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 수 있다는 자신 사라지고 민심 등돌려… 상대가 걱정하기까지연전연패하는데 죽지도 않아 장수 못 바꿔… 기실 원균만도 못하다
  •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이 중대 국면으로 치달아가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혁신전당대회 소집을 재차 요구한 채 낙향했다. 이윤석 조직본부장과 김영록 수석대변인 등 당직을 가진 의원들조차 당의 상황에 위기감을 느끼고 구당(求黨)모임을 조직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은 연일 탈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고강도 발언을 하고 있다.

    분당을 피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국면이지만, 문재인 대표는 고집스럽다. "대표직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도 하는 행동은 딴판이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총선 체제로 돌입하겠다"며 인재영입위원장까지 맡았다. 현역 의원 중 20%를 공천 학살하는 선출직공직자평가위의 시계는 이 와중에도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현상들이 일거에 맞물리면 향후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까. 그리고 올해 초, 2·8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와 함께 희망을 품고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러한 상황에 봉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뉴데일리〉는 연재 기획한 긴급진단을 통해 새정치연합 문재인 체제의 위기의 원인과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①문재인, 조선 수군 말아먹은 '원균 리더십' 때문에
    ②문재인 쇠고집, 꿍꿍이 있던 차우셰스쿠처럼…
    ③"원칙 지키겠다" 문재인, '장검의 밤' 히틀러 본받나
    ④'호남대토벌'… 문재인과 데라우치 '닮은 꼴'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2·8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누가 이길 수 있겠느냐며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2·8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누가 이길 수 있겠느냐며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원균은 200척의 전선을 갖고도 대패했다. 자신도 전사했다. 불과 12척만 도망가서 살아남았다. 이순신 장군은 그 남은 12척으로 수백 척의 왜적을 상대로 명량대첩을 거뒀다.

    무엇이 그렇게 승부를 갈랐나. 바로 장수다. 장수의 리더십이다. 이순신 장군은 병사들에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줬다. 백성들이 따르고 도왔다. 적이 두려워하는 장수였다.

    과연 누가 우리에게 그런 사람인가. 과연 누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고, 새누리당이 두려워하는 사람인가."

    올해 1월 17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8 전당대회 와중에 대전광역시 합동연설회에서 부르짖은 일성(一聲)이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백성들이 따르고 도우며 △적이 두려워하는 당대표가 되겠다던 문재인 대표, 작금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당내에서 문재인 체제로 내년 4·13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은 완전히 사라졌다. 백성들의 민심은 당으로부터 완전히 이반했다. 새누리당은 문재인 대표를 두려워하기는 커녕 되레 문재인 대표가 물러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로부터 초래된 문재인 대표 사퇴 요구와 이에 맞서는 버티기 때문에 당은 끊임없는 분란에 휩싸여 있다. 문재인 대표는 이러한 분란 상태에 대해 "끊임없이 당을 분란 상태처럼 보이게 만드는 분들이 있다"며 "실제로는 자기의 공천권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이마저 남탓을 했다.

    분당(分黨)이 불가피한 지경에 몰렸다는 새정치연합의 현 상황을 초래한 원흉은 대체 누구인가. 이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2·8 전당대회 과정에서 문재인 대표가 하고 다녔던 말에 비춰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표는 "누가 이길 수 있겠느냐"며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외쳤다. 이순신 장군처럼 연전연승하는 리더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2·8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됐다.

    그로부터 채 3개월이 안 된 때에 치러진 4·29 재·보궐선거, 새정치연합은 네 곳의 국회의원 선거구 모두에서 전패(全敗)했다. '당의 심장부'라 불리던 광주 서을에서도 압도적인 격차로 졌다. 12척으로 수백 척의 왜적을 무찌르는 이순신 장군 같은 기적을 연출해야 할 문재인 대표는 되레 광주 서을에 지원 유세를 내려올 때마다 새정치연합 후보의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는 역(逆)마법을 연출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4·29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이튿날, 굴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개 발언을 한 직후 우윤근 당시 원내대표를 바라보고 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국민은 항상 옳다며 구구절절한 변명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4·29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이튿날, 굴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개 발언을 한 직후 우윤근 당시 원내대표를 바라보고 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국민은 항상 옳다며 구구절절한 변명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그러려니 했다. 문재인 대표가 선출된지 채 세 달도 되지 않았다. 지도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들을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갖고 있었다. 문재인 대표가 '롤 모델'로 삼겠다던 이순신 장군은 미증유의 국난으로 7년간 계속됐던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불과 1년 전에 전라좌수사로 임명됐는데도 잘 준비해서 왜적을 막았지만, 문재인 대표의 능력을 감안할 때 정말로 이순신 장군처럼 하라는 것은 가혹한 노릇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굳이 엄격한 책임을 물으려는 생각이 없던 사람들을 아연실색케 하는 일이 일어났다. 재보선에서 전패한 이튿날인 30일, 문재인 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에 굴하지 않겠다"며 "우리 당이 패배한 것일 뿐 국민이 패배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괴한 궤변을 늘어놓았다.

    새정치연합 핵심 당직 의원은 "재보선에서 패배한 뒤에 알아서 자세를 낮추고 의총이든 당무위든 소집해서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면, 다들 알아서 재신임했을 것"이라며 "문재인 대표의 이러한 태도가 결국 책임 논란을 자초했다"고 꼬집었다.

    '이 사람은 이기는 정당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당원들 사이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번져나갔다. 자연스레 이순신 장군보다도 원균의 모습이 문재인 대표에게 오버랩됐다.

    4·29 재보선에서 일격을 당한 문재인 대표는 5~6월 내내 헛된 일들로 시간을 낭비했다. 광주 서을 보궐선거에서 일격을 가한 당사자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는 5월 17일 밤 광주광역시에서 독대했지만, 아무런 정치적 메시지도 전달하지 못한 채 한담으로 일관했다.

    천정배 의원은 지난 9월 20일, 개혁적국민정당 창당 제안 기자회견에서 이날 만남을 회상하며 "이 분, 상당히 싱거운 분이구나 (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러는 사이 사람들의 실망은 나날이 커져만 갔고, 마침내 7월이 되자 전직 당직자·평당원 등 희대의 '아래로부터의 선도 탈당'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처럼 오랫동안 당에 몸담고 폐족(廢族)으로 내몰린 친노(親盧)에 구원의 손길을 내민 적이 있던 사람들도 신당을 만들겠다고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그 사이에 아무도 만들라고 하지 않은 혁신위는 문재인 대표의 책임 회피용에 불과한 혁신안을 스리슬쩍 완성했다. 국민들의 관심은 전혀 끌지 못했다. 중간에 의원 정수를 369석으로 늘린다고 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았던 한 때만은 예외로 남긴 채였다. 마지막 해산을 앞두고는 당내 특정인들의 실명을 일일이 거론하며 적지에 출마하라는, 내부에 대고 총질하는 짓까지 저질렀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혁신안에 관한 의원총회를 앞두고 김상곤 혁신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가운데는 대화를 나누는 둘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이종걸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혁신안에 관한 의원총회를 앞두고 김상곤 혁신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가운데는 대화를 나누는 둘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이종걸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처음 혁신위가 구성되기 전에는 (4·29 재보선 참패를 야기한) 친노패권주의와 486이 혁신의 대상이었는데, 이제는 그 분들은 다 어디로 가고 호남 (비주류)만 개혁 대상으로 남았다"고 개탄했다. 4·29 재보선을 비주류 때문에 지기라도 했단 말인가. 아연실색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도 막무가내식으로 중앙위를 소집하고 밀어붙이기식 '박수 만장일치' 의결로 혁신안을 통과시켰다. 반대하는 의원들을 회의장에서 축출하고, 반대 토론과 무기명 투표 요구마저 봉쇄한 채 혁신안을 의결한 뒤, 문재인 대표는 회의장을 나서면서 개선장군이라도 된 양 환하게 웃었다.

    선거를 이기고 그렇게 환하게 웃으라는 취지에서 당원과 국민들은 그를 당대표로 뽑았다. 같은 당의 동지들을 공천 학살하기 위한 혁신안을 같은 당 의원들을 내쫓으며 의결하고 환하게 웃으라고 그를 뽑은 것이 아니었다. 백성이 따르고 도왔다는 '이순신 리더십'이 고작 이런 것인가.

    혹시라도 이렇게 혁신을 밀어붙여서 지는 정당을 이기는 정당으로 탈바꿈시켰다면 모르겠으되, 10·28 재보선을 또 졌다. 이번에는 아예 처음부터 전혀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태도로 나왔다.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던 말은 간 곳 없이 사라졌다.

    국민의 지지를 받고 새누리당이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했었다. 국민의 지지를 받기는 커녕 그나마 지지를 받던 호남에서조차 지지율이 5%로 고꾸라졌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당내 패권을 지키기 위해 본인과 당을 망치고 있는 친노의 수장 문재인은 지금 새누리당의 총선 선대위원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표 때문에) 야당이 지리멸렬하니 여당이 나태해지고 무기력해진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문재인 리더십' 덕분에 새누리당이 가만히 앉아서도 총선에서 대승을 거둘 기세니 여당 주류는 문재인 대표가 혹여 물러날까 안절부절이고, 비주류로 분류되는 정두언 의원이 되레 "문재인 대표가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이라고 불평을 하는 아이러니한 장면까지 연출된 것이다.

    새정치연합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은 "연전연패했고 (다음 총선에서도) 또 패배가 예상된다"며 "장수를 바꿔야 한다"고 단언했다. 차라리 원균처럼 칠천량에서 패배하면서 자기도 죽어 없어지기라도 했으면 자연스레 장수라도 바뀔테니 불행 중 다행일진데, 선거라는 선거는 모조리 다 지면서 살아남아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말이 좋아 '원균 리더십'이지, 실상은 패전하면서 스스로도 산화했던 원균만도 못한 셈이다. 결국 문재인 대표의 원균만도 못한 리더십이 지금의 위기를 자초하고 당을 끊임없는 분란 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또다른 당직 의원은 "문재인 리더십 아래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며 "다음 총선에서 국민이 '정치적 사약'을 내리기 전에 장수를 바꿔야 당도 살고 문재인 대표도 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