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존영 단어 쓰다니, 여왕시대" 맹비난, 6년 전 상황 기억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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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소속 유승민(대구 동을) 후보가 30일 대구 동구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을 맞이하고 있다.ⓒ뉴시스
정치권에서 존영(尊影·타인의 사진이나 화상을 높여 이르는 말) 논란이 한창이다. 이번 논란은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탈당-무소속 출마한 유승민 의원 등이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선거사무실 등에서 계속 사용하면서 불거졌다.
최근 새누리당 대구시당은 탈당한 의원들이 여당 소속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고 선거운동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 "박 대통령 존영을 반납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야권은 '존영'이라는 단어를 문제 삼으며 정부여당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새누리당을 향해 "존영이라는 단어를 쓰다니, 지금이 여왕시대인가"라고 쏘아붙였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 쓰던 '존영'이라는 단어를 새누리당이 사용했다"는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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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 모습.ⓒ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그러나, 야당은 불과 6년 전까지 존영이라는 단어를 공식 석상에서 줄곧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 2010년 10월 20일 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손학규 당대표 회의실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칭송하는 '영웅' '존영' 등의 단어가 쏟아졌다.
당시 정세균 최고위원은 한 여론조사를 인용, "전문가들이 우리시대의 영웅을 조사한 결과,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이 1, 2위를 차지했다"며 "두 분의 소중한 지도자를 배출한 당이 민주당이다. 국민의 영웅을 둔 민주당의 지도자이시고 두 분의 존영이 걸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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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27일 손학규 대표와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미대사가 만난 자리에서도 '존영'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당시 스티븐스 대사는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 걸려있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을 가리키며 "(손학규) 대표님 등 뒤에 걸려 있는 두 분 전 대통령님의 존영을 보니 두 분 대통령께서 한미관계 발전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지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박주선 최고위원은 "영등포당사 2층에는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존영이 걸려있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존영이 유실됐다"고 말했다.
존영 단어를 앞장서 사용했던 야당이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존영 문제를 비난하며 정치적 이슈로 비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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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30일 대구 달성에 출마한 조기석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여당을 향해 "어떤 '박(친박)'은 대통령 사진을 사진이라고 하지 않고 존영이라고 한다"며 "지금이 여왕시대인가. 이런 당을 민주적 공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맹비난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전형적인 이중잣대 행태를 보인 것이다.
진보좌파 진영도 덩달아 날뛰었다. 진중권 중앙대 교수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존영'이라… 어휴, 남조선이나 북조선이나"라며 "조선은 하나다"라고 주장했다.
여권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에 존영 단어를 앞장서 사용했던 야당이 자신들의 과거는 까마득히 잊은채 정치공세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정부를 깎아내리려는 이들의 이중잣대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