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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과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당내파 대권 주자들은 여권의 핵심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릴 여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나친 좌클릭으로 스스로 기회를 잃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대구·경북은 여권의 '핵심 지지 기반'이라 일컬어진다. 달리 말하면, 여권 후보에게 정통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맡는 권역도 대구·경북(TK)이다.
국민의당 김한길 전 선거대책위원장은 일찍이 "호남에서 지지받지 못하는 야권 주자는 있어본 적도 없고, 있을 수도 없고, 있어도 승리할 수 없다"는 '3불론(三不論)'을 펼쳤다.
여권에서 같은 역할을 하는 권역이 TK다. TK에서 지지받지 못하는 여권 후보는 있어본 적도 없고, 있을 수도 없고, 있어도 승리할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TK에서 여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후보들에 대한 지지의 동향에는 주목할 만한 지점이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일단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TK 권역에서 선호도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TK 등 권역별 선호도 기타 그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반기문 총장의 지지율은 상당히 일정한 흐름을 그리고 있다. 특별히 낮아지는 것도 없지만, 높아지는 것도 없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을 유지하는 중이다.
연고지인 충청권에서 40%대 지지까지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 지지라고까지는 표현할 수 없다. 반기문 총장의 여권 후보로서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기는 하지만, 일단 호의적으로 지켜보는 단계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달리 뚜렷한 여권 주자가 없다는 점이다. 새누리당 당내파 대권 주자의 필두 격인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은 8월 여론조사에서 8%까지 올라오면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를 제쳤으나, 9월에는 다시 상승세가 꺾였다.
9월 여론조사에서도 여전히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에게는 리드를 유지하고 있지만 위안 삼을 수는 없다. 문재인·안철수 두 야권 주자에게조차 TK에서 뒤처지고 있던 8월 이전의 상황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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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대구·경북 지역 응답층의 조사 결과를 6월 이후로 추적한 추세. 이 여론조사와 관련한 기타 그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래픽=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해 11월 호남에서 충격적인 5% 지지율을 기록하자, 당은 형해화 수순에 돌입했다. 다음달인 12월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을 시작으로 줄줄이 탈당 행렬이 이어지면서 결국 분당(分黨)에 이르렀다.
당시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에서 기록했던 5%의 지지율 자체도 충격이었지만, 여권의 김무성 전 대표보다 낮은 지지율로 4위에 머물렀다는 게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정계 개편까지 촉발했던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김무성 전 대표는 집권여당의 대표최고위원까지 지냈고 현재 당내파 중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인데도 야권 후보와 TK에서 아웅다웅하는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게다가 여전히 문재인 전 대표에게는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반기문 총장보다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비슷한 양상으로 지지율 횡보를 보이는 게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다. 10%대 초반의 낮은 지지율을 유지한 채 횡보 중이다.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내년 12월 대선에서도 TK에서 이 정도의 득표율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고조 유방(劉邦)이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먼저 근거지인 관중(關中)을 튼튼히 했기 때문이다. 먼저 여권의 '집토끼'에 해당하는 TK의 표심을 사로잡고, 이를 바탕으로 당내 경선을 돌파한 뒤 본선에 나아가 야권 후보와 중도 영역을 두고 다퉈야 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여권의 여러 당내파 후보들이 좌클릭을 하거나 포퓰리즘적인 행태를 보이는 것은 우려된다. 여권의 핵심 지지 기반인 TK의 표심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으니, 당내파 후보들이 좀처럼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는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슈스케' 경선 방안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고, 반기문 총장만 바라보는 것도 마치 천수답(天水畓) 농사 짓듯 하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
이번 추석 명절에도 많은 여권의 당내파 대권 주자들이 TK의 밥상머리에 올라 난도질을 당할 것이다. 이처럼 당내파 대권 주자들이 영 마뜩찮은 모습을 보이고 부진이 계속되면, 반기문 총장을 향한 TK의 호의적 관망은 점차 굳은 지지세로 변해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 때는 새삼 경쟁을 벌이려 해도 실기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