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구성 협조 위해 양보 가능성도"… 김동철·박주선·주승용 등 하마평
  • ▲ 87년 체제 이후로 제3원내교섭단체가 구성됐던 역대 총선의 결과와 국회의장단 배정 내역. ⓒ표=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87년 체제 이후로 제3원내교섭단체가 구성됐던 역대 총선의 결과와 국회의장단 배정 내역. ⓒ표=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15대 총선(1996년) 이후로 20년 만에 제3원내교섭단체가 들어서고, 16대 총선(2000년) 이후로 16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됨에 따라, 국회의장단이 어떻게 구성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현행 '87년 체제'가 성립된 이후 처음 실시됐던 13대 총선(1988년)에서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되고 4개의 원내교섭단체가 들어선 적이 있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집권 민주정의당(민정당)은 125석에 그친 반면, 김대중 총재의 평화민주당(평민당)은 70석,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민주당)은 59석을 차지했다. 이 때에는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공화당)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했다.

    이에 따라 여대야소 정국에서 통상 국회의장과 2명의 국회부의장 중 1명을 여당에서 배출하는 관례에서 벗어나, 2명의 국회부의장 전부를 야당에 배정해 제1야당인 평민당이 노승환 국회부의장을, 제2야당인 민주당이 김재광 국회부의장을 배출했다.

    4년 후에 치러진 14대 총선(1992년)에서도 여소야대와 제3원내교섭단체가 구성됐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의 집권 민주자유당(민자당)은 149석으로 과반에 1석 모자라는 의석을 얻었으며, 김대중 총재의 민주당은 97석을 얻었다. 정주영 총재의 통일국민당(국민당)은 총선을 불과 3개월 앞두고 급조된 정당이었음에도 31석을 얻는 대약진을 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이 때에는 민자당이 야권의 국회부의장 배정 요구를 거절했다. 제1야당과 제2야당을 합쳐도 여당의 의석 수에 미치지 못하는데다, 여당이 과반 의석에서 불과 1석 모자란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실제로 그 이후 민자당은 이른바 '야당 의원 빼내기'를 통해 과반 의석을 달성했다. 국회의장(박준규)과 1명의 국회부의장(황낙주)을 집권여당 민자당에서 배출했고, 야권에는 제1야당 민주당에 나머지 1명의 국회부의장(허경만)이 할애되는데 그쳤다.

    1996년 치러진 15대 총선에서도 또 여소여대 정국이 형성되고 제3원내교섭단체가 등장했다. 김영삼 대통령의 신한국당은 139석에 그쳤고, 김대중 총재의 국민회의가 79석, 김종필 총재의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50석을 차지했다.

    50석 자민련은 제2야당치고 큰 규모였지만 국회부의장 확보에 실패했다. 집권여당 신한국당이 김수한 국회의장과 오세응 국회부의장을 배출했고, 야권은 제1야당 국민회의가 김영배 국회부의장을 배출했다.

  • ▲ 13일 자정 현재 20대 총선 개표 현황에 따른 전망 의석 수. ⓒiMBC 20대 총선 특집 페이지 갈무리
    ▲ 13일 자정 현재 20대 총선 개표 현황에 따른 전망 의석 수. ⓒiMBC 20대 총선 특집 페이지 갈무리

    이 당시 집권여당이 자민련의 요구를 뿌리치고 국회부의장을 배출한 것은 이후 노동법 강행처리 과정에서 결정적인 결과로 돌아오게 된다. 김수한 국회의장을 대신해 오세응 국회부의장이 사회를 맡아 노동법을 강행처리한 것이다. 야권에 2명의 국회부의장을 모두 할애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는 지적이다.

    이후 1997년 대선에서 여야 간의 정권교체가 일어난 뒤에, 16대 총선에서는 다른 양상의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됐다. 만년여당이던 한나라당이 야당의 포지션을 맡아 133석 제1당이 돼 거대 야당을 형성했다. 반면 새롭게 연립여당을 구성한 민주당과 자민련은 각각 115석과 17석에 그치며 심판받았다.

    특히 자민련은 이 때 17석에 그치며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일단 실패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의원 3명을 탈당시켜 자민련에 입당시키는 헌정 사상 희대의 '의원 꿔주기'를 통해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만들었다. 이러한 '의원 임대'에 강창희 의원이 반발하며 탈당하자, 민주당과 자민련은 장재식 의원을 추가로 '빌리고 빌려주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아무튼 이러한 결과로 자민련이 억지 교섭단체를 구성하면서 국회의장단은 제1여당인 민주당이 이만섭 국회의장을, 연립정권의 일부이자 제2여당인 자민련이 김종호 국회부의장을 배출하고,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홍사덕 국회부의장을 배출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13일 자정 현재 20대 총선의 결과는 새누리당 127석, 더불어민주당 119석, 국민의당 38석 획득이 유력한 상황이다.

    제1야당과 제2야당의 의석 수를 합하면 집권여당의 의석 수를 초과한다는 점은 제2야당에 국회부의장이 배정됐던 13대 총선 이후 성립됐던 국면과 유사하다. 야권에 국회부의장 2명이 모두 배정되지 않았던 14대 총선과 15대 총선 때에는 제1야당과 제2야당의 의석을 합쳐도 집권여당에 못 미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획득 유력한 의석 수(38석)는 국회부의장을 할애받았던 13대 총선에서 통일민주당이 획득했던 의석 수(59석)는 물론, 국회부의장을 배정받지 못했던 15대 총선에서 자민련 획득 의석(50석)에 못 미친다.

    결국 현 상황에서 국회부의장이 더불어민주당을 넘어 국민의당에게까지 할애될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향후 3당 간의 원구성 협상 결과를 지켜봐야 할 일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제는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법안 날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여당의 국회부의장 사회권 확보가 큰 의미는 없다"며 "새누리당이 별 실익이 없는 국회부의장을 국민의당에 할애하는 대신 향후 원내 운영에서 협조를 구하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조심스레 내다봤다.

    이와 관련, 만일 국민의당에 국회부의장 1명이 할애된다면 정치권에서는 4선의 김동철·박주선·박지원·주승용 의원 등을 유력한 국회부의장 후보군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새누리당에서 7선 이상의 초다선(超多選)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내정할 경우, 6선의 천정배 의원이 국회부의장을 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