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육성 필요성엔 공감…복지·증세 등에선 입장 엇갈려
  • ▲ 새누리당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7일 부산에 있는 동의과학대학교에서 미래인재상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부산 동의과학대학교 측 제공
    ▲ 새누리당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7일 부산에 있는 동의과학대학교에서 미래인재상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부산 동의과학대학교 측 제공

    새누리당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7일 부산에 있는 동의과학대학교에서 '미래 인재의 조건'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전날 유승민 의원이 부산대학교에서 '보수 혁신'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데 이어 오 전 시장도 부산으로 뛰어들면서 비박 대권 주자들의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두 사람은 새누리당의 대표적인 비박계 대권후보로 최근 '강연 정치'를 통해 젊은 층과 접촉면을 넓히는 등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 정책에서는 이날 확실한 차이를 보였다. 유승민 의원이 그간 강연에서 경제에서는 사실상 진보의 목소리를 대부분 수용했다면, 이날 강연에 나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시장경제체제의 가치를 확고하게 지키는 방향으로 말해 대조를 이뤘다.

     

    ◆ 중복지 거론한 유승민에 '죽은 원조'로 맞선 오세훈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7일 강연에서 복지에 대한 소신을 꺼냈다. 오 전 시장에게 있어 복지 논쟁은 정치인생에 있어 큰 변곡점이자 물러설 수 없는 지점이다. 그는 서울시장 재임 기간 도중 '무상급식' 논쟁이 불붙자 주민소환투표에 시장직을 건 바 있다.

    그는 이날 '담비사 모요'가 쓴〈죽은 원조〉에 실린 일화를 소개하면서 '무상복지'의 어두운 단면을 들춰냈다.

    오 전 시장은 "아프리카에서 착한 일을 하자고 해서 모기장을 보내는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 결과 주민들이 모기장으로 모기를 잡기는커녕 물고기를 잡을 그물로 썼다. 그것도 모자라 모기장 업체가 망하면서 그 일대 시장 생태계가 완전히 망가졌다"고 소개했다.

    최근 야권 일각에서 제시되는 청년 수당과 같은 정책들이 실제로는 청년들을 병들게 한다는 완곡한 비판이다. 시장직을 잃으면서까지 지키려 한 '시장경제체제'가치에 대한 소신은 여전함을 나타낸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르완다에서 6개월 자원봉사를 하면서 척박한 땅을 개간에 쌀농사를 지을 토지를 가꾼 일을 얘기하면서 복지만큼 의식 변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에 반해 유승민 의원은 "필요한 곳에 복지를 더 하자"면서 "중 부담 중 복지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42년 영국의 베버리지 보고서 ▲1942년 독일 비스마르크의 사회복지제도 ▲1945년 프랑스 샤를 드골의 전면적 사회보장제도 도입을 선진국의 보수 개혁 사례로 꼽았다.

     

  • ▲ 새누리당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날 강연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대학생들에게 강조했다. ⓒ부산 동의과학대학교 측 제공
    ▲ 새누리당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날 강연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대학생들에게 강조했다. ⓒ부산 동의과학대학교 측 제공

     

    ◆ 4차 산업 육성에는 공감대 형성? 각론에선 이견

    오세훈 전 시장은 '미래 인재의 조건'이라는 주제에 맞춰 ?차 산업혁명'에 대한 설명에 꽤 긴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ICT와 스토리 텔링을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앨빈 토플러의 말을 인용해 "시장에서 기업들이 사회변화를 100마일의 속도로 따라가고 있다면, 집에는 60, 정부 조직은 25, 학교가 10, 법에는 1마일의 속도로 사회변화를 예측하고 따라간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의원은 생산함수를 인용하면서 자본과 노동이 아닌 총생산요소에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내다봤다.

    이는 4차 산업이 자본과 노동력의 크기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두 사람 모두가 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고 이를 지원해야 한다는데 공감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법과 정부가 본질적으로 시장이 발전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설명을 덧붙이면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실제로 적기 조례(Red Flag Act)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우버'가 규제에 가로막혀 발길을 돌려야 했다"고 비판을 가했다. 적기 조례는 산업혁명 초창기, 증기기관을 개발한 영국이 자동차에 대해 실시한 규제로 자동차가 가는 길 50m 앞에서 빨간 깃발을 들고 사람이 걸어가는 우스꽝스러운 사례를 일컫는 말이다. 여기에는 이해관계집단인 마부가 모인 노동조합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유승민 의원은 재벌개혁을 언급해 큰 시각차를 드러냈다. 그는 "미국의 공화당이 스탠다드 오일이라고 하는 회사를 34개로 쪼개서 각자 경쟁하라는 식의 과감한 조치를 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 정부의 역할론에도 '온도 차' 감지 돼

    오세훈 전 시장은 방만한 정부 조직에 대한 효율성이 제고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서울 시장 재임 기간을 떠올리면서 '당근'으로 "당시 연차로 끊던 승진체계를 절반 만에 승진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성과제도를 도입했다"고 했다. 또 '채찍'으로 성과 하위 3%를 퇴출하도록 했는데 "조직 전체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개선하려던 사람들은 일을 전혀 못 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조직 전체가 벌벌 떨더라"라면서 "왜 그런지 저는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적절한 상벌로 조직을 끌어가는 '인센티브 리더십'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유승민 의원은 정부가 시장과의 균형과 조정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수들은 개혁에 반대하지 말고 해야 한다"면서 "용감한 리더십을 가지고 보수가 이 나라를 바꿨으면 싶다"고 주장했다.

     

  • ▲ 유승민 의원은 전날 부산대학교 강의에서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보수가 진보진영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각론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는 경제 문제에 대한 해법이 달랐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유승민 의원은 전날 부산대학교 강의에서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보수가 진보진영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각론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는 경제 문제에 대한 해법이 달랐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증세 문제엔 해법 엇갈려…시각차 명확해

    증세 문제에 대해서 오세훈 전 시장은 특별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낮은 담세율'과 '높은 면세점'을 증세 문제를 다루기 위해 먼저 알아야 할 내용으로 제시했다.

    이는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로는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보다 일방적으로 높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는 현실을 설명한 것으로, 증세 문제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유승민 의원은 증세 문제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단언했다. 유 의원은 서울대학교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법인세 등을)MB 정부 이전으로 되돌릴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재벌개혁의 일환으로 진보진영의 입장에 동조한 부분 중 하나로 보인다.

    요약하자면 오세훈 서울시장의 강연은 시장경제체제의 원리에 충실한 경제비전을 학생들에게 제시했다. 경제에서는 기존에 잘 성장해온 동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4차산업 변화에 미래 인재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경제 문제의 해법으로 확고한 보수색을 천명한 셈이다.

    유승민 의원이 전날인 지난 6일 법인세 인상에 찬성하고, 사회적 경제를 거론하면서 경제정책 전반을 손봐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는 크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같은 뚜렷한 시각차에 따라 내년 대선을 앞두고 비박계 대권후보들의 본격적 경제문제 아젠다 싸움이 시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강연 후 취재진의 질문에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충실하게 특강을 준비했을 뿐, 정치적 해석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날 학교에서 한 학생에게 '성매매 합법화'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을 받자 "저는 말조심을 해야 하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서 이야기하면 뉴스가 된다"고 토로했다. 이날 강연 역시 충분히 정치적 해석이 될 수 있음을 감안하고 한 발언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