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盧 학살하고 선거구는 통폐합… 대토벌작전 벌인 日帝로부터 배웠나
  •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이 중대 국면으로 치달아가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혁신전당대회 소집을 재차 요구한 채 낙향했다. 이윤석 조직본부장과 김영록 수석대변인 등 당직을 가진 의원들조차 당의 상황에 위기감을 느끼고 구당(求黨)모임을 조직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은 연일 탈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고강도 발언을 하고 있다.

    분당을 피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국면이지만, 문재인 대표는 고집스럽다. "대표직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도 하는 행동은 딴판이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총선 체제로 돌입하겠다"며 인재영입위원장까지 맡았다. 현역 의원 중 20%를 공천 학살하는 선출직공직자평가위의 시계는 이 와중에도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현상들이 일거에 맞물리면 향후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까. 그리고 올해 초, 2·8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와 함께 희망을 품고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러한 상황에 봉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뉴데일리〉는 연재 기획한 긴급진단을 통해 새정치연합 문재인 체제의 위기의 원인과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①문재인, 조선 수군 말아먹은 '원균 리더십' 때문에
    ②문재인 쇠고집, 꿍꿍이 있던 차우셰스쿠처럼…
    ③"원칙 지키겠다" 문재인, '장검의 밤' 히틀러 본받나
    ④'호남대토벌'… 문재인과 데라우치 '닮은 꼴'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10월 2일 광주·전남 농어촌 지역 의원들과 면담을 가진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10월 2일 광주·전남 농어촌 지역 의원들과 면담을 가진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우리 당에서 현역 물갈이를 하려면 호남을 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486으로 분류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서울 지역구 의원이 한 말이다. 그는 "서울은 내 지역구만 해도 내가 나가지 않으면 새누리당 ○○○이를 당선시켜줄 수도 있기 때문에 (물갈이는) 안 되지만, 호남은 공천만 받으면 당선 아니냐"라고 태연하게 말했다.

    '호남은 공천만 받으면 지팡이를 꽂아도 당선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당 총재를 하던 시절에나 있었던 철지난 환상 때문에 매4년마다 총선이 돌아오면 호남은 여지 없이 '공천 학살'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과연 이러한 환상은 사실일까.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지난 2008년 4·9 총선에서 '호남 대학살'의 대상이 돼서 공천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공천에서 탈락하자 보란듯이 민천(民薦)으로 출마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그는, 당선 이후 DJ가 머물던 동교동 사저를 찾았다.

    이 때 DJ는 억울한 낙천의 희생자였던 박지원 전 대표의 당선을 기뻐하면서도 무거운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활동을 잘하라. 나의 영향력은 곧 없어진다. 네가 잘해야 한다. 금귀월래(金歸月來, 금요일에 지역구로 내려갔다가 월요일에 서울 여의도 국회로 돌아오라는 말), 1년 52주 중 50주를 하라"는 게 DJ가 박지원 전 대표에게 당부했다는 말이다.

    박지원 전 대표는 '총기난사' 혁신위의 김상곤 위원장이 그를 용퇴 대상자로 지목한 지난 9월 24일, DJ의 금과옥조를 떠올리며 "나는 했다. 8년간 금귀월래 약속 지키기 위해 예산으로 외국 한 번 안 나갔다"고 회상했다. "인사청문회 8관왕"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지역구 활동 외에 의정 활동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것 또한 분명히 했다.

    그런데도 친노(親盧)는 그를 제거하고, 용퇴시키지 못해 안달이다. 참다참다 못한 박지원 전 대표는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열린 호남 의원단 회동에서 속내를 토로했다.

    "생각해보면 열우당 이래 호남은 늘 청산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우리 새정치연합에서도 혁신위 구성 전에는 친노패권주의와 486이 혁신 대상이었지만, 이제 그분들은 다 어디로 가고 호남만 개혁 대상으로 남았다"고 동향 의원들 앞에서 넋두리를 했다.

    그러면서 그 전날 문재인 대표가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개관식을 찾아 호남을 향해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고 한 것을 가리켜 "우리 호남이 이 이상 어떻게 더 죽느냐"고 일갈했다.

    무안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전남 서부의 민심을 박지원 전 대표가 대변한다면, 여수만을 중심으로 하는 전남 동부의 대변자는 주승용 최고위원이다. 전국 팔도의 지방 중에서 서울·수도권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이다. 철도도 일단 부산으로 향하다가(경부선) 대전에서 갈라져 다시 전남 서부를 향하고(호남선) 익산에서 비로소 재분기해 여수를 향하는(전라선) 지그재그 철길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 주승용 최고위원, 황주홍 전남도당위원장(사진 오른쪽부터) 등은 호남 의원들이 지역민들의 높은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열심히 의정과 지역구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번번히 물갈이 대상에 오른다고 토로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 주승용 최고위원, 황주홍 전남도당위원장(사진 오른쪽부터) 등은 호남 의원들이 지역민들의 높은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열심히 의정과 지역구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번번히 물갈이 대상에 오른다고 토로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 때문에 주승용 최고위원은 의정활동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아시아나항공을 900회, 대한항공을 850회 탑승했다. 2000회에 가깝게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하며 서울과 여수를 바삐 오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호남은 역사적으로 예산과 인사에서 소외되다보니 지역구 국회의원에 대한 기대와 요구 수준이 대단히 높다"며 "호남 의원의 의정 활동의 한계가 있어 정말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좋은 평가를 받기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따라서 호남 지역 의원들은 이제 그 어느 지역보다 의정 활동도, 지역구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새정치연합의 전남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주홍 의원은 "(친노는) 습관적으로 호남을 물갈이 대상으로 여긴다"고 토로했다.

    황주홍 의원은 "호남 의원들이 특별히 국회 출석률이나 입법 발의율이 저조하다거나, 지역구의 사업이나 민원을 챙기지 못한다는 등 객관적인 지표와 기준이 있다면 모를까, 그런 기준 없이, 또는 기준에 비춰볼 때 오히려 반대임에도 물갈이하자는 것은 어떤 목적과 선입견이 있는 것"이라며 "특정 지역에 대한 비하와 거부감을 갖고 특별한 정치적 동기를 숨긴 채 이렇게 (물갈이로) 표현하는 것은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분개했다.

    이처럼 매4년마다 호남을 중심으로 이유도, 명분도 없는 피비린내 나는 공천 학살이 소용돌이치고, 지역 인재들은 영산강과 섬진강을 핏빛으로 물들이며 스러져간 것이 2004년 열우당 창당으로부터 12년. 내년 4·13 총선을 앞두고 다시 호남을 노리는 친노의 검은 손길이 짙은 어두움을 드리우고 있다.

    친노 계파의 수장 문재인 대표는 지난달 18일 '호남의 심장부'인 광주광역시의 조선대학교 강연에서 악에 받친 발언을 쏟아냈다. 명백히 호남을 겨냥해 "아주 광범위한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며 또 한 번의 '호남 학살'을 예고했다.

    문재인 대표의 측근 그룹은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실시한 설문에서 문재인 대표의 호남 지역 지지율이 5%가 나온 것만 거론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호남 지역의 현역 의원들이 제대로 못해서 당과 대표의 지지율이 안 나온다"며 "인적 혁신을 해야 한다"고 길길이 날뛴다.

    만일 호남 민심의 불만이 정말로 친노 문재인 대표를 겨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구의 현역 의원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라면 완전국민공천제(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면 된다. 그러면 지역민들이 알아서 공천 과정에서 현역 의원들을 '물갈이'할 일이다.

    하지만 최고의 혁신인 오픈프라이머리는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인위적 물갈이'만을 노리고 있다. 당대표의 기득권 중의 기득권인 컷오프·전략공천·단수공천 등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고 있다.

    더 이상 호남이 '지팡이만 꽂으면 당선'되는 지역이 아닌데도, 인위적 물갈이를 계속해서 시도한다는 것은 진정으로 지역민을 위한다기보다는 다른 흑심이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당내 특정 계파의 패권주의를 강화하고, 이러한 계파패권주의를 위협할 만한 인물이 성장하는 것을 뿌리 뽑아버리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친노 계파는 전라북도에서는 이러한 의도를 이미 어느 정도 관철했다. 2008년 "도로열우당"이라는 말까지 나온 호남 공천 학살에 이어, 2012년 친노 한명숙 지도부의 친노 독식 공천으로, 친노패권주의 세력에 부화뇌동하지 않는 양심적 지역 정치인은 '공천 학살당한 자를 위해 눈물 흘려줄 사람조차 없을 정도로' 모조리 제거됐다.

    전북의 정치1번지라 불리는 전주완산갑조차 호남 민심을 거스르는 친노 성향의 초선 의원이 맡고 있다. 지역의 정치적 영향력이 완전히 영락해 버린 것이다.

  • ▲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전남·전북 지역 의원단 오찬 회동에서, 회동을 주재한 주승용 최고위원과 황주홍 전남도당위원장이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전남·전북 지역 의원단 오찬 회동에서, 회동을 주재한 주승용 최고위원과 황주홍 전남도당위원장이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지난 8월 4일,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전주 강연회 때 강연회장에서 만난 전북 지역의 대학교수는 "한때 전북은 국회의장을 배출했고 대선 후보도 배출했을 정도로 영향력 있는 지역이었다"며 "거듭된 '공천 학살'과 '호남 물갈이'의 결과로 설령 집권하더라도 국회의장단도, 각료도, 그 무엇도 배출할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돼 버렸다"고 한탄했다.

    그리고 친노 계파의 칼끝은 이제 광주와 전라남도를 향하고 있다.

    광주·전남의 정치1번지인 광주 동구는 문재인 대표에게 단호하게 맞서고 있는 '의병장(義兵將)' 박주선 의원의 지역구다. 이 때문일까. 문재인 대표는 새정치연합의 대표로서 호남 지역구를 지키고 보전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되레 "비례성을 높여야 한다"며 결과적으로 광주 동구 선거구를 없애는데 무게를 싣고 있다.

    조금이라도 친노 계파에 대항할 만한 능력과 역량이 있어 보이고 진정으로 호남 민심의 사랑을 받아 크게 성장할만한 조짐이 보이는 인물은 찍어내지 못해 눈이 벌개져 있다는 관측이다.

    이러한 친노 계파의 흑심, 그리고 이의 수장인 문재인 대표의 언행을 보면서, 한반도를 완전히 수중에 넣기 위해 국권강탈 1년 전에 '남한 대토벌 작전'으로 호남 대학살을 벌였던 일제, 그리고 그 수장 데라우치 마사다케(寺内正毅) 통감의 모습이 떠오른다.

    패권주의가 국가 간의 관계로 변형된 형태인 제국주의 세력이 한반도를 암흑으로 물들이던 1909년, 호남에서는 항일 의병 활동이 들불처럼 전개되고 있었다. 통감부 자료에 따르면, 1909년 상반기 한반도 전체의 대(對) 의병 전투의 47.3%가 호남 지역에서 발생했다.

    국권강탈을 방해하는 의병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던 일제는 1909년 9~10월 두 달 동안 '남한 대토벌 작전'이라는 명칭 하의 호남 대학살을 벌였다. 두 달의 작전 기간 동안 호남 지역에서 1만7779명이 사살당했다.

    일제는 의병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던 근거지는 군(郡)을 아예 철폐해버리기도 했다. 일례로 의병장 담산 안규홍의 근거지였던 전라남도 낙안군은 이 과정에서 폐군(廢郡) 당해 순천시 낙안면으로 강등당했다.

    2017년 대선에서 반드시 대선 후보가 되겠다는 것이 목적인 문재인 대표가 그 직전 해에 열릴 총선을 앞두고 호남을 타겟으로 '대토벌' 작전을 구상하는 것과 흡사한 모습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친노에 대항하는 '의병장'의 근거지가 되는 선거구를 없애려 하는 모습도 혹시 일제로부터 배운 것일까.

    선거에 연전연패하면서도 책임을 회피하고, 어떻게든 내년 4·13 총선에서의 친노 독식 공천을 위해 당권에 집착하고 대표직에 연연해 하는 모습. 이러한 의도를 읽으면 향후 새정치연합의 공천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전망하는 것은 딱히 어렵지 않다. 어느 지역이 '공천 학살'의 주된 타겟이 될는지도 명약관화하다.

    일제가 친일 밀정을 앞세워 의병의 대열을 교란하고 토벌 정보를 입수했듯이 호남 곳곳에 박혀 있는 친노패권주의에 부화뇌동하는 정치인들을 걷어내고 무언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대적인 '공천 학살'을 통해 새정치연합의 뿌리요 핵심 지지 기반이라는 호남은 내년 4·13 총선에서 '죽음의 땅'으로 변모하고 말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