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곡성 떨어져나간 이정현, 더민주 후보군 보면 순천서도 '안심'
  •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홍창선)가 29일 진행한 광주·전남 지역 공천심사 중 전남 순천 선거구에는 가장 많은 5명의 예비후보가 대거 등단했으나, 노관규 전 순천시장·김광진 의원·서갑원 전 의원 등 '빅 쓰리'는 이렇게할 눈에 띄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순천은 전남의 여타 선거구와 마찬가지로 야당의 전통적인 텃밭이었으나 지난 2014년 7·30 재보궐선거 당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이변을 일으키며 당선됐다. 야당으로서는 이번 20대 총선때 수복 의지가 가장 강한 곳 중 하나로 꼽히지만, 이날 공천 심사는 이같은 수복 가능성에 물음표를 남겼다는 지적이다.

    2014년 7·30 재보선에서도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과 대결했었던 서갑원 전 의원은 리턴매치를 통해 3선 의원이 되겠다며 공천의 기회를 호소했다.

    친노·486 계열로 분류되는 서갑원 전 의원은 "순천시민들이 '역대 의원들 중 가장 일 잘하고 예산많이 확보한 의원'이라 칭찬한다"며 "광양만권 통합경제권을 구축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청년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노패권주의와 486 운동권 정치를 비판하며 탈당한 옛 동료들이 구축한 국민의당을 향해서는 "국민의당은 총선을 앞두고 사람을 중심으로 모인 사람 중심의 당"이라며 "더민주는 정통야당으로 그 뿌리를 지켜왔다"고 강조했다.

    다만 서갑원 전 의원 본인이 말대로 순천시민들이 '역대 의원들 중 가장 일 잘하고 예산 많이 확보한 의원'이라고 칭찬이 자자하다면, 지난 2014년 7·30 재보선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에게 패한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게 의문으로 남는다.

    전통적으로 서갑원~노관규의 양자 대결 구도이던 순천 정가에 새롭게 끼어들어 3자 구도를 형성한 친노(親盧) 김광진 의원은 "4년간 국방위원으로 일하며 공부를 많이 했다"며 5명의 예비후보 중 유일한 현역 국회의원이라는 장점을 은연 중에 드러냈다.

    특히 김광진 의원은 여러 명의 주자들이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과의 가상 대결 여론조사에서 전부 열세라서 중앙당에서 전략공천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는 것을 의식한 듯 "호남에 인물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인물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지역에서 지역 사람을 키워낼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고 자기 자신을 키워달라고 자천했다.

    그는 스스로 "전국적인 지지도는 높은데 순천선 그렇게 높지 않고, 젊은 층엔 인기가 있는데 노년층은 (인기가) 높지 않은 게 약점이고 사실"이라고 토로하면서도 "지역 현장에 나갈 때 시장에서도 알아보는 등 인지도 문제가 커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나마 순천시장을 두 차례 역임하며 생태수도 순천 프로젝트와 순천 정원박람회 등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능력을 보여준 노관규 전 시장이 이날 '열린 공천심사'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지적이다.

    노관규 전 시장은 "순천을 생태수도로 만들고 정원박람회 등으로 생태 환경이 경제를 견인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차분하게 자신의 업적을 설명하며 "지방정부가 한국이 가야할 이정표를 세운 셈인데, 중앙정치를 할 기회가 생긴다면 이런 경험이 아주 소중하게 쓰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산핵폭탄'으로 지역 민심을 사로잡은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에 대항할 적임자는 자신이라는 점을 "지역개발론에 맞서싸울 후보는 지역사정을 잘 아는 후보, 시장을 경험한 내가 적임자"라는 논리로 어필하며, 총선의 구도를 일찌감치 '이정현 대 노관규' 구도로 가져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광주·전남서 떨어진 더민주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는 '공천 룰'을 지목하며 "중앙으로 갈 통로를 만들어줘야 하고 지역민의 민심에 맞는 후보가 공천돼야 한다"고 답했다.

    그 외 더민주 강기정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고재경 예비후보는 "정의로운 한국을 만들겠다"며 "사법정의·조세정의·복지정의를 이룩하겠다"고 했다. 자신을 '돼지아빠'라고 소개한 김선일 예비후보는 "생활정치인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선거구획정으로 곡성군은 광양ㆍ구례에 붙고 순천은 독립선거구가 됐다. 이정현 의원은 이번에 고향 곡성이 아닌 순천으로 출마하면서 다소 불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날 공천심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5명의 예비후보들이 이정현 의원에 맞서 싸워 이길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당의 공천에만 기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반드시 불리하지만도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게다가 5명의 면접이 모두 끝나자 이강일 공천관리위원은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는 등 시간이 부족해 다섯 후보 다 경선에 들어가기는 힘들다"며 "적게는 둘, 많아야 세 명만 경선될 것"이라 말해 순천 지역 정가에선 또 한 차례 파란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