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 3자연석회의 통해 존재감 부각… 선거구 논의 '함정' 주의해야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개혁적 국민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19일 의원회관에서 연석회의를 앞두고 손을 맞잡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개혁적 국민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19일 의원회관에서 연석회의를 앞두고 손을 맞잡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자신이 "무례하다"고 칭한 분과, 가칭 개혁적 국민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자신이 "싱겁다"고 칭한 분과 손을 맞잡았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싸고 결성된 일시적 연합 전선, 3자 연석회의의 귀결은 어떻게 될까. 문재인 대표와 천정배 의원 사이의 동상이몽이 심해, 결국 비극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측에서는 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결성된 3자 연석회의가 결국 내년 총선을 앞둔 야권 통합으로 이어지는 단초가 되기를 바라는 눈치다.

    문재인 대표는 실제로 이와 같은 희망을 지속적으로 피력해 왔다. 지난달 17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에 앞서) 어떤 방법이든 하나의 당이 돼서 선거를 치르는 것이 필요하다"며 "천정배 의원, 정의당과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접점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흘 뒤인 20일 천정배 의원이 신당 창당선언식에서 "(문재인 대표는) 참 싱거운 분"이라며 "너나 잘하라"고 일갈하자, 이튿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무례하다"고 맞받으며 분을 감추지 못했지만, 3자 연석회의가 결성되자 다시금 '야권 통합'에 군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표는 19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통합이 현실적인 답"이라며 "정의당과 천정배 의원, 정동영 전 의장 등이 (통합의 대상)"이라고 언급했다.

    교과서 문제에 한정해 결성된 3자 연석회의의 의제를 확대하려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의 부추김도 문재인 대표의 꿈을 한껏 부풀리고 있다. 심상정 대표는 19일 3자 연석회의 모두발언에서 "노동개악으로 대기업만 감싸는 박근혜 정권의 재벌 편향도 야당이 꺾어놓아야 한다"며 "선거제도 개편도 공조하자"고 제안했다.

    정의당은 내년 20대 총선에서의 비례대표 정수 유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당초에는 되레 비례대표를 늘리자는 입장이었지만 도무지 여론의 호응이 없자, 마지못해 유지로 방향을 틀었다. 문재인 대표도 비례대표를 한 석도 줄일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당내에 동의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당내에서 고립무원인 상황인데 엉뚱하게도 당외로부터 뜻밖의 원군이 온 셈이다.

    교과서 국정화 뿐만 아니라 선거구 논의에서도 서로 입맛이 맞는 상황에서 통합도 논의하지 못하겠느냐는 장밋빛 꿈이 부풀어오를 만한 상황이다.

    친노 측 핵심 관계자는 "공개 모두발언에서야 역사교과서 이야기 위주로 갔겠지만, 언론인들을 물리고 나면 별 이야기가 다 나왔을 것"이라며 "(장차) 합당 이야기까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친노 일각에서는 "천정배 의원은 원래 원조 친노(親盧)이고, 뉴DJ로 지칭되는 새로운 개혁적 인재로 호남을 채워야 한다는 것도 우리 생각과 다르지 않다"며 "천정배 신당이 뉴DJ를 잘 모아서 출범하면, 이 당과의 통합을 통해 자연스레 '호남 물갈이'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비노(非盧) 호남 의원들에 대한 차도살인(借刀殺人)까지 내다봤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개혁적 국민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19일 의원회관에서 연석회의를 앞두고 모두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개혁적 국민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19일 의원회관에서 연석회의를 앞두고 모두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반면 천정배 의원 측은 3자 연석회의는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이라고 명백히 선을 긋고 있다.

    천정배 의원은 지난 11일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한 비상대책회의 구성 제안을 던진 뒤, 이틀이 지나 문재인 대표와 전격 회동을 갖고 이를 성사시키는 추진력을 보여줬다.

    천정배 의원 측에서는 신당론이 소강 국면이고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정국의 핵심 의제인 상황에서 원내 1석의 천정배 의원이 주도적으로 128석의 문재인 대표, 5석의 심상정 대표와 동렬에 서는 연석회의를 결성한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크게 부각시켰다며 고무적인 분위기다.

    하지만 3자 연석회의가 선거연대나 야권 통합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친노 일각의 기대감에 대해서는 일축하고 있다. 당장 지난 13일 문재인 대표와 단독 회동을 가진 천정배 의원 본인부터가 "그런 것(선거연대나 야권 통합)은 아니다"라며 "교과서 문제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눴다"고 선을 그었다.

    천정배 의원이 추진하는 개혁적 국민 신당 창당 작업에 함께 하고 있는 전 국민희망시대 관계자는 "그런 희망은 천정배 의원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가질 수 있는 헛된 생각"이라며 "천정배 의원은 원칙주의자이기 때문에, 자신이 한 번 한 말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천정배 의원은 4·29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을 심판하겠다'고 하고 당선됐고, 문재인 대표를 향해 '너나 잘해라'라고 했던 분"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표와 손을 잡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부연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교과서 국정화로 연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새정치연합을 대체할 신당을 창당하는 실무 작업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며 "내년 1월까지 신당이 창당되면, 4·13 총선에 대응하기에는 시간이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한편 야권 관계자는 천정배 의원이 3자 연석회의를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켰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결국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국민이 먹고 사는 민생 경제와는 무관하다"며 "개혁적 국민 신당이라면 어떤 지점에서 어떻게 새정치연합과 차별화되는지를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향후 과제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천정배 의원도 예전에 정의당이 주장했던 것과 비슷한 방향의 선거제도 개혁을 거론한 바 있지만,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은 호남 민심의 방향과는 정확히 반대"라며 "호남 민심의 성원을 등에 업고 당선된 천정배 의원이 정의당과의 선거구 연대라는 수렁에 빠져 민심에 역주행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