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톱 호흡 묻자 "직책은 직책, 선수는 선수, 나이는 나이"
  • ▲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신임 정책위의장. 4선 정책위의장이 된 그는 3선 우상호 원내대표와 발 맞춰 더민주의 정책을 조율하게 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신임 정책위의장. 4선 정책위의장이 된 그는 3선 우상호 원내대표와 발 맞춰 더민주의 정책을 조율하게 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신임 정책위의장에 4선의 변재일 의원이 임명됐다. 우상호 신임 원내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11일 변재일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임명했다. 3선의 우상호 원내대표와 함께 발맞춰 원내 핵심을 구성할 자리에 우 원내대표보다 높은 선수의 중진 의원이 배치된 것이다.

    변재일 신임 정책위의장은 이날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시기에 원내 1당 정책위의장이라는 무거운 자리를 맡았다"며 "민생문제, 정책문제에 우리 당이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정치적 결단 때문에 (김 대표가) 저에게 정책위의장을 맡긴 게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이어 "4선으로 정책위의장을 받을 적에 조금 고려했지만, 당이 필요할 적에 내가 설 자리가 있으면 받아야 하는 거다. 이건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배운 것"이라며 "당이 필요하다면 선수에 상관없이 그 역할을 해내야 하는 것이 정치인의 도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변 정책위의장은 김종인 대표가 정책위의장으로 발탁한 배경이 무엇이라 보느냐는 질문에 "김종인 대표가 생각하는 경제의 모습은 우리가 다 아는 것 아니냐"며 "청년 사회를 어떤 것을 만들어야 하는지가 우리 정부가 가장 핵심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다. 그런 것에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서도 김종인 대표와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산업 구조조정이 시급하게 추진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데 공감한다"며 "결과적으로 수요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위 투자 촉진 정책이 이뤄져, 궁극적으로 공급과잉으로 인한 문제를 우리 산업 전반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다른 신임 정책위의장인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과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과도 잘 어울릴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김광림 정책위의장과는 공무원 시절 과장부터 같이 지냈다"면서 "노무현 정부 차관을 맡을 당시 동기다. 친구 같은 사이"라고 했다.

    김성식 정책위의장에 대해서는 "당시 새누리당 소속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가까이할 수 없었지만, 우리 당이 새정치연합과 통합할 당시 양당 정책과 가치·철학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제가 민주당 대표로 나갔었다"면서 "국민의당에서 현실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에 대해 공감하는 바도 많고 많은 문제를 깊이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줄곧 긍정적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던 그는 3선의 우상호 원내대표와 호흡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는 다른 답변을 했다. "인간적으로는 절친한 사이"라면서도 직책은 직책, 선수는 선수, 나이는 나이"라고 선을 그었다.

    새누리당은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짝을 지어 경선에 출마해 의원들의 선택을 받는 구조로 선출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책위의장직 임명이 당 대표의 고유권한으로 돼 있다.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과 투톱의 성향이 다를 수 있다. 이번 정책위의장 선임이 우 원내대표에 대한 견제 성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 10일, 김종인 대표는 초선 의원 워크숍이 열린 국회 예결위회의장을 나서면서 취재진에게 '신임 정책위의장을 결정하셨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우상호 원내대표는 신임 정책위의장에 대해 "아직 통보받은 바 없다"고 한 바 있다.

    신임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공무원 출신으로 16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참여정부에서 정보통신부 차관을 지내다 17대 국회의원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86운동권 출신인 우상호 의원과는 거리가 있다.

    48년생인 변 정책위의장은 62년생인 우상호 원내대표보다 나이도 훨씬 많다. 전문성에서도 민주정책연구원장을 맡은 바 있어 당내에서는 정책통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비록 직책은 우상호 원내대표가 위라지만, 우 원내대표로서는 함께 호흡을 맞출 정책위의장이 변재일 의원으로 정해지면서 일방적으로 원내를 주도하기가 어려워진 셈이 됐다.

    변 정책위의장은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우리 당이 우리 주장만 계속 하면, 우리 주장은 비록 관철하지 못할지라도 상대방 주장을 좌절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이제는 우리 당 입장만 강조할 경우, 다른 당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운동권 등 강경파가 큰 목소리를 냈던 지난 19대 국회처럼 국정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