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세습하려다 '벌집'된 꼴, 親盧 독식 공천하려는 文의 말로 아닐까
  •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이 중대 국면으로 치달아가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혁신전당대회 소집을 재차 요구한 채 낙향했다. 이윤석 조직본부장과 김영록 수석대변인 등 당직을 가진 의원들조차 당의 상황에 위기감을 느끼고 구당(求黨)모임을 조직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은 연일 탈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고강도 발언을 하고 있다.

    분당을 피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국면이지만, 문재인 대표는 고집스럽다. "대표직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도 하는 행동은 딴판이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총선 체제로 돌입하겠다"며 인재영입위원장까지 맡았다. 현역 의원 중 20%를 공천 학살하는 선출직공직자평가위의 시계는 이 와중에도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현상들이 일거에 맞물리면 향후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까. 그리고 올해 초, 2·8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와 함께 희망을 품고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러한 상황에 봉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뉴데일리〉는 연재 기획한 긴급진단을 통해 새정치연합 문재인 체제의 위기의 원인과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①문재인, 조선 수군 말아먹은 '원균 리더십' 때문에
    ②문재인 쇠고집, 꿍꿍이 있던 차우셰스쿠처럼…
    ③"원칙 지키겠다" 문재인, '장검의 밤' 히틀러 본받나
    ④'호남대토벌'… 문재인과 데라우치 '닮은 꼴'


  • ▲ 루마니아의 독재자로 퇴진할 때를 놓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사진 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오른쪽). ⓒ위키백과 및 뉴데일리 DB
    ▲ 루마니아의 독재자로 퇴진할 때를 놓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사진 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오른쪽). ⓒ위키백과 및 뉴데일리 DB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 이겨야 하는 선거에서 졌다. 죄송하다. 모든 책임을 안고 대표의 직에서 물러난다."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 이튿날, 패배의 성적표를 받아든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대표의 기자회견문이다. 김한길 대표는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졌다"는 말만을 남긴 채 대표직을 버리고 국회본청을 등졌다.

    놀랄 만한 일은 아니었다. 역대 선거에서 진 야당 당수는 누구나 예외 없이 이런 모습으로 겸허히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는 심지어 김대중 전 대통령(DJ)조차 예외일 수 없었다. 대통령으로서 당시 집권여당 새천년민주당 총재를 겸임하고 있던 DJ는 2001년 10·25 재보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총재직에서 물러났다. 새천년민주당은 이듬해 4·27 전당대회를 통해 한화갑 의원을 대표최고위원으로, 정대철·박상천·한광옥·이협·추미애·신기남·김태랑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선출했다.

    그런데 DJ조차 자유롭지 못했던 책임정치의 틀을 깨뜨리려는 자가 있다. 바로 문재인 대표다. 유독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만이 선거에서 두 번 연달아 참패했는데도 "못 물러나겠다"고 버티고 있다.

    책임을 회피하는 방법도 구차하기 이를 데 없다. 4·29 재보선 전패는 아무도 만들라고 하지도 않은 혁신위를 만들어서 피해갔다. 10·28 재보선 참패는 혁신위가 탄생시킨, 누구도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 혁신안을 지켜야 한다는 핑계로 피하려 하고 있다. 혁신위와 혁신안을 순환논법으로 사용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최악의 구태다.

    오죽하면 문재인 대표 당원소환투표를 청구한 40년 지기 뿌리당원들이 "40년 넘게 당 생활을 했는데 이런 대표는 처음 봤다"며 원망을 늘어놓겠는가.

    "책임을 지라"는 당연한 말에는 적반하장(賊反荷杖)으로 맞선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10월 29일, 권노갑 상임고문의 주선으로 당내 비주류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날 재보선 패배의 책임론이 제기되자 "당에 내가 실패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고 발끈했다. 지난달 18일 광주광역시 조선대학교 강연에서는 "끊임없이 당을 분란 상태처럼 보이게 만드는 분들이 있다"며 이를 '공천권을 요구하는 분들'로 매도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라는 것일 뿐인데 이것이 어떻게 '실패하기를 바라는 사람들'과 '공천권을 요구하는 분들'이 '당을 분란 상태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인가.

    오죽하면 직전 대표를 지냈다가 깨끗하게 물러났던 김한길 전 대표가 지난 5월 20일 출입기자단과의 차담회에서 "나는 물러날 때 '당내 일부가 당권과 공천권을 탐해서 선거가 끝나기 전부터 마구 흔들어댔기 때문에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라고는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겠는가. 추하게 버티는 꼴이 보기 안쓰러웠을 법도 하다.

    하지만 여기에서 시각을 바꿔 보다 심도 있게 원인을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표라고 해서 이렇게 선거에서 연전연패하면서도 버티고 있는 게 본인 꼴만 우스워진다는 것을 모를 리는 없다. 추하고 꼴사납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왜 이렇게까지 대표직에 집착을 보이는 것일까. 무슨 이유일까.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한명숙 전 대표. 둘 다 총선을 앞두고 특정 계파 독식 공천을 했거나 하려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한명숙 전 대표. 둘 다 총선을 앞두고 특정 계파 독식 공천을 했거나 하려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1980년대 후반부터 동구권에는 거센 자유화의 바람이 일었다. 동유럽 공산주의 제국(諸國)의 공산당 지도자들은 하나둘씩 시대의 변화를 깨닫고 물러나기 시작했다. 체제 변혁이 일어날 때 이례적으로 수반되기 마련인, 대규모의 피를 흘리는 봉기와 진압은 일어나지 않았다.

    1956년 헝가리 공산당의 제1서기로 선출된 야노시 카다르(Kádár János)는 헝가리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가 점증하자 무려 32년을 장기집권했음에도 1988년 평화적으로 물러났다. 폴란드의 보이치에흐 야루젤스키(Wojciech Jaruzelski)는 1981년 계엄령을 선포하고 레흐 바웬사의 자유노조를 탄압한 장본인이지만, 1989년 자유 총선거를 실시하게 되고 민주야당이 압승하게 되자 순순히 야당에서 총리를 지명한 뒤 내각이 조각되자 곧 스스로 물러났다. 체코슬로바키아의 밀로시 야케시 서기장도 1989년 벨벳 혁명이라는 이름의 무혈 혁명을 인정하고 바츨라프 하벨을 새 대통령으로 지명한 뒤 물러났다.

    반면 유독 물러나기를 거부하고 국민들의 자유화 요구를 유혈 진압하며 철권 통치를 더욱 강화한 사람도 있다. 루마니아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Nicolae Ceauşescu)다. 이웃나라의 공산정권이 도미노처럼 무너지기 시작하고 루마니아에서도 민주화 시위가 벌어지자, 차우셰스쿠는 군을 동원해 유혈 진압했다.

    차우셰스쿠만이 유별나게 행동한 것은 다른 꿍꿍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아들 니쿠 차우셰스쿠에게 루마니아의 통치권을 세습시키려는 욕심이 있었다. 권좌에서 물러나면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줄 방법이 없어지기 때문에, 무력을 동원하고 국민들의 피를 보면서까지 대통령과 공산당 서기장직에 대한 집착을 보인 것이다.

    문재인 대표가 보여주고 있는 고집의 원인을 '카르파티아 산맥의 인간 백정'으로 불리는 차우셰스쿠로부터 짚어낼 수 있다는 평가다. 대표에서 물러나는 게 당연하고, 국민과 당원, 시대의 요구이기도 하지만 물러날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친노 계파의 공천 독식이 바로 그 이유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본래 친노(親盧)는 큰 선거를 앞두고서는 절대 당권을 양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의 적' 친노 세력은 선거에서 이길 수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언젠가는 물러나게 돼 있지만, 일시적으로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더라도 총선·대선 등 큰 선거를 앞두고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권을 탈취하고야 만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2년에 있었다. 친노는 2012년 4·11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을 만든 뒤 친노 한명숙 전 대표를 내세워 당권을 장악했다. 한명숙 전 대표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가리지 않고 친노 독식 공천으로 마구 내리꽂아 이길 수 있던 총선에서 패배했다.

    총선에서 패배한 친노 계파는 당연히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했지만, 공교롭게도 그 해 12월에는 대선이 열리는 상황이었다. 친노는 후안무치를 무릅쓰고 이해찬 전 대표를 내세워 다시 당권을 장악했다. 이 과정이 펼쳐진 6·9 전당대회도 가관인 것이, 비노(非盧) 김한길 전 대표가 '친노의 총본산'인 부산과 이해찬 전 대표의 연고지인 대전·충남을 제외한 전국 모든 곳에서 승리하고 심지어 대의원 현장투표에서조차 압승했음에도, 친노는 이른바 '모바일 투표 사기극'을 벌여 결과를 뒤엎어버렸다.

    이러고서도 혹시 이겼으면 모르겠으되 그럴 리가 없었다.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친노는 잠시 물러났다. 2016년까지 큰 선거가 없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당권을 양보한 것이다.

    선거가 두 해 앞으로 다가오자 친노들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김한길 전 대표 체제를 끊임없이 흔들어 무너뜨렸다. 전당대회를 주관할 비상대책위원장으로는 계파색이 옅은 이석현 국회부의장이 거론됐으나, 막판에 문희상 의원이 맡게 됐다. 이석현 부의장은 친노가 아니고, 문희상 의원은 친노였기 때문이다. 이 결정이 이뤄진 회의 석상에 배석한 정대철 상임고문은 "결국 돌고 돌아 또 친노가 다 해먹겠다는 거냐"고 책상을 내리치며 반대했지만, 친노의 우격다짐을 꺾을 길은 없었다.

    친노 문희상 의원은 비대위원장이 되자마자 "모바일 투표만큼 좋은 방법이 어디 있느냐"며 평지풍파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결국 2·8 전당대회 도중에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떨어뜨리고 문재인 대표를 붙이기 위해 여론조사 룰 해석까지 변경하는 치졸한 짓을 저지르며 당권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 ▲ 비노 김한길 지도부를 흔들어 무너뜨린 자리 위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문재인 의원(사진 왼쪽)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자리로 밀어올린, 같은 친노 계파의 문희상 의원(오른쪽).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비노 김한길 지도부를 흔들어 무너뜨린 자리 위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문재인 의원(사진 왼쪽)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자리로 밀어올린, 같은 친노 계파의 문희상 의원(오른쪽).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왜 이렇게까지 해서 당권을 잡아야 했나. 숱한 의문들의 답은 한 곳으로 모인다. 오로지 20대 총선에서 친노 독식, 친노 내리꽂기 공천을 하기 위한 수단과 과정들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재선 의원은 "폐족(廢族) 친노는 본래 한 줌에 불과한 세력이었다"며 "19대 총선에서 한명숙 대표가 친노 독식 공천으로 마구 내리꽂아 지금 초재선들은 전부 친노로 채워졌다"고 개탄했다. 문재인 대표가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 제안을 냈을 때도 안철수 전 대표로 하여금 이를 받아들이라며 윽박 지른 이른바 '문재인의 홍위병' 초·재선 의원들이 이들이다.

    한 번만 더 이런 식으로 비노를 공천에서 학살하면, 당을 완전히 친노의 사당(私黨)으로 만들어버리는 것도 헛된 꿈만은 아니다. 친노의, 친노에 의한, 친노를 위한 정당이 탄생하는 것이다. 10여 년만에 열우당을 복원하는 꿈을 위해서라도 문재인 대표는 절대 물러날 수 없는 것이다.

    안철수 전 대표의 최후통첩, 주승용 최고위원의 사퇴 등도 독식 공천을 향한 길의 걸림돌이 될 수는 없다. 주승용 최고위원이 항의의 뜻으로 당무를 거부하자, 오히려 '이 때가 기회다' 싶어 평소 주승용 최고위원이 반대해 온 선출직공직자평가위의 시행세칙 등을 닥치는대로 날치기 통과시켰다. 이 시행세칙은 비노·호남·비주류를 겨냥하는 게 분명한 현역 의원 20% 학살의 내용을 담고 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8일 최고위원 사퇴 기자회견 도중 "내가 불참한 가운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의원 평가 시행세칙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킨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패권주의의 민낯을 또다시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한편 자유화를 원하는 시대와 국민의 요구를 묵살하고, 아들에게 권력을 세습하겠다는 욕심을 부렸던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는 어떻게 됐을까.

    새정치연합의 전남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주홍 의원은 지난 4일 전남 영암에서 열렸던 '전라남도 핵심당원 연수대회'에서 "25년간 철권통치하던 차우셰스쿠에게 루마니아 국민들은 '내려와라, 스스로 결단하라'고 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며 "그 때 퇴진했어야 하는 건데 실기(失機)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부부가 헬리콥터를 타고 도망가려다 실패하고 붙잡혀, 자기 시민들의 총에 총살당했다"며 "자기만 죽는 게 아니라 자기 당도 망하고, 루마니아까지 몰락시켰다"고 덧붙였다.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의 영부인 엘레나는 "인민들은 마치 벌레와 같다. 아무리 먹여도 만족할 줄을 모른다"고 매도했었다. 그러한 니콜레아~엘레나 부부가 자유화 시위대에 합류한 군에 붙들렸을 때, '벌레'로 매도당했던 장병들이 너나할 것 없이 "내가 쏘겠다"고 손을 들고 나선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동구권의 자유화 과정에서 처벌받은 공산당 지도자가 없고, 자유화 바람에 일찍 순응한 헝가리 같은 경우에는 기존 공산당도 사회당으로 재빨리 변신해 제1야당으로 살아남았다. 반면 차우셰스쿠는 황주홍 의원의 언급대로 부부가 총살을 면치 못했을 뿐만 아니라 당과 나라까지 망하게 만들었다. 사리사욕으로부터 비롯된 다른 꿍꿍이 때문에 퇴진해야 할 때를 놓쳤기 때문이다.

    지금 박주선·천정배·박준영·김민석·정동영 등 한때는 같은 울타리 안에 있었던 사람들 중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을 대체하겠다고 손들고 나서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문재인 대표는 이들 뿐만 아니라, 아직 같은 당에 남아 있는 사람들까지 "공천권을 노리는 자들"로 매도하고 있다. 어쩐지 "내가 쏘겠다"고 나선 자기 국민들의 기관총 세례에 '벌집'이 돼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차우셰스쿠의 말로가 문재인 대표의 말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