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박지원 요구한 거국내각… 막상 '콜'하자 "일고의 가치 없어"
  • ▲ 침통한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침통한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이 바짝 몸을 낮춘 가운데에서도 신중히 대야(對野)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특검 요구에 이어 거국중립내각 구성까지 수용했음에도 야당의 정치 공세가 계속되자, 전통적인 안정희구세력을 대상으로 여론전에 호소할 조짐이 감지된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의 거국중립내각 건의는 여야가 동의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인물로 내각을 구성해서 원활하게 국정을 수습하자는 충정에서 내린 결론"이라며 "야당이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즉각 거부한 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성토했다.

    본래 거국중립내각 구성은 야권의 대표적인 인사들이 먼저 거론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26일 성명을 통해 "대통령은 국회와 협의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27일 의원총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새로 임명한 총리가 국정을 수습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역시 28일 비대위원회의에서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검토할 때"라고 했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도 페이스북에서 "거국중립내각을 신속히 구성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야권 대표 인사들이 한목소리로 요구했던 거국중립내각 구성안에 새누리당 최고위가 동조하자, 돌연 야권은 태도를 바꾸고 나섰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30일 긴급 간담회에서 "새누리당이 거국중립내각을 언급했다고 하는데, 듣고 싶지 않다"고 했고, 윤관석 수석대변인도 뒤이어 "새누리당의 거국내각 제안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같은 야권의 표변(豹變)을 향해 정진석 원내대표는 "거국중립내각은 문재인 전 대표, 안철수 전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먼저 제안한 이야기"라며 "자기들이 제안했던 거국중립내각을 우리 당이 수용하니 바로 걷어차버리는 딴지걸기, 갈짓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한두 번이 아니지 않느냐"며 △개헌 △특검 △거국중립내각 모두 야당이 먼저 제안했던 것인데, 여당이 수용하니 바로 "걷어찼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최근 '최순실 정국'과 관련해 야당이 무언가를 요구했다가 여당이 받는 듯 하면 다시 물리고 더 강한 요구에 나서는 행태를 조목조목 열거하며 상기시킨 것은, 불리한 정국 상황 속에서도 새누리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안정 희구 세력'을 상대로 여론에 호소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A를 요구했다가 이를 여당이 수용하는 듯 하면 철회하고 바로 다른 B를 요구하는 것은, 결국 사태의 수습책 자체를 마련하지 못하게끔 해서 정국의 혼란을 장기화하려는 속셈이 있다는 것을 은연 중에 드러내보이려는 것이다.

    공(公)조직과 시스템에 의한, 안정되고 투명한 통치 질서를 중시하는 '안정 희구 세력'은 지금 당장은 근본도 불분명한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에 분노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를 거두고 이반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오로지 정권 타도만을 목적으로 하는 세력의 '아스팔트 정치'가 계속되고, 국회에서는 연이은 야당의 '갈짓자 행보'로 오히려 혼란만이 심화되면, 다시금 새누리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여지가 있는 것으로 정치권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 모두발언을 통해 오로지 혼란만을 부추기고 장기화하려는 듯한 야권의 행태를 격렬히 성토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도대체 야당이 원하는 게 뭐냐"며 "끊임없이 국정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헌정중단·국정중단의 아노미(Anomie) 상태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당은 모든 걸 다 양보해서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며 "도대체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라고 개탄했다.

    나아가 "정녕 야당이 아노미 상태를 획책한다면, 그런 반(反)국가적인 행태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야당은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자세로 거국중립내각 구성 등 국정 수습의 노력에 즉각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