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3석·새누리 2석… "문재인 호남 방문 역효과, 지지 거둔 것 분명"
  • ▲ 13일 오후 6시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서울 마포 당사에 모여있던 국민의당 당직자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서로 축하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13일 오후 6시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서울 마포 당사에 모여있던 국민의당 당직자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서로 축하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의 극심한 견제를 뚫고 호남(광주·전남·전북) 28석 중 23석을 석권, 탄탄한 토대를 구축했다. 그러나 더민주도 호남 외 지역에서 의외로 선전하면서 향후 호남을 중심으로 진지전을 펼칠 국민의당과 야권 재편을 놓고 극심한 '힘겨루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오후 6시, 지상파 3사(KBS·MBC·SBS)와 방송협회 공동예측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호남에 걸린 28석 중 23석을 석권할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 바람'을 넘어 '녹색 돌풍'에 가까운 수준이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국민의당은 호남의 심장부 광주광역시에서 8석 전석을 석권할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 직전까지 우위를 보이고 있던 광주 광산을의 더민주 이용섭 후보조차 국민의당 권은희 후보에게 무릎 꿇는 결과가 나타났다.

    국민의당 권은희 후보는 49.4%의 예상 득표율을 얻어, 44.5%에 그친 더민주 이용섭 후보를 제칠 것으로 조사됐다.

    이용섭 후보는 재선 국회의원으로 행정자치부 장관과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낸 거물이다. 이러한 거물급 인사조차 초선 의원으로 능력의 한계를 보인 권은희 후보 앞에 무릎 꿇었다는 것은, 더 이상 친노·친문패권의 딱지를 붙이고서는 호남에서 설 자리가 없어졌다는 단적인 증거로 해석된다.

    이외에 친노·친문패권 세력들이 '물갈이 대상'이라고 극렬히 매도한 국민의당 광주 지역 현역 의원들은 모두 무난한 득표율로 당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3선을 노리는 광주 동남갑의 장병완 후보는 58.3%, 4선 고지 등정을 시도하는 광주 동남을의 박주선 후보는 53.8%, 마찬가지로 4선을 앞둔 광주 광산갑의 김동철 후보는 52.6%의 예상 득표율을 보였다.

    전남에서는 10석 중 9석을 석권할 것으로 조사됐다. 새누리당 이정현·더불어민주당 노관규·국민의당 구희승 후보 사이에서 치열한 3파전이 전개됐던 전남 순천에서만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44.1%의 예상 득표율로 3선 고지 등정에 성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민주 노관규 후보의 예상 득표율은 39.5%, 국민의당 구희승 후보의 예상 득표율은 11.8%였다. 순천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순천에서는 친노·친문패권 심판 표심이 국민의당이 아닌, 현역 의원이 있는 새누리당으로 쏠린 결과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당사에서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를 지켜보던 중 인천 부평갑에서 국민의당 문병호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예측 결과가 나오자 파안대소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마포당사에서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를 지켜보던 중 인천 부평갑에서 국민의당 문병호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예측 결과가 나오자 파안대소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전북에서는 10석 중 6석을 차지할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의당은 전주갑과 익산갑을 각각 더민주 현역 의원인 김윤덕·이춘석 후보에게 내주고, 전주을을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에게 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완주·무주·진안·장수에서는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 직전까지의 추세와는 달리 예상을 뒤엎고 더민주 안호영 후보가 53.4%의 예상 득표율로 '로컬 푸드 전도사'인 완주군수 출신 국민의당 임정엽 후보(41.7%)를 누르는 것으로 전망됐다.

    전북 대표 정치인인 정동영 후보의 생환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전주병은 정동영 후보가 48.6%의 예상 득표율로 46.7%의 더민주 김성주 후보를 근소하게 앞설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의당 분당(分黨) 과정에서 전북에 형성됐던 '친노패권스크럼'에 굴하지 않고 탈당했던 현역 의원 2인방인 유성엽 후보(전북 정읍·고창)와 김관영 후보(전북 군산)는 각각 49.5%와 44.8%의 예상 득표율로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민의당이 호남 28석 중 23석을 석권하는 반면 애초 이 지역을 '텃밭' 삼고 있었던 더민주는 비참한 수준으로 몰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민주는 호남의 심장부인 광주와 전남에서 전패한 데 이어, 전북에서 고작 3석(전주갑·익산갑·완주무주진안장수)을 건지는 데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남·북에서 각각 1석씩 2석(순천·전주을)을 차지한 새누리당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지위로 격하된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각각 사전투표기간과 본투표를 앞둔 기간에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을 방문했던 것이 완전히 역효과를 불러일으켜 판을 뒤엎은 것 같다"며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 호남이 완전히 지지를 거뒀다는 것이 표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야권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 더민주 친노·친문패권주의 세력이 완전히 축출당함에 따라 향후 대선을 앞두고 야권발 정계 개편 과정에서 양당 간의 힘겨루기가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야권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 더민주가 완전히 축출되고 국민의당이 의석을 석권했다면, 본래대로라면 더민주가 붕괴되고 국민의당 중심으로 야권이 재편되는 게 맞다"면서도 "더민주도 비호남 지역에서 예상 외로 선전했기 때문에, 야권 재편을 둘러싼 양당 간의 힘겨루기가 팽팽하게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