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지킨다" 문재인, '장검의 밤' 히틀러 본받나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이 중대 국면으로 치달아가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혁신전당대회 소집을 재차 요구한 채 낙향했다. 이윤석 조직본부장과 김영록 수석대변인 등 당직을 가진 의원들조차 당의 상황에 위기감을 느끼고 구당(求黨)모임을 조직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은 연일 탈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고강도 발언을 하고 있다.

분당을 피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국면이지만, 문재인 대표는 고집스럽다. "대표직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도 하는 행동은 딴판이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총선 체제로 돌입하겠다"며 인재영입위원장까지 맡았다. 현역 의원 중 20%를 공천 학살하는 선출직공직자평가위의 시계는 이 와중에도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현상들이 일거에 맞물리면 향후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까. 그리고 올해 초, 2·8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와 함께 희망을 품고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러한 상황에 봉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뉴데일리〉는 연재 기획한 긴급진단을 통해 새정치연합 문재인 체제의 위기의 원인과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①문재인, 조선 수군 말아먹은 '원균 리더십' 때문에
②문재인 쇠고집, 꿍꿍이 있던 차우셰스쿠처럼…
③"원칙 지키겠다" 문재인, '장검의 밤' 히틀러 본받나
④'호남대토벌'… 문재인과 데라우치 '닮은 꼴'

"당을 파멸로 몰고 가는 사람이 아주 악독한 사람이면 차라리 좋겠다. 그러면 당장 주저할 것 없이 내가 죽나, 네가 죽나 하는 식으로 끌어내릴텐데. 그런데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사람이 맑다. 맑고 순수하게 당을 파멸로 몰고 가니 더 화가 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원내 당직 의원이 토로한 말이다. "어떻게 저런 사람을 우리가 대표로 뽑았는지 창피하다"(신학용 의원) "역대 야당 대표 중에서 최악의 대표"(황주홍 의원) 등 문재인 대표를 향한 융단폭격이 쏟아지는 와중에서도 야권 인사들이 분당(分黨)만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밑바탕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표 性情상 사퇴할 것'… 과연?

성정(性情)상 이쯤되면 대표에서 스스로 물러날 것이라는 믿음이다. 문재인 대표를 개인적으로 접촉해 본 인사들에게서 특히 그런 믿음이 더욱 뚜렷히 나타난다.

개인적인 접촉이 잦지 않은 인사들 사이에서도 상식 선에서 이쯤되면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있다. 새정치연합의 전북도당위원장인 유성엽 의원은 "불원간 사퇴하지 않겠는가"라며 "이런 정도의 상황에서도 책임을 지고 사퇴하지 않는다면 참으로 이상한 일"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과연 그럴까. 이제 문재인 대표는 상식 선에서 합당하게도 스스로 물러나고, 분당 직전의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새정치연합은 모든 계파가 기득권을 버리고 하나로 오순도순 단결하고 단합해 총선 승리를 향해 달려가게 되는 것일까. 그것이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향후 전망일까.

◆히틀러도 개인적으로는 "다정다감하고 친절"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맑은 사람이 당과 나라를 파멸로 몰고 간다"… 이 대목에서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총통을 떠올린 사람들이 적지 않다.

히틀러의 비서이자 타자수였던 트라우들 융에는 히틀러에 대해 "개인적으로 만날 경우,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눈물이 많은 사람이어서, 탈당하겠다는 사람은 세 번이나 만류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도 전했다.

전속 사진사 하인리히 호프만은 "낯을 많이 가리고,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말문을 열고 주절주절 이야기를 했으며, 동류 집단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색할 정도로 침묵을 지키고 듣기만 하던 사람"이었다고 회생했다.

군수상 알베르트 슈페어는 "단 둘이서 몇 시간씩 산책을 하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특히 정치적 메시지를 화제에 올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며 "식사도 친한 사람 몇 명하고 하거나 혼자 먹었으면 먹었지, 친분이 없는 다수와 어울려 왁지지껄 먹는 일은 없었다"고 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인간 히틀러'도 성격은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정리된다. 그러나 정치인의 개인적인 성정에 따라 정치 행위가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지도자급 위치에 있는 사람은 더욱 그러하다. 낯을 가리며 여린 성격을 갖고 눈물이 많은 사람이 희대의 독재나 폭정, 대학살을 하는 경우는 역사적인 사례로 봐도 결코 드물지 않다.

◆'문안박 연대' 제안, 히틀러 '수권법'과 다르지 않아

"어떻게 저런 사람을 우리가 대표로 뽑았는지 창피하다"는 문재인 대표의 최근의 정치적 행적을 보면, 사실 히틀러가 절대 권력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취했던 여러 가지 행동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8일 문재인 대표는 광주광역시 조선대학교에서 행한 강연에서 당내 비주류를 격하게 비난하며, 당헌·당규에도 없는 초법적인 지도 체제인 이른바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를 제안했다.

히틀러의 수권법을 떠올리게 하는 행보다. 1933년 제정돼 히틀러 독재의 길을 활짝 열어젖힌 수권법은 △독일 연방의회 외에 독일 정부도 법률을 제정할 수 있다 △독일 정부가 제정하는 법률에는 헌법과 다른 내용을 둘 수 있다는 간단한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바이마르 헌법과 헌정 체제, 의회는 완전히 무력화됐다. 의회를 통하지 않고 정부도 법률을 제정할 수 있고, 게다가 정부 제정 법률에는 헌법에 반하는 내용도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다면 의회의 존재 의의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문안박 연대' 체제는 사실 나치 독일의 수권법 체제와 다르지 않다. 문안박 연대 또한 내용은 그간 문재인 대표가 행사하던 당대표권을 안철수 전 대표, 박원순 서울특별시장과 나누어 행사한다는 정도로 단순하다. 그러나 이 체제가 도입되면 기존의 당헌과 당규는 완전히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기존의 당헌·당규에 따라 2·8 전당대회에서 당원과 국민의 손으로 직접 선출된 최고위원들로 구성된 최고당무집행기관인 최고위원회의도 물론 무력화된다.

◆초법적 제안 직전 반대파 매도도 닮은 꼴

문재인 대표가 이러한 '21세기 대한민국판 수권법 체제'를 제안하는 과정에서 강연을 통해 당내 비주류를 "우리 당을 끊임없는 분란 상태로 보이게 하는 분들"이며 "사실은 공천권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매도한 것도, 수권법 의결을 요구하는 히틀러의 연설을 떠올리게 한다.

수권법 의결에 앞서 사민당의 오토 벨스 당수는 "건전한 비판은 유익한 것으로, 필요성도 있다"며 "연방의회가 수립된 이후 이토록 대의대표가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오늘날처럼 배제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있었다.

당내 비주류가 문재인 대표를 향해 끊임없이 구당(求黨)을 위한 고언(苦言)을 하고, 특히 2·8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최다 득표로 선출된 주승용 수석최고위원은 "공조직인 최고위원회를 존중하라"고 거듭 요청했던 일을 떠올리게 한다. 기실 60년 민주당계(民主黨系) 정당의 역사에서 이토록 당원과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된 최고위원이 당무에 참여하는 것이 배제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히틀러는 "비판은 유익한 것이지만, 인터내셔널에 영혼을 판 자들에 의한 비판을 허락할 수는 없다"며 사민당을 '국제사회주의에 영혼을 판 자들'로 매도했다.

다행히도 '문안박 연대'는 안철수 전 대표가 용기 있게 이를 거절함으로써 현실로 옮겨지지 못했다. 무소속 박주선 의원은 수차에 걸쳐 "문안박 연대 제안은 문재인 체제에 반대하는 분들을 입막음하기 위한 정치뇌물"이라고 지적해 왔는데, 안철수 전 대표가 이를 거절하자 "이러한 정치뇌물을 과감히 거부하고 나눠먹기 식으로 운영하자는 검은 유혹을 끊은 것은 대단히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이 제안을 받아 '문안박 연대'가 현실화됐다면, 우리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나치 독일의 수권법 체제에 따라 운영되는 제1야당을 보게 됐을 것이다.

◆문재인의 다음 수순은 히틀러의 '장검의 밤' 학살?

하지만 문재인 대표가 '문안박 연대' 제안의 거절로 자신의 고집을 꺾었다고 볼 수는 없다. 히틀러 또한 뮌헨 폭동의 실패, 1932년 11월 총선에서의 정치적 후퇴 등 좌절과 시련을 겪었지만, 결국 정권을 장악하고 독재를 이룬다는 자신의 목적을 관철했었다.

문재인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주장을 할 수 있지만 한 번 결정되면 자신의 뜻과 다르더라도 따라야 한다"며 "어려울수록 흔들리지 않고 원칙을 지키겠다"고 공언했다.

말은 이렇게 하더라도 결국은 물러날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개인의 성정과 정치인의 정치 행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위기가 찾아올수록 더욱 거센 반격에 나서는 게 독선·독단·독주의 속성이다. 이대로라면 문재인 대표의 다음 수순은 장검의 밤(Nacht der langen Messer)을 본따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히틀러, 나치당내 반대 계파를 밀실 평가로 숙청

히틀러가 권력을 잡던 당시 나치당 내부에도 다양한 계파가 있었다. 좋게 표현하면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었고, 나쁘게 말하자면 잡다한 생각을 가진 이질적인 집단들이 당내에 있었다. 그 중에서도 에른스트 룀이 이끄는 돌격대(SA)는 300만 돌격대원을 보유한 채 룀을 수장으로 하는 독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존재에 불편함을 느낀 히틀러는 1934년 6월 30일, 헤르만 괴링·하인리히 히믈러·요제프 괴벨스·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 등 친위 세력을 동원해 전격적으로 에른스트 룀을 비롯한 당내 반대 세력을 숙청했다. 이 과정에서 에른스트 룀·그레고어 슈트라서 등 당내 반대 계파의 수장은 물론 연립하고 있던 계파의 수장인 프란츠 폰 파펜의 수족인 연설비서와 공보비서까지 학살하는 등 자기자신의 직계를 제외한 모든 잠재적인 위협 세력이 모두 학살 대상에 올랐다.

수백 명의 정계 인사를 재판도 없이 전격적으로 학살한 히틀러는 "왜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정상적인 재판을 열어 판결을 내리고 처벌하지 않았느냐"는 국내외의 비판에 직면했다. 그러자 히틀러는 7월 13일 의회 연설에서 '독일 국가'의 순수성과 정체성을 지켜내기 위한 개혁이었다고 강변했다.

◆새정치 선출직평가위, 밀봉 자료를 평가 기초로 활용

지금 새정치연합이 극도로 어수선한 와중에서도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활동만큼은 유독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다.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을 비롯한 여러 의원들이 "평가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왕 평가를 할 것이라면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엄정한 평가를 실시해 당원과 국민들에게 참고 자료로 제공하자"고 주장하고 있는데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밀실 평가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밀봉된 자료는 현역 의원 20%를 학살하는 데 사용된다. 이후 원자료(Raw Data)는 파기되기 때문에 검증하거나 재심할 방법조차 없다.

왜 유성엽 의원의 지적대로 평가를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하지 못하는 것일까. 또, '19대 국회의원 평가 시행세칙'은 주승용 최고위원이 사퇴 기자회견문에서 "대단히 유감스럽고, 패권주의의 민낯"이라고 지적한대로, 왜 하필 반대파인 주승용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한 날에 날치기나 다름없이 통과돼야만 했던 것일까.

◆"왜 투명·공개적으로 못하나"… 답은 나와 있다

전남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주홍 의원은 평가 시행세칙을 가리켜 "지역구 활동 평가(10%)와 지역구 여론조사(35%)는 어떻게 다른 것인가"라며 "지역주민들에 의한 자기 지역구 의원의 활동 평가가 바로 지역 여론이니 두 기준을 묶어서 45% 여론조사로 해도 될 일을 왜 굳이 별도로 두고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한 마디로 꼼수"라며 "여론조사가 비교적 객관적이라면, 지역구 활동 평가는 주관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지역구 활동 평가는 정량 평가라기보다는 누군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정성 평가의 영역이기 때문에, 당권을 장악한 계파에 속한 의원들은 좋은 평가를 받고, 나머지는 죽음의 평가를 받게 돼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공개적이고 투명한 평가를 하자"는 제안에 대해, 문재인 대표는 계속해서 "혁신위의 혁신안을 지켜야 한다"고 동문서답을 하고 있다.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 대신 밀실 속에서 살생부(殺生簿)를 마련하는 등 준비를 거쳐 어느 날 밤에 일거에 반대파를 대거 학살·숙청해버린 '장검의 밤'을 떠올리게 되는 게 무리가 아니다.

어쩌면 새정치연합에도 이미 살생부는 있는 것이 아닐까.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하고서도 선거에서 연전연패한 대표가 극력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친노 독식 공천의 밑거름이 될 살생부를 실천에 옮기기 위함은 아닐까. 만일 이러한 의심이 사실이라면, 가만히 있는 의원은 '장검의 밤'처럼 모두 학살당하는 운명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