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  ⓒ 뉴시스
    ▲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 ⓒ 뉴시스

    10월 19일 발표된 <올바른 교과서는 올바른 국정화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제하의 <지식인 500인 공동선언>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집필진에서 극우를 배제한다”는 10월 12일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의 발언, “교학사 교과서 집필진은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에서 배제한다”는 10월 14일 역시 김정배 위원장의 발언, “권희영 교수는 배제한다. 현재 집필을 거부하고 있는 연구자들을 삼고초려해서 모시겠다”는 10월 16일 진재관 편사부장의 발언 등,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및 최고위 간부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우리는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국사교육 정상화를 위해 엄청난 용기로 희생을 치러 온 전문가 및 시민들을 모욕하고 ‘극우’라 매도하는 언행이기 때문이다.
 
  •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뉴데일리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뉴데일리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올바른 국사교과서 편찬 방침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장본인들은 교과부장관, 국사편찬위원장, 청와대 교문수석이다.
    그런데 이들이 영 [돌격 앞으로]는 하지 않는 채 엉뚱한 소리나 지껄이고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 궁리나 하고 있는 것 같아 쯧쯧쯧 소리가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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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과 그 밑의 진재관 편사부장의 자세는 위에 인용한 대로라면 “온 몸을 던져 올바른 국정화를 통한 올바른 국사교과서를 기필코 만들어 내고야 말겠다”는 결의로 가득 차 있다기보다는 “권희영 교수 등 교학사 국사교과서 집필진 같은 선명한 [반(反)민중사관] 쪽을 배제하고서라도 [민중사관] 쪽의 미움만은 절대로 사지 않겠다”는 기회주의적 운신(運身)법으로 가득 차 있어 보인다.

    장수랍시고 앉은 사람들의 자세가 이럴 진대는 그들이 이끄는 싸움이 어떻게 굴러갈지는 불을 보듯 환한 것 아닐가? 
      
    황우여 교과부 장관 역시 요즘 들어 혀를 묘하게 굴리고 있다.
    국정화와 관련해 "과격한 결론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국정화를 영원히 하자는 건 아니다“ 어쩌고 하면서 연일 빠져나갈 구멍이나 파느라 여념이 없다.

    어느 사석에서 [황우여 식 처신]의 궤적을 잘 알고 있는 어떤 인사는 이렇게 말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내, 그 친구 왜 가만있나 했더니...“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더라는 이야기였다.
    김상율 교문수석이야 원래가 [진보적]임을 자처하던 교수였고...
      
    사실이 이렇다면 전쟁에 임할 장수 셋이 모두 칼집에 든 칼을 뽑아들 생각들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란 이야기가 되는데.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전시(戰時) 용병(用兵)술]이 혹시 잘못 된 건 아닌지 되돌아 볼만하다.
    저런 미지근하고 시원찮은 사람들을 데리고 과연 이 쉽지 않은 싸움을 생각대로 끌고 갈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두 번의 전례(前例)를 상기해 봐야 한다.
    철도노조 불법파업 때 박근혜 대통령과 최혜연 철도공사 사장은 불법을 상대로 멋진 싸움을 해 99% 이겨 놓았다.
    아, 그런데 그 다 된 밥상을 김무성 대표가 박지원 의원과 숙덕숙덕한 끝에 슬쩍 가로채 가지고서는 불법파업 쪽 손을 번쩍 들어주는 식으로 김을 확 빼버렸다.

    그리고 그 후 공무원 연금법 개정 때도 김무성-유승민 라인은 야당 요구대로 웬 국민연금법과 국회법 개정을 끌어들여가지고서는 결과적으로 공무원연금법을 죽도 밥도 아닌 것으로, 김을 또 확 빼버렸다.
     
    이번의 국사교과서 국정화와 새 국사교과서 만들기 역시 잘못하면 또 그렇게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다시 말해 교과부-국사편찬위원회 간부들과 교문수석이 잔재주를 부리거나 손 놓고 있거나 딴 생각을 품으면 박근혜 대통령이 모처럼 여론을 수렴해 “그래 국사교과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새로 써야겠다”고 결심한 끝에 추진하는 이번 일 역시 또 허망하고 우습게 뒤틀어질 개연성이 적잖게 있는 것이다.
      
    이런 우려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사교육 바로잡기’ 이전에 그걸 담당할 진용(陣容)부터 다시 한 번 빈틈없이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청소년들에 대한 국사교육을 “대한민국은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였다”고 말하는 패거리에게 더 이상 내주지 않으려면 말이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