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검사' 출신 김 후보, '운동권출신' 허 후보에 면탈 의혹 집중 추궁
  • ▲ 강원 춘천 새누리당 김진태 후보(왼쪽)와 더불어민주당 허영 후보가 TV토론회에 참석해 토론을 펼치고 있다.ⓒG1강원민방 방송화면
    ▲ 강원 춘천 새누리당 김진태 후보(왼쪽)와 더불어민주당 허영 후보가 TV토론회에 참석해 토론을 펼치고 있다.ⓒG1강원민방 방송화면


    '강원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춘천에서 주목할 만한 TV 토론회가 벌어졌다. 공안검사 출신인 새누리당 김진태 후보가 학생운동권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허영 후보에게 음주운전 전과에 대한 된서리를 내리면서다. 

    두 번의 토론회를 거치면서, 허 후보는 음주운전 전과 논란에 이어 '징계 면탈' 의혹에 휩싸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공하는 후보자 기본사항 자료에 따르면, 허 후보는 2005년 4월 12일 음주운전으로 벌금 100만원의 형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허 후보는 국회의원 비서관 신분이었다. 
    국회 비서관은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음주운전 적발 처벌시 국가공무원법 상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별도의 징계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허 후보는 징계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비서관의 신분을 숨기고 징계를 면탈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는 게 새누리당 김진태 후보의 입장이다. 

    이번 논란은 김 후보와 허 후보가 TV토론회에서 열띤 공방을 펼치면서 시작됐다. 

    김진태 후보는 두 차례의 토론회에서 공안검사 출신답게 시종일관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내며 허 후보를 당혹스럽게 했다. 

    허 후보는 '국회 공무원 신분으로 음주운전에 적발돼 형사처벌 외에 징계처분을 받았냐'는 김진태 의원의 질문에 약 5초간 아무런 답변을 하지 못하며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허 후보는 "징계를 받았습니다"라고 답한 뒤, 곧바로 "아니요. 벌금형 100만원을 받았습니다"라고 말하는 등 음주운전에 대한 오락가락 답변을 내놨다.

    이에 김진태 의원은 허 후보를 향해 "형사처벌과 징계도 구분을 못 하느냐"고 돌직구를 날렸다. 

    '3월 30일 춘천 KBS TV토론회'

    김진태 : 허 후보님. 보니깐 음주운전 전과가 있네요? 
    허  영 : 네.

    김진태 : 어떻습니까. 그래도 됩니까? 
    허  영11년전 일인데, 제가 잘못한 일입니다. 그 이후로 다신 안했습니다. 앞으로도 안 할 것입니다. 

    김진태 : 수치가 어떻게 됐습니까? 
    허  영음주취소사항이었습니다. 

    김진태 : 0.1%넘었네요. 거의 만취운전이에요. 그때 민간인이었습니까? 
    허  영아닙니다. 국회 비서관 활동을 했습니다. 

    김진태국회 비서관이면 공무원이죠? 
    허  영 : 그렇습니다. 

    김진태공무원이 만취운전을 했으면 징계 받았습니까? 

    허  영...(약 5초간 침묵) 선거는 정치인의 과거가 아니라 유권자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리입니다. 그 사건은 11년 전의 사건으로..

    김진태 : 아니, 허 후보님. 징계를 받았냐구요. 
    허  영 : 징계를 받았습니다.... 아니요, 벌금형 100만원 받았습니다. 

    김진태 : 형사처벌과 징계를 구분도 못합니까? 


    김진태 후보는 1일 보도자료에서 "최근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국세청 공무원들의 절반이 신분을 속여 징계를 회피하고 일부는 승진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공무원의 징계 면탈 목적 신분 숨기기는 잊을만 하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영 후보가 음주운전 적발 당시 징계처분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숨겼을 수 있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 ▲ 새누리당 김진태 후보.ⓒ김 후보측 제공
    ▲ 새누리당 김진태 후보.ⓒ김 후보측 제공


    허 후보의 음주운전 및 징계면탈 의혹 논란은 전날 G1강원민방 TV토론회에서 확산했다. 

    허 후보는 '징계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첫 번째 음주운전이므로 징계는 받지 않았다"고 답한 뒤, '신분을 밝혔느냐'는 질문에 "신분은 경찰이 주민등록번호 치면 다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답했다. 

    하지만 허 후보는 거듭되는 김진태 후보의 질문에 "국회 근무사실을 밝힌 것으로 기억한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늘어놨다.

     


    '3월 31일 G1강원민방 토론회'


    김진태 : 허 후보님, 음주운전 전과 말입니다. 지난 이야기이지만 수치가?
    허  영 : 잘 모르겠습니다. 음주취소에 해당하는 수치였습니다.

    김진태 : 징계 받았다는 겁니까?
    허  영 : 당시에는 첫 번째 음주운전이였기 때문에 징계는 국회사무처로부터 받지 않았습니다. 다만 벌금 100만원을 받고 합당한 자숙의 기간과 반성과 사죄의 기간을 거쳤습니다.

    김진태 : 민간인 신분이 아니고 공무원 신분인데 지금 같으면 공무원이 음주 면허 취소수준의 음주운전하면 징계 들어갑니다. 혹시 경찰조사할 때 국회공무원이라 밝혔습니까?
    허  영 : 다 알고 있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경찰에서도 제 신분을 다 알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진태 : 밝혔어요?
    허  영 : 네.

    김진태 : 밝혔다고요? 그게 기록에 다 있거든요. 
    허  영 : 기록 다 있습니다. 다만 11년 전의 일입니다. 제 불찰이라 한다면 국민여러분께 사죄드리고 다시는 그런일 없을것이라는 걸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김진태 : 신분을 밝혔는지 안 밝혔는지만 알려주세요.
    허  영 : 신분이라고하는 것은 경찰이 주민등록번호 치면 다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김진태 : 본인입으로 국회공무원이라고 안하셨군요.
    허  영 : 국회에 근무하고 있더라는 사실을 밝힌 걸로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김진태 : 신분을 밝혔는데 징계를 안 받았다고 하니깐 미심쩍어서 말씀 드린겁니다.
    허  영 : 징계는 제가 스스로 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 ▲ 더불어민주당 허영 후보 전과 기록 사항.ⓒ중앙선거관리위원회
    ▲ 더불어민주당 허영 후보 전과 기록 사항.ⓒ중앙선거관리위원회


    허영 후보의 오락가락 해명을 두고 지역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음주운전은 공무원의 주된 결격사유가 될 수 있는데, 과거 일로 치부하며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고 있다"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터져나오고 있다. 

    김진태 후보는 "경찰의 피의자 인적사항 조회로는 직업이 검색되지는 않는다"며 "그럼에도 허 후보는 '징계를 받았다', '형사처벌을 받았다', '
    신분은 경찰에서 조회하면 다 나온다', '신분을 밝힌 것으로 기억한다' 등 이해할 수 없는 오락가락 답변을 반복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김 후보는 "정책선거를 구현하기 위해 TV토론회에서만 지적하고 끝내려고 했으나, 허영 후보가 토론회에서의 본인의 답변을 곡해하는 내용의 악의적인 보도자료를 배포했기에 국회의원 후보로서의 최소한의 자격을 검증한다는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는 묻지 말라'는 허 후보를 향해 "국회의원 선거공보에 왜 범죄경력을 게재하고 자질을 검증하는지 묻고 싶다"며 "허 후보는 징계를 둘러싼 의혹을 결자해지 차원에서 하루 빨리 명확히 해소하라"고 촉구했다. 

    김진태 후보는 공안검사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춘천지검 원주지청장 등을 지냈다.

    허영 후보는 고려대 재학시절 총학생회장을 지낸 대표적인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음주운전 전과 외에 1992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