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따라 입장뒤집는 정치인들…정당 의미는 어디로
  • ▲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 그는 청년 비례대표 자격으로 지난 19대 국회에 입성했지만, 전남 순천지역 경선에서 탈락하며 재선에 실패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 그는 청년 비례대표 자격으로 지난 19대 국회에 입성했지만, 전남 순천지역 경선에서 탈락하며 재선에 실패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민주 김광진 의원이 김종인 대표의 더민주 비례대표 2번 공천을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김광진 의원은 20일 SNS를 통해 "김종인 대표의 셀프전략공천은 정의롭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종인 대표는 같은 날 오전, 더민주 비례대표 명단을 발표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2번에 올려 셀프 전략공천 논란을 빚었다. 역사상 전무후무한 5선 비례대표의 등장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김 대표는 그간 자신을 둘러싼 비례대표설이 등장할 때마다 부정적 의사를 피력해왔다. 지난달 28일, 비대위 대표 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에서는 "비례대표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논란이 더더욱 증폭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저는)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상식이 통하는 사람 사는 세상을 꿈꿔왔다"며 "어떻게 자신이 셀프2번을 전략비례로 공천할 수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광진 의원은 김 대표가 17번 정도는 선언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더민주가 가진 21석의 비례대표보다 더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구가 253석으로 늘어나면서 비례대표가 7석 줄어든 것을 고려하더라도 최소 17번 정도는 선언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아울러 그는 "내가 옳다고 믿는 정치와 그가 옳다고 믿는 정치가 다른 걸까?"라며 김 대표를 에둘러 공격했다.

  • ▲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김종인 대표가 20일 비례대표 2번을 받자, 이에 대해 '셀프전략공천'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광진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김종인 대표가 20일 비례대표 2번을 받자, 이에 대해 '셀프전략공천'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광진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그러나 김광진 의원의 발언 역시 지난 18일 김 의원의 경선 탈락이 결정된 직후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 의원은 "공정한 경선에서 진 것이니 당의 잘못은 없다"며 "저의 부족함으로 인한 것이니 (공천과 관련해서) 당에 대해 비난은 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이어 "비록 경선에서 떨어진 인기 없는 의원이지만 지원유세가 필요한 곳이 있으면 연락 달라. 자유로운 몸이니 전국 어디든 가겠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그가 이틀 만에 태도를 바꾼 데에는 김종인 대표가 청년비례 대표 선정작업을 중지시킨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9일에는 "청년비례라는 제도로 국회에 들어온 사람도 4년간 의정활동을 통해 지역구에서 자생할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를 만들고 싶었다"면서 "꼭 재선의원이 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이 청년 정치의 한계로 평가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더불어 "공관위가 청년비례대표 선출을 중단시켜버리고는 다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렇게 청년비례 2기를 중단시켜서는 안 된다"며 "오는 20일 중앙위원회가 있다. 그곳에서 20대 국회비례대표의 순번을 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동학 전 혁신위원, 장하나 의원과 함께 성명을 발표하면서 "더민주 당헌 102조 5항을 지켜달라"고 김 대표를 향한 압박하기도 했다. 이 조항은 '청년위원회에서 선출한 2명의 후보자를 비례대표 우선순위에 안분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 ▲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지난 18일 공천 결과가 발표되자 "공정한 경쟁에서 진 것이니 당의 잘못은 없다"고 두둔하면서, 지원유세가 필요한 곳이 있으면 어디든 가겠다고 말했다. ⓒ김광진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지난 18일 공천 결과가 발표되자 "공정한 경쟁에서 진 것이니 당의 잘못은 없다"고 두둔하면서, 지원유세가 필요한 곳이 있으면 어디든 가겠다고 말했다. ⓒ김광진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이처럼 공천을 놓고 각 정치인의 입장이 하루를 건너 오락가락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을 앞세우지만 결국 자기 자리에만 급급한 구시대적 행태가 여전히 청산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에 따라 많은 현역 의원이 당적을 옮기거나 당에 대한 비판을 내는 상황에 있다"면서 "정당이라는 것은 원래 정치적인 주의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한 단체인데 이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