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3개 중 106개 손질…형사사법 체계 개편수사권 폐지·영장청구권 제한…검찰 권한 축소"현실 없는 이상 설계…형소법 개정안은 탁상공론""권한 축소보다 책임지는 형사사법 체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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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시민주도 검찰개혁, 형사소송법 개정 추진 방향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금 논의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이상적인 모습만 그리고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지, 국민 입장에서 기존보다 좋아지는 부분이 무엇인지 봐야 합니다."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지낸 이근우 가천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범여권이 추진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관련해 "개별 조항 하나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구조가 현실에서 실행 가능한지 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등 범여권 의원 12명이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사의 직접수사·보완수사권 폐지, 영장청구권 제한, 시민 참여형 공소심의회 도입 등을 담고 있다. 전체 493개 조항 중 106개 조항을 수정하는 사실상의 전면 개정안이다.법조계에서는 검찰 권한 축소를 넘어 형사사법 체계 전반을 바꾸는 내용인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이 교수는 "검찰개혁은 검찰 권한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국민에게 더 나은 형사사법 체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며 "제도를 바꾸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
- ▲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등 참석자들이 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바람직한 검찰개혁을 위한 시민 주도 신형사소송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형소법 개정안 논란 … "현장 책임 구조 흔들릴 수 있어"이 교수는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개별 조항의 문제를 따질 단계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이 교수는 "법안 전체가 너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며 "비유하면 전원주택을 짓겠다고 스케치북에 설계도를 그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이어 "설계도만 보면 이상적인 집을 만들 수 있지만 실제 살아보면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며 "형사사법 제도도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이 교수는 "지금 논의는 더 좋은 형사사법 체계를 만드는 방향이 아니라 어떻게 덜 망가질지를 고민하는 상황에 가깝다"며 "정치권이 먼저 바꿔놓고 전문가들이 부작용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특히 개정안의 핵심인 검사의 직접수사·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서는 "검찰 권한을 줄이는 것과 책임을 없애는 것은 다르다"고 강조했다.이 교수는 "보완수사권은 검사의 권한이 아니라 책임을 지게 하는 장치"라며 "검사가 왜 이 부분을 확인하지 않았는지, 왜 허점을 놓쳤는지 책임을 묻는 기능"이라고 말했다.이어 "폐지될 경우 검사는 '권한이 없었다'고 빠져나가고 경찰은 모든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며 "결국 책임 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 ▲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검찰 개혁 관련 현안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영장청구권·공소심의회 논란 … "중요 사건 시민 판단은 신중해야"개정안에 포함된 검사의 영장청구권 제한과 시민 참여형 공소심의회 도입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이 교수는 영장청구권 제한 논란과 관련해 "헌법 문제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라며 "한쪽 주장만으로 결론 내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다만 "지금은 개별 조항의 위헌 여부보다 전체 제도가 실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며 "세부 조항만 따지다 보면 큰 문제를 놓칠 수 있다"고 했다.공소심의회 제도에 대해서는 "검찰개혁추진단 자문 과정에서도 논의된 적이 없는 내용"이라며 "일반 시민의 법 감정과 중요 사건의 기소 판단은 다르다"고 지적했다.이어 "스토킹이나 층간소음처럼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건은 시민 참여가 의미 있을 수 있다"면서도 "뇌물이나 직권남용 같은 사건은 증거와 법리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또 "기소 판단은 '저 사람이 나쁜 사람인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증거를 통해 유죄 가능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이라며 "수사 자료가 아닌 요약본만 보고 판단하면 설명하는 사람의 방식이나 분위기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
- ▲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지낸 이근우 가천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전체적인 취지를 어떻게 평가하나."사실 개별 조항의 문제를 따질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 지금 법안 전체가 너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세부 조항 하나하나가 문제가 있다기보다 전체 구조 자체가 현실에서 실행되기 어렵다.비유하면 전원주택을 짓겠다고 스케치북에 설계도를 그리는 것과 같다. 1층은 어떻게 하고 2층은 어떻게 할지 이상적인 모습만 그리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살아본 사람들은 전원주택의 문제가 무엇인지 안다.지금 논의도 현실을 경험한 사람들의 의견보다 이상적인 모습만 그리고 있다. 전반적으로 탁상공론에 가깝고 기존보다 나아지는 제도가 아니라 어떻게 덜 망가질지를 고민하는 상황이다."-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나."검찰개혁의 방향이 더 좋은 형사사법 체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망가지지 않는 방법을 찾는 수준이 됐다.8개월 동안 자문 과정에 참여하면서 가장 답답했던 부분도 그 점이다. 제도가 더 좋아지는 방향을 연구해야 하는데 정치권이 일단 바꿔놓고 우리는 최대한 부작용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검사의 직접수사·보완수사권 폐지 논의에 대한 우려가 크다. 보완수사권 폐지의 문제점은 무엇인가."보완수사권은 단순한 권한이 아니라 검사가 책임을 지는 장치다. 수사 과정에서 '왜 이 부분을 확인하지 않았느냐''왜 이런 허점을 놓쳤느냐'고 책임을 묻는 기능이다.그런데 지금 논의대로 가면 검사는 '권한이 없다''경찰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빠져나갈 수 있다. 결국 책임은 사라지고 경찰은 부담만 커지는 구조가 된다."-보완수사권 폐지 이후 실제 수사 현장에서는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나."검사는 무책임해지고 경찰은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될 수 있다.검찰을 비판할 때도 검찰권 남용을 이야기했던 이유는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논의는 그 구조를 경찰로 옮기는 것처럼 보인다.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어도 이를 통제하고 보완할 장치가 약해질 수 있다."-경찰 권한이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인가."경찰 전체가 권한을 받는다고 보면 안 된다. 국가수사본부나 경찰청 같은 조직은 힘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일선에서 수사하는 경찰은 오히려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수사 경찰은 권한을 받는 것이 아니라 책임과 의무를 지게 된다. 수사를 잘못하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를 감당할 구조가 마련돼 있지 않다."-김민석 국무총리가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 입장으로 정리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정치인 김민석으로서는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다. 당대표 경쟁 과정에서 검찰개혁에 소극적이라는 공격을 받지 않기 위해 선제적으로 방어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하지만 국무총리라는 위치에서는 다르다. 제도의 부작용까지 알고도 추진하는 것이라면 무책임한 부분이 있다.다만 당대표 선거가 끝난 뒤에도 그대로 밀어붙일지는 지켜봐야 한다. 김민석 총리나 이재명 대통령이 그렇게 무책임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정치권이 보완수사권 폐지를 추진하는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나."당대표 선거와 관련한 정치적 판단이 크다고 본다. 검찰개혁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측면이 있다.과거 노무현 대통령 시절 검사와 관련한 기억이 있는 사람들에게 검찰개혁은 강한 메시지가 된다. 정치적으로는 활용할 수 있는 사안이다."-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제한한다는 지적도 있다."헌법 문제는 법리적으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헌법은 추상적인 규범이기 때문에 한쪽 주장만으로 결론 내릴 수 없다.다만 지금은 개별 조항의 위헌 여부보다 전체 제도가 실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 세부 조항 하나하나를 따지는 것은 큰 문제를 놓치는 것이다."-개정안에 포함된 공소심의회 등 시민 참여형 기소 통제 제도는 어떻게 평가하나."이런 내용은 검찰개혁추진단 자문 과정에서도 논의된 적이 없다. 안건으로 올라온 적도 없다.일반 시민의 법 감정과 중요 사건의 기소 판단은 다르다. 스토킹, 층간소음, 아동학대처럼 일반적인 상식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건은 시민 참여가 의미 있을 수 있다.하지만 뇌물이나 직권남용 같은 사건은 증거와 법리를 판단해야 한다. '저 사람이 나쁘다'가 아니라 '증거를 통해 유죄 가능성이 있는가'를 판단하는 문제다."-시민이 중요 사건의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인가."그렇다. 수사 자료는 모두 공개되지 않는다. 결국 요약본이나 압축 자료를 보게 된다.짧은 시간 안에 수십 장의 자료만 보고 복잡한 사건의 법리를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 결국 목소리가 크거나 전문 용어를 잘 쓰는 사람이 분위기를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직접 경험한 사례가 있나."과거 수사심의회에 참여한 적이 있다. 아사히글라스 사건이었는데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자리였다.나는 사건 내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계속 질문했고 결국 기소가 됐다. 하지만 모든 위원이 사건을 깊게 이해하는 것은 아니었다.중요 사건을 시민이 제한된 시간 안에 판단하는 구조는 신중하게 봐야 한다."-지역 단위 공소심의회 운영에 대한 우려도 있나."지역성이 개입될 가능성이 있다. 특정 지역 정치인 관련 사건을 그 지역에서 판단한다고 하면 공정한 판단이 가능하겠느냐는 문제가 생긴다.검사는 직업적 판단을 하고 이후 책임을 묻을 수 있다. 하지만 시민위원은 결정을 내리고 사라지는 구조다.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검찰 권한 통제를 위해 필요한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나."검찰 권한을 줄이는 것 자체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검사도 책임져야 하고 경찰도 책임져야 한다.지금 방향은 검사는 무책임해지고 경찰은 수사 부담만 커지는 구조다. 국민 입장에서 기존보다 좋아지는 부분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앞으로 피해자가 스스로 대응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경찰 입장에서는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는 것보다 사건을 줄이는 것이 유리하게 작용할 위험도 있다. 피해자가 고소하면 경찰이 알아서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어려워질 수 있다.결국 돈과 정보가 있는 사람은 변호사를 통해 대응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결국 형사사법 개편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검찰개혁은 검찰 권한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국민에게 더 나은 형사사법 체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검사도 책임져야 하고 경찰도 책임져야 한다. 어느 한쪽 권한만 없애는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