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종-김재원, 야당 지도부와 첫 상견례...정치 고수들의 뼈 있는 농담 '탐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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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0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를 예방한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10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를 예방한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정치 9단' 달인(達人)들의 불꽃 튀는 탐색전이다.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여야 지도부를 예방했다.

    10일 오후 여의도에 도착한 두 사람은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순으로 만나 인사를 나눴다.

    이원종 실장은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을 예방한 자리에선 "당이 어려울 때 맡아서 어깨가 무거우시겠지만 중요한 시기에 큰일을 하는 것도 보람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김희옥 위원장은 "기대만큼 정부와 국민을 위해 힘을 합쳐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리는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걱정이 많다"고 답했다.

    이원종 실장은 이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국민 전부가 모두가 원하는 것이니까, 잘 좀 지도해주시고 아껴 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김종인 대표는 "두 분이 소통을 잘 하는 분들이니까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했다.

    특히 김종인 대표는 "대통령께 말씀을 잘 하면 쉽게 풀릴 수 있는 문제들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옆에서 보기에 꽉 막힌 경우가 있더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재원 수석이 의정경험도 많고 대통령과도 오랜 관계를 갖고 있으니, 잘 대통령에게 돌아가는 이야기를 보고하고 어려운 문제를 잘 풀도록 노력해 달라"고 했다.

    김종인 대표는 지난 2012년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맡고 있을 당시, 김재원 의원과 매우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김종인 대표는 "앞으로 협치가 잘 됐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은근슬쩍 청와대를 떠보기도 했다.

    그는 "이원종 실장은 경험이 아주 풍부하니까 원활하게 잘 이끌어 갈 것이라고 본다. 김재원 의원은 개인적으로 잘 알기 때문에 남은 기간 동안에 협치하는 데 효율적으로 협력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자 이원종 실장은 "야당의 수장, 여야를 넘어서 국가의 원로로서 여야를 아우르는 그런 지도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라고 말을 받았다.

    이원종 실장은 또 "(김종인 대표가) 오래도록 일하는 것을 보니까 애국지사 후예답게 타고난 운명이라 생각한다. 나라와 필요로 하고 세월이 필요로 하면 역할을 해 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김종인 대표는 "2012년 새누리당 가서 일을 했는데 3년 후에 또 다른 당 와서 하니까 일반 사람들이 잘 이해를 못하는 것 같은데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야당 대표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편안하게 쉬고 있어야 하는 사람인데, 상황이 어쩔 수 없어서 여기 들어와서 이런 일을 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 ▲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집무실에서 이원종(가운데)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재원(왼쪽) 정무수석의 예방을 받고 있다. ⓒ뉴시스
    ▲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집무실에서 이원종(가운데)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재원(왼쪽) 정무수석의 예방을 받고 있다. ⓒ뉴시스

     

    두 청와대 인사는 마지막으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만났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제는 청와대에서 얼마나 잘 해주는가에 따라서 국회가 성공하느냐 안하냐가 달려있다. 모든 권한이 대통령에게 집중이 되니까 이제 결국 대통령이 성공해야 나라가 성공한다"고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김재원 수석에 대해 "저분은 너무 맹목적인 충성을 하는 분이라 절대... (배우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대단하신 분"이라며 뼈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김재원 정무수석은 "맹목적 충성은 좀…"이라며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고, 박지원 원내대표는 "맹충하지. 저는 직격탄을 날리는 사람인데, (김재원 정무수석이 예전에 내 앞에서는) 예의 갖추고 (뒤에서는) 제대로 뒤통수 때린다"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원종 실장에게는 "(20대 국회) 원 구성과 관련해 일부에선 청와대 개입설도 얘기하는데, 저는 원내수석에게 청와대 개입설은 얘기하지 말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기춘 비서실장과도 잘 알았는데, 이병기 전 비서실장과도 자주 전화를 했다"고 에둘러 소통을 압박했다.

    이원종 실장은 "여가 됐든 야가 됐든 목표는 대한민국의 발전이니, 박 원내대표가 그동안 쌓인 내공으로 잘 이끌어달라, 저희도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