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당 벗어나자' 해서 민심 멀어진 것" 진단하면서 왜 친노패권에 침묵?
  • ▲ 오는 4·13 총선에서 광주 광산을 공천을 신청한 더불어민주당 이용섭 전 장관이 29일 광주 화정동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에서 진행된 공천관리위원회 공개 심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광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오는 4·13 총선에서 광주 광산을 공천을 신청한 더불어민주당 이용섭 전 장관이 29일 광주 화정동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에서 진행된 공천관리위원회 공개 심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광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한 뒤 광주 광산을 출마를 노리고 있는 이용섭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광주·전남 공개 공천심사에서 두 번의 장관을 지낸 경륜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다만 면접에서 이미 탈당한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를 비난할 뿐 정작 호남 민심을 이 지경으로 만든 문재인 전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친노패권주의를 비판하지 못해, 친노패권에 부화뇌동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어떻게 푸느냐가 향후 선거전의 관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용섭 전 장관은 29일 광주 화정동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더민주 공천관리위원회의 '열린 공천심사'에서 같은 광주 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한 김중구 예비후보와 함께 면접을 진행했다.

    그는 "국회의원은 법률을 짜고 예산을 설계하는 사람으로,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나는 그동안 두 번의 청장과 장관을 지냈고, 사상 처음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아무런 문제 없이 세 번 통과했다"고 경륜을 어필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어느 당도 압도할 수 있는 국면이 아니며, 인물 경쟁이 될 것"이라며 "청와대 혁신관리수석으로 대한민국의 혁신을 선도했기 때문에 감히 (국회의원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호소했다.

    나아가 더민주에 드문 경제·재정 전문가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은근히 드러내기도 했다. 광주 남동갑의 장병완 의원(전 기획예산처 장관)이 탈당한 이후, 더민주에는 경제부처 장관을 지낸 현역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는 상황이다.

    이용섭 전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이 내건 공약은 반드시 실천된다는 믿음을 주고 정책선거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약단에 재원조달팀을 만들었다"며 "우리가 내건 공약은 반드시 재원이 뒷받침돼 실천된다는 믿음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원 조달 문제는 쉽게 손댈 수 없는 복잡한 사안인데, 경제학박사 출신으로 건설교통부 장관과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경력이 뒷받침되는 자신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이용섭 전 장관과 광주 광산을 공천을 경쟁하고 있는 김중구 후보는 "호남에서 더민주가 인심을 못 얻고 외면을 당하고 있는 것은 호남에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인물이 없기 때문"이라며 "국회의원 급의 인물은 어느 정도 있지만, 대선 급의 인물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한 호남의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인물은 나라고 생각한다"며 "호남인들의 모든 비전과 숙원을 풀어드리려고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김중구 후보의 사자후(獅子吼)에도 불구하고, 이날 면접은 이용섭 전 장관이 경륜을 바탕으로 우위를 보였다는 평이다.

  • ▲ 더불어민주당 이용섭 전 장관이 29일 광주 화정동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공개 심사에서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광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용섭 전 장관이 29일 광주 화정동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공개 심사에서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광주=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하지만 이용섭 전 장관은 이날 면접에서 자신의 탈당의 계기가 된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의 전략공천을 비난하면서도, 호남 민심을 더민주로부터 등지게 한 근본 원인인 친노패권주의를 향해서는 감히 비판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의아함을 남겼다.

    이용섭 전 장관은 이날 더민주 중앙당이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이사를 국민의당 천정배 대표의 지역구인 광주 서을에 전략공천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지난 6·4 지방선거 때는 김한길·안철수 대표가 광주시장 등을 자기 사람 심기로 이용하다보니 광주시민들에게 전략공천이 자기 사람 심기 위한 나쁜 공천이라는 인식을 줬다"면서도 "서구을은 이미 전략공천을 발표했으니 불가피한 것이고, 시민들도 좋은 후보를 뽑기 위한 전략공천으로 이해할 것"이라고 모순적인 태도를 보였다.

    나아가 "광주 민심이 더민주로부터 이반된 것은 그동안 더민주가 진정성 있는 답을 안 해줬기 때문"이라며 "당이 어려울 때는 광주에 내려와 '당의 심장이다' '어머니다' 이러면서, 살만해지면 '호남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기 때문에 시민 마음이 멀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런데 호남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며, 어려울 때는 표를 구걸하고 살만할 때는 '호남 물갈이'를 부르짖는 것은 다름 아닌 친노패권주의 세력의 전형적인 행태다.

    광주를, 호남을 '표 식민지'로 전락시킨 것은 문재인 전 대표를 위시한 친노패권주의 세력이고 이 때문에 호남 유권자는 지난해 4·29 광주 서을 보궐선거에서 더민주에 엄정한 심판을 내린 것이다.

    호남 민심의 이반을 논하면서 이미 국민의당으로 탈당해간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만을 탓할 뿐 문재인 전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친노패권주의 세력에 대해서는 한 마디 비판도 못한 것은, 여전히 이용섭 전 장관이 호남 민심의 혐오를 사고 있는 친노패권주의 계파에 부화뇌동하거나 동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이용섭 전 장관은 최근 잇달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현역 의원인 권은희 의원에 대해 우위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5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용섭 전 장관의 지지도는 42.0%로 권은희 의원(23.7%)을 압도했다.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서도 이용섭 전 장관은 45.9%의 응답을 얻어, 16.5%에 그친 권은희 의원을 앞섰다. 이 여론조사와 관련해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하지만 이는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의 경쟁력이 너무 약한 것에 따른 착시 효과로, 이용섭 전 장관의 20대 총선 당선이 마치 '따놓은 당상'인 것처럼 안주하면 호남 유권자의 심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당이 '선수 교체'를 통해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를 광주 광산을에 공천한다면 이용섭 전 장관도 안심할 처지는 못 된다"며 "무엇보다도 호남을 표 식민지로 전락시킨 친노패권주의 계파와 유형무형으로 연결돼 있지 않느냐는 의혹에 대해 속시원히 해명하고, 친노·운동권 세력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