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이 직접 전한 메시지 통해 대권 적극 권유, 그 배경은추미애·박지원 만남 후 냉면회동 미뤄져… DJP 연합 미래는
  •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의 대권 행보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충청의 맹주로 불리는 김종필(JP) 전 총리가 "혼신을 다해 돕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사실상 김종필 전 총리를 비롯한 충청권 인사들이 내년 대선에서 반기문 총장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반기문 총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진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와의 면담 자리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를 통해 이같은 김종필 전 총리의 메시지를 구두로 전달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친필 서한으로 알려졌던 노란 봉투는 별도의 서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석 원내대표에 따르면 김종필 전 총리는 반 총장에게 "유종의 미를 거두고 환국하시라"며 "결심한대로 하시라. 결심한대로 하시되 이를 악물고 하셔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내가 비록 힘은 없지만, 마지막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돕겠다"며 반기문 총장의 대선 출마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 5월 반기문 총장은 김종필 전 총리의 자택을 예방해 30분간 배석자 없이 대화를 나눴다. 

    당시 반기문 총장은 "지난 10년간 제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한 역할을 설명했고, 김 총재가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열심히 마지막까지 임무 잘 마치고 들어와라'고 격려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내년에 돌아오면 다시 인사드리겠다고 하고 건강하시길 기원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대선 관련 이야기를 나눴냐는 질문에는 "그런 말씀은 안 나눴고 앞으로 열심히 일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답했다. 

    지난 7월에는 김종필 전 총리에게 '지난 5월 한국 방문 때 감사했다. 내년 1월에 뵙겠다. 지금까지처럼 지도 편달 부탁드린다'는 취지의 친필 서한을 보냈다. 이를 놓고 반 총장이 '충청 대망론'을 동력 삼아 차기 대권을 노리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반기문 총장에게 대권 행보를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동시에 김종필 전 총리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여권발(發) 충청 대망론을 이어가겠다는 의도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충청의 맹주로 불리는 김종필 전 총리는 최근 야당 대표들과 접촉을 늘렸는데, 김 전 총리와 여권의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반기문 총장과의 연결을 강조하면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편 김종필 전 총리가 사실상 반기문 총장 지지 선언을 하면서 야권 입장에서는 'DJP 연합'이 무산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당시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의 김종필 총재와 연합해 호남과 충청 표심을 엮어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모두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삼고 DJ 계승을 강조하고 있어 내년 대선을 위해 충청 민심 공략이 절실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 9일로 예정됐던 김종필 전 총리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안철수 전 대표와의 '냉면회동'은 추석 연휴 이후로 미뤄졌다. 기존 일정이 취소되고 연기된 이유에 대해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특별한 이유는 없고 어르신들이라서 그렇다"고 일단 선을 그었지만 이번 김 전 총리의 지지발언을 놓고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김종필 전 총리는 지난 13일 더민주 추미애 대표와의 만남에서도 "야당이 따질 것은 따지고 도와줄 것은 도와줘야 한다"며 "야당에 대한 역할과 기대가 크다"고 말하는 등 적극적인 지지 발언은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