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형집행 업무지침 마련…'신변정리' 이유로 집행 연기 안돼
  • ▲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년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가 지난 8월 24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당 소속 의원들에게 백합을 나눠주고 있다. ⓒ뉴시스
    ▲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년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가 지난 8월 24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당 소속 의원들에게 백합을 나눠주고 있다. ⓒ뉴시스

     
    범죄행위를 저지른 정치인들이 신변정리를 이유로 형집행을 연기하는 이른바 '황제 집행' 논란이 앞으로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법무부의 형집행 연기를 강력하게 질타한 것이 후속 대책으로 연결되면서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검찰청 공판송무부는 구금돼 있지 않은 징역·금고 등 자유형 확정자에 대한 형집행업무 지침을 5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검찰은 이번 지침에서 '자유형이 확정된 사람에게 그 즉시 소환을 통보하고, 출석시기는 소환 통보를 한 다음날 일과 시간 이내'로 규정했다. '황제 집행' 논란을 야기한 제2의 한명숙 사건을 앞으로는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대검찰청의 이번 지침 시행은 김진태 의원의 강력한 비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조치로 풀이된다. 
  • ▲ 지난 10월 17일 춘천지구전투 전승기념식에 참석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김진태 의원실
    ▲ 지난 10월 17일 춘천지구전투 전승기념식에 참석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김진태 의원실

    앞서 부장검사 출신인 김진태 의원은 지난 9월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한명숙 전 총리의 감옥행 일정을 연기했던 법무부를 강하게 비판하며 대책을 촉구한 바 있다.

    당시 김 의원은 김현웅 법무부장관에게 "일반인이 '볼 일 있으니 며칠만 달라'고 하면 그렇게 형집행을 연기해 주느냐"고 따져물었다. 법무부가 한 전 총리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한명숙 전 총리는 검찰조사를 받을 때 백합과 성경책을 끼고 가고 구치소 들어갈 때는 상복을 뜻하는 검은색 옷을 입었다. 검찰이 이렇게 우롱당해도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한 전 총리는 지난 8월 20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에 검찰은 수감을 위해 한 전 총리에게 21일 출석할 것을 요구했지만, 한 전 총리는 병원 진료와 신변 정리 등을 이유로 집행 연기를 요청했다.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한 전 총리를 형집행 확정 나흘 뒤인 24일 수감했다.

    당시 검은색 양복 차림으로 두 손에 '청렴', '양심'을 상징하는 백합과 성경책을 들고 서울구치소에 모습을 드러낸 한명숙 전 총리는 "저는 결백하고 그래서 당당하다"며 "굴복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가 끝까지 사법부를 비난하는 발언만 쏟아냄에 따라 특혜 논란의 형 집행일 연기가 매우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김진태 의원은 개선된 형집행업무 지침에 대해 "제가 한명숙 황제 집행 당시 목청을 높여 이렇게 된 것"이라며 "검찰에서는 옛 한나라당 인사도 형집행 연기를 한 적이 있다고 회피성 답변을 한 적이 있는데, 앞으로 새누리당 인사가 유죄확정 되더라도 당일 집행하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내게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즉시 내발로 걸어 들어가겠다"며 "이는 정파의 문제가 아니라 법의 존엄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