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문재인 옆자리? 안철수, 등 돌려 '휙'

안철수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5·18 민주대행진 및 전야제에 참석했다가 이해할 수 없는 주최측의 진행에 표정을 굳혔다. 일부 의원은 행사 도중에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출하기도 했다.

파열음은 행사에 앞서 의전을 조율하는 과정에서부터 터져나왔다. 주최측은 행진을 하는 대열을 1열 5·18 유족회를 시작으로, 3열 정당·사회단체 대표, 4열 국회의원 등 정당인과 사회단체 관계자의 순서로 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위치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장휘국 광주교육감 등과 동렬(同列)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상식밖의 의전 행태라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38석 원내교섭단체를 이룬 원내3당의 대표가 정치권에 허다한 전직 대표 중 한 명이나 비교섭단체 대표와 동렬에 선다는 것 자체가 상식 밖이고, 그 외의 같은 열에 위치해 있는 사람들과도 모두 격이 맞지 않는다.

국민의당 광주광역시당은 이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주최측은 "정치 행사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주최측은 본래 운동권이라 국민의당보다는 친노·친문 세력과 코드가 맞는다"며 의전 '불협화음'의 원인이 다른 곳에 있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백양사 방장 지선스님 예방 관계로 이날 오후 6시 30분 무렵 도착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본래 자신이 서게 돼 있는 3열을 지나쳐 그대로 4열의 국민의당 의원들 사이로 향했다. 주최측이 "사무처는 의전을 점검해달라"며 "논의된대로 자리를 잡아달라"고 당부한 것을 고려하면 돌출 행보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안철수 대표가 당대표인데도 격을 낮춰 4열에 자리한 것에 대해 국민의당 관계자는 "(백양사 방장 예방 이후) 교통 정체 때문에 행사에 늦게 도착했기 때문"이라며 "함께 온 의원들과 달리 혼자만 3열에 설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식 밖의 의전 행태에 대한 불쾌감을 내비친 것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행진이 시작된 뒤에도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 의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만한 장면이 여럿 등장했다. 특히 선도 방송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주최측의 한 진행자는 대놓고 특정 패권주의 계파에만 편파적으로 유리한 내용의 발언을 해 국민의당은 물론 연도의 시민들조차 아연하게끔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의 백금렬 씨는 이날 3열 펼침막 행진 앞의 선도 방송차에 올라타 "요즘에 청와대 가서 차 한 잔 나눠마시고 협치, 협치하는데 대통령직 도둑질해간 사람과 무슨 협치를 말하느냐"며 "옳지 못한 불의한 일에 몸을 던져 싸우는 모습을 보였다면, 4·13 과 같은 안타까운 일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에서의 4·13 총선은 이 지역을 '표 식민지'처럼 여기고 있던 친노친문패권 세력을 유권자들이 직접 심판한 위대한 선거혁명이었다. 뭐가 불만이기에 이를 '안타까운 일'이라고 표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4·13 총선에서 호남에서의 대승을 기반으로 제3당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국민의당으로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발언이다.

이 때문에 해당 진행자가 "오월정신 폄훼왜곡 박근혜정권 타도하자" 등 과격 구호를 지속적으로 선창하는데도 안철수 대표를 위시한 국민의당 행렬 지도부는 묵묵무답으로 일관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해당 구호가 외쳐질 때 '팔뚝질'을 함께 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백 씨는 급기야 "야당 의원들은 인기를 얻겠다고 종편에 나가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제넘게 꾸짖으며 "TV조선, 채널A, MBN 등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분들은 손을 들어보라"고 요구했다. 국민의당 의원들은 모두 굳은 표정으로 대응조차 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행렬에서도 양향자 전 후보만 혼자 손을 들었다.

그러자 백 씨는 "아무도 (손을) 안 들어버리네"라더니 "(내가 광주) 서구로 이사 가서라도 (양향자 전 후보에게) 한 표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도를 넘는 언행이 이어지자 연도의 시민들도 "오매, 저게 뭐하는 짓이여" "선거운동을 하고 있네"라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를 의식한 듯 백 씨는 "인도에 있는 시민 여러분, 종편에 출연하지 않도록 야당 의원들께 박수를 보내달라"고 했지만, 인도에서는 아무런 호응이 없었다. 대열 중에서도 소수의 인원들만이 자기네들끼리 박수를 치는데 그쳤다.

참지 못한 김동철 광주시당위원장이 "그만 좀 떠들라"라고 일침을 가하자 백 씨도 머쓱했던지 "무언의 동의를 한 걸로 알겠다"며 화제를 서둘러 돌렸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올해는 유난히 (행사를 진행하는 관계자들이) 싸움닭들로만 구성된 느낌"이라며 "단순히 안철수 대표나 국민의당과만 코드가 맞지 않는 게 아니라, 4·13 총선을 통해 나타난 호남 민심과도 유리된 발언들이 이어졌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