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전대 전면거부 예상 못한 듯… 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숙고
  •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와 중도개혁·민생실용 통합신당 추진위원회의 박주선 의원이 2일 회동한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와 중도개혁·민생실용 통합신당 추진위원회의 박주선 의원이 2일 회동한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혁신전당대회 소집 거부로 안철수 전 대표의 중대결단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 2일 안철수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박주선 의원과 회동한 사실이 알려졌다.

    "친노(親盧)만 놔두고 모두가 새정치연합에서 나와 빅텐트를 치자"고 주장해 온 박주선 의원과 안철수 전 대표가 이러한 중차대한 국면에서 회동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안철수 전 대표는 박주선 의원의 신당 합류 권유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철수 전 대표는 광주광역시에서 올라온 이튿날인 2일 중도개혁·민생실용 통합신당추진위원회의 공동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주선 의원과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회동했다. 이날 회동은 박주선 의원 측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주선 의원은 안철수 전 대표가 문재인 대표에게 던진 혁신전당대회 소집 요구를 가리켜 "새정치연합 안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가 꿈꾸는 '새정치'를 구현하기 힘들 것"이라며 "당을 창업한 창업주의 한 사람이긴 하지만 '무엇이 되느냐'보다 '한국 정치를 어떻게 바꿔내느냐'가 중요하니 신당에 참여하라"고 종용했다.

    이어 문재인 대표가 제안했던 이른바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를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달 29일 거부한 것과 관련해서는 "문안박은 권한을 나눠가지자는 정치적 뇌물"이라며 "이를 받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안철수 전 대표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같은날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문재인 대표의 긍정적인 회답을 기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리얼미터가 2일 새정치연합을 지지하거나 무당층인 전국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휴대전화·유선전화 각 50%의 비율로 임의전화걸기 자동응답 방식을 통해 조사해 500명이 최종 응답한 바에 따르면, 문재인 대표가 사퇴하고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응답이 26.7%로 문안박 체제(15.8%)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총기난사' 김상곤 혁신위의 혁신안을 즉각 폐기하고 새로운 혁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응답이 41.0%로 김상곤 혁신안을 지지하는 의견(22.2%)을 압도했다. 이 조사의 응답률은 4.6%,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였다.

    안철수 전 대표는 "혁신전대를 수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문안박 공동지도체제'보다 높다"고 박주선 의원에게 이 설문조사의 결과를 소개하며 "이번 주내에 수용하라 했으니 답이 올텐데, 역(逆)제안이 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피력했다.

    그러자 박주선 의원은 "문재인 대표는 절대 혁신전당대회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하고, 재차 신당 합류를 권유했다. 이에 안철수 전 대표는 "깊이 고민해보겠다"고 답했으며, 박주선 의원도 "당장 (신당 합류를) 하라는 말은 아니다"라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안철수 전 대표는 문재인 대표가 혁신전대 소집을 수용하거나, 적어도 어떤 종류의 역제안이 올 것으로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3일 문재인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고심 끝에 내놓은 제안을 전면적으로 폄훼하고 짓밟으면서, 총선 체제로 돌입해서 비주류들을 모조리 숙청하겠다는 선포를 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안철수 전 대표와 박주선 의원 간의 2일 회동의 맥락도 이 시점에서는 전혀 다른 정치적 시사점을 가지게 됐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문재인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을 접한 직후 "당의 앞길이 걱정"이라며 "당을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예정했던 지방 순회 혁신토론회 일정을 전면 조정하는 것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향후 대응 방향을 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철수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표가 거부했지만) 혁신전당대회가 최선의 방안이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문재인 대표가) 못 받아들이겠다고 했으니, 안철수 전 대표도 당의 살 길에 대해 다시 숙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전 대표에게 신당 합류를 권유한 박주선 의원은 진작부터 라디오 출연 등을 통해 "문재인 대표는 친노를 보호하기 위해 공천권을 행사하고, (의원단을 친노로 채워) 2017년에 대선 후보가 되겠다는 계획"이라며 "문재인 대표가 절대 (혁신전대를) 받을 리가 없다"고 예견해 왔었다.

    그러면서 "(안철수 전 대표는) 가망이 없는 주장을 할 게 아니라 행동으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새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시점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것이 안철수 전 대표 본인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촉구했었다.

    '문재인 체제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게 민심인 상황에서 문재인 대표가 총선 체제로 홀로 달려가기로 결심한 이상, 안철수 전 대표도 빠르든 늦든 간에 중대결단을 내리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연합의 3선 의원은 "안철수 전 대표가 당을 나간다면 ○○○ 의원도 따라나서게 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실명을 거론하며 "20여 명 정도의 의원이 따라나가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신당이 출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의원은 "나는 지금으로서는 당을 마지막까지 지켜보겠다는 생각"이라면서도 "문재인 대표가 계속해서 이렇게 민심을 외면하면 민심을 이기는 정치인은 있을 수 없다"고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