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아이가", "야권 분열시켜놓고 형제는 무신 형제"
  • ▲ 가칭 국민의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이 12일 고 노무현 대통령의 묘를 참배하기 위해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뉴데일리 임재섭 기자
    ▲ 가칭 국민의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이 12일 고 노무현 대통령의 묘를 참배하기 위해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뉴데일리 임재섭 기자

    안철수 의원이 12일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기 위해 봉하마을을 방문했지만 싸늘한 반응에 직면했다. 전날 5.18 민주묘역에서 환대를 받았던 모습과는 크게 대조를 이뤘다.

    가칭 국민의당 창당선언을 한 안철수 의원은 이날 김해를 방문해 고 노무현 대통령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와 만나 대화를 나눌 예정이었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은 봉하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싸늘한 냉대와 푸대접을 받아야 했다. 자신을 야권통합을 바라는 시민이라고 자칭한 이 모(50) 씨 등이 안철수 의원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이 모 씨는 "친노 패권주의 낡은 진보라며? 아직도 간 덜 봤느냐"는 피켓을 들고 안철수 의원을 막아섰다. 전날 순천에서 1,000명이 넘는 인파를 동원하며 세를 과시한 것과는 판이한 모습이 연출된 셈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안철수 의원의 지지자들이 "뭐하는거냐"라면서 제지에 나섰다. 이들은 "형제 아이가"라면서 이 모 씨 등을 진정시키려 노력했지만, 이 모 씨는 되레 "야권을 분열시켜놓고 형제는 무신 형제"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기자들을 향해서는 "당내에서 친노 패권주의라고 그렇게 비난해놓고 어떻게 여기에 와서 머리를 숙일 수 있느냐"면서 "친노 패권주의가 대체 어디 있는 것인지 기자들에게 묻고 싶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은 친노도 아니고 친문도 아닌 단순히 시민이라면서도 끝내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당원이냐는 주장에는 '맞다'고 답했다.

  • ▲ 끝내 취재진에게 익명을 요청한 김해에 사는 이 모씨는 피켓을 들고 안철수 의원을 따라다니며 그를 향한 비난을 쏟아냈다. ⓒ뉴데일리 임재섭 기자
    ▲ 끝내 취재진에게 익명을 요청한 김해에 사는 이 모씨는 피켓을 들고 안철수 의원을 따라다니며 그를 향한 비난을 쏟아냈다. ⓒ뉴데일리 임재섭 기자

    반면 안철수 의원은 현장의 분위기를 의식한 듯, 고 노무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기 전에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진행된 분향은 안철수 의원과 한상진 창준위원장이 첫 번째 그룹을, 문명호 의원과 임내현 의원이 두 번째 그룹을 형성해 진행됐다. 분향 순서는 한상진 창준위원장, 안철수 의원, 문병호 의원, 임내현 의원 순서였다.

    참배를 마친 안 의원 일행은 한상진 창준위원장이 대표로 방명록에 " 대의를 위해 헌신하시고 희생하신 대통령님의 숭고한 뜻을 가슴에 새겨 실천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안철수 의원은 같은 페이지에 이름 석 자만 새겨 넣었다.

    이후 이들은 권양숙 여사를 만나러 권 여사의 자택으로 향했고, 10시 11분부터 30분 간 전면 비공개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화에서 권양숙 여사는 정치에 관해서는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현재 정부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취지의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 ▲ 안철수 의원은 호남과 순천 일정에 이어 이번에도 두 번째 순서로 참배를 했다. ⓒ뉴데일리 임재섭 기자
    ▲ 안철수 의원은 호남과 순천 일정에 이어 이번에도 두 번째 순서로 참배를 했다. ⓒ뉴데일리 임재섭 기자

    한상진 창준위원장은 "권 여사께서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걱정도 해주시고 덕담도 나눴다"면서 "되도록 말씀을 아끼면서 집안과 사저, 도서관을 운영하실 때 느끼는 소회 등을 말했다"고 밝혔다.

    같은 자리에서 안철수 의원은 그간 친노와 주류 세력에 대한 비판을 많이 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특정세력을 비판한 적 없다. 원론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면 국민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고 신뢰를 얻어서 정권교체를 할 수 있을까 해서 9월부터 혁신 논쟁을 한 것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임내현 의원도 "대표진영이 낡은 진보로 가고 있어 몇몇 분들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지 노무현 정신은 계승·발전해야 한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급진 강경파의 일부 등을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한상진 창준위원장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권노갑 고문을 만날 의향이 있다고 말해 주목받았다.

    한 위원장은 "권 고문께서 향후 어떤 구상을 하고 계시는지 직접 보고 듣지 못했다"면서 "그분이 중요한 사람이라는데 인식이 같기에 권 고문의 말을 듣고 판단을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