 

    가장 좋은 예가 있다. 2010년 스페인 대표팀이다. 

    항상 유럽의 강호로 평가를 받았지만, 월드컵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했던 무적함대. 그들의 가장 큰 적은 '내부'에 있었다.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를 양분하고 있는 '명가'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스페인 최고의 선수이자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운집한 두 팀이다. 

    자연스럽게 두 팀의 선수들은 대거 스페인 대표팀에 모였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사이의 반목 역사는 길다. 그리고 심하게 얽혀있다. 세계 축구 클럽 중 가장 강한 적대감을 가진 두 팀이라 할 수 있다. 

    두 팀의 선수들은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서로의 자존심을 찾았고, 서로를 적대시했다. 원팀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항상 불화가 터져 나왔다. 선수들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이런 팀은 우승할 수 없다. 스페인이 이를 증명했다. 

    그때 등장한 이가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이었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 출신이다. 그럼에도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을 편애하지 않았고,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차별하지 않았다. '아버지 리더십'으로 모든 선수들을 따뜻하게 감쌌다. 

    감독이 확실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으니, 선수들도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스페인 대표팀 안에서 뭉치기 시작했다. 서로에게 손을 내밀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세르히오 라모스, 이케르 카시야스, 사비 알론소 등과 바르셀로나의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르히오 부스케츠 등이 힘을 합쳤다. 진정한 무적함대가 됐다. 그들은 무서울 것이 없었고,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에서 스페인의 역사적 첫 번째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델 보스케 감독은 스페인 역대 최고 '명장' 반열에 우뚝 섰다. 우승을 확정한 후 델 보스케 감독은 우승 비결에 대해 스페인 언론에 이렇게 말했다. 

    "선수와 인간적 관계를 유지하는 게 가장 기본이다. 내가 한 일은 선수들에게 매일 노력해달라고 부탁한 것뿐이다. 우승은 엄청난 재능이 타고난 선수들이 한 것이다."

    서론이 길었다. 본론을 시작한다. 

    한국 축구 대표팀, 그러니까 2026 북중미 월드컵에 나선 대표팀 내부에 선수단 '불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이 직접 받은 제보의 내용이 한국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손흥민 병역을 조롱한 일부 취재진의 대화가 공개된 후 선수단은 인터뷰 보이콧을 결정했다. 손흥민과 이재성은 인터뷰 보이콧을 유지하자는 입장이었고, 일부 다른 선수들은 인터뷰를 다시 하자는 입장이었다. 

    결국 홍명보 감독이 인터뷰 재개를 지시했다. 그러나 손흥민과 이재성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고, 이에 손흥민과 이재성이 남아공과 A조 3차전 선발에서 제외됐다. 

    이 내용은 증권가 찌라시에도 돌았다.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특별감사를 예고했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역시 청문회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용의 진위 여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가정을 해보자. 이 내용이 사실이라고. 

    사실이라면 화살은 손흥민에게 날아갈 수 있다. 후배들에게 인터뷰 금지를 강요한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함께한 이재성에게도. 또 인터뷰에 응한 후배들과 불화로 원팀이 깨졌고, 이로 인해 경기력이 나빠졌다는 의심도 할 수 있게 만든다. 즉 북중미 월드컵 참사에 선수단의 책임도 있다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48개국 체제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굴욕적인 월드컵 참패의 모든 책임이 홍명보 감독에게 '올인'되는 상황에서, 그 책임이 선수단에 조금씩 배분되는 꼴이다. 홍명보 혼자의 책임이 아니라 전체의 책임이라고 프레임을 새로 만드는 것이다. 

    전형적인 '물타기'다. 

    월드컵 참사 책임을 분배하자는 거다. 홍명보 독박이 아니라 선수단도 함께 책임을 나누자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내용이 사실이라고 가정을 한다. 사실이라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월드컵 참사는 선수 탓이 아니라 홍명보 탓이다. 어떤 물타기를 해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인터뷰 보이콧 정도로 극단적인 팀 내 불화로 보기는 어렵다. 선수단 사이에 이견이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 감정을 담은 반목과 엄청난 다툼이 일어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손흥민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아무 잘못 없이 조롱의 대상이 됐다. 화날 만하고, 보이콧할 만하다. 보이콧을 거부한 선수들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최고의 대회 월드컵까지 왔는데 인터뷰를 하지 못한다면 상심이 클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 그룹의 이견을 '조율'하는 방법이다. 홍명보는 '절충안'을 내놓지 않고 한쪽의 손을 들어줬다. 인터뷰 재개를 선언한 것이다. 무승부는 없다. 승패가 갈렸다. 한쪽이 완승을 거뒀다. 

    누가 가장 잘못했는가. 인터뷰 보이콧을 주장한 손흥민인가. 인터뷰 보이콧을 거부한 후배들인가. 조율에 실패한 홍명보인가. 누가 팀을 와해시켰나. 홍명보다. 이런 상황에서 양쪽 모두 만족하지는 못하더라도, 양쪽 모두 한발씩 양보할 수 있는, 거부감이 없는 대안을 제시해야 했다. 

    그게 리더가 할 일, 감독이 할 일이다. 팀에 불협화음이 있었다면, 하나로 묶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홍명보는 하지 못했다. 

    이는 선수단 장악에 실패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시절 대표팀 내에서는 그야말로 엄청난 충돌이 있었다. 일명 손흥민과 이강인의 '탁구 대첩'이다. 이 불화는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쳤고, 한국은 아시안컵 4강에서 요르단에 충격패를 당했다. 

    선수단 장악에 실패한 무능한 리더십을 보인 클린스만 감독은 경질됐다. 클린스만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대한축구협회가 선택한 이가 홍명보다. 

    무엇보다 선수단 장악에 큰 기대를 걸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고, 홍명보도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는 리더십을 보이지 못했다. 감독 역량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이 기본을 홍명보가 해내지 못한 것이다.

  • ▲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홍명보 감독 논란의 가장 큰 피해자다.ⓒ연합뉴스 제공
    ▲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홍명보 감독 논란의 가장 큰 피해자다.ⓒ연합뉴스 제공
    다음 잘못은 더 크다. 인터뷰 보이콧을 철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흥민과 이재성을 선발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손흥민은 후반에 교체 투입됐고, 이재성은 끝내 결장했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고 선발에서 제외를 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선수 기용 권한은 오직 감독에게 있다.   

    그러나, 그런 권한을 쓰려면 최소한의 대안을 마련해 놓고 써야 했다. 특히 그가 쓴 권한은 매우 위험한 실험이었다. 실패 후폭풍이 엄청난 도전이었다. 

    냉정하게 지금 대표팀에서 손흥민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가 있나. 그는 '리빙 레전드'다. 이견이 없는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하나다. 물론 전성기에서 내려오기는 했지만, 손흥민의 영향력과 존재감, 그리고 상대가 느껴야 하는 부담감까지. 대체할 선수는 없다. 

    손흥민 제외는 오히려 남아공이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를 제공한 셈이다. 손흥민 정도의 선수를 선발에서 제외하려면, 그가 없어도 경기력과 결과를 낼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 결과는 어땠나. 완전한 실패였다. 손흥민이 없어도 남아공 정도는 비길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나. 

    손흥민 선발 제외는 북중미 월드컵 최고의 '악수'가 됐다. 월드컵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냉정함을 잃고,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재성 제외도 마찬가지다. 이게 감독이 할 일인가. 

    2002 한일 월드컵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이 당시 노장이자 한국 축구의 '전설' 홍명보를 어떻게 예우했고, 어떻게 컨트롤했는지 잊었는가. 전설과 팀을 함께 살리는 방법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는가. 

    선수 탓으로 돌리는 '물타기'를 위해 이런 내용이 퍼지고 있는 건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정확한 건 이 내용은 홍명보의 치부를 더 많이 파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홍명보 책임론의 크기를 키우고 있다. 

    물론 월드컵 참사의 모든 책임이 홍명보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축구는 팀 스포츠다. 선수들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는 건 분명하다. 투지 부족, 부정확한 크로스 등은 선수 개인의 몫이다. 

    그러나 책임을 지우려면, '동등한 입장'에서 책임의 크기를 가늠해 봐야 한다. 홍명보와 선수들은 같은 입장이 아니었다. 

    불공정의 중심에 서서 부정 출발한 홍명보다.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대표팀을 이용한 홍명보다. 선수들은 한국 축구를 뒤흔든 이 엄청난 논란 속에서 한 마디도 하지 못한 채 묵묵히 뛰었다.

    왜 아무 죄가 없는 태극전사들이 홈경기장에서 야유를 받아야 하고, 텅텅 빈 경기장에서 경기를 해야 했으며, 홈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야 했을까. 왜 한국 축구 팬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국민이 외면하는 월드컵을 치러야 했는가. 왜 조국을 대표해 뛰는 이들이 온갖 조롱을 받아야 했는가. 표현은 하지 못한 채 얼마나 힘들었겠나. 

    개인 능력이 부족했다면, 투지가 부족했다면, 충분히 비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비정상적인 대표팀에서, 불공정과 싸워야 하는 대표팀에서, 끝까지 버티는 홍명보 밑에서, 한국 축구 초유의 기괴한 월드컵 대표팀에서 희생양으로 전락한 그들이다. 월드컵 성적을 내지 못한 책임을 그들에게 지우는 건 가혹하다. 

    애초에 성공하기 힘든 대표팀이었다. 예견된 참사였다. 성적을 내지 못할 판을 깔아놓고, 성적을 내지 못했으니 책임지라는 식이다. 그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긋나지 않고 끝까지 뛰었다. 

    엄밀히 말하면 북중미 월드컵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선수들이다. 

    한국 축구도, 한국 축구 팬들도 아니다. 가장 큰 상처를 받고, 가장 큰 고통에 시달리는 이들은 태극전사들이다. 책임이 아니라 위로를 받아야 한다. 

    '가해자' 홍명보의 실패를 '피해자'에게 전가하지 마라. 실패는 홍명보 홀로 떠안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