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전쟁서 밀리는 문재인, 출구전략 모색하다 발등 찍었나?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DB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DB

     

    [회동 형식]을 둘러싼 줄다리기.

    결국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긴 쪽은 청와대였다.

    [5자 회동]으로 결론이 났다. 오는 22일 오후 3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4명이 청와대에서 회동을 갖는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20일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러한 사실을 밝히고 "이번 회동에선 방미(訪美) 성과에 대한 설명과 함께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 5법, 경제활성화 법안, 수출 효과가 큰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한-베트남 FTA, 한-뉴질랜드 FTA 비준, 내년 예산안의 법정시한 내 처리, 기타 현안들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성우 수석이 말한 기타 현안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청와대와 야당 사이에선 회동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현기환 정무수석을 국회로 보내 원내대표를 포함한 여야 지도부와 청와대에서 회동을 갖자고 제안했다.

    방미(訪美) 성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동시에, 국회에 계류돼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 및 예산안을 조속히 처리하기 위해 야당의 협조를 구하겠다는 포석이다.

    박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측은 원내대표들을 제외한 3자 회동을 하자고 주장했다. 당내 초강경파 의원 중 한명인 이종걸 원내대표를 회동에서 제외하자는 얘기다.

    이를 두고 여의도 주변에선 출구전략이 필요한 문재인 대표가 전략적으로 이종걸 원내대표를 회동에서 제외시키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관련, 여론전에서 밀리고 있는 문재인 대표가 승산 없는 전쟁에서 발을 빼기 위해 회동 때 청와대와 여당에 모종의 딜(Deal)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역사교과서 논란을 놓고 장외투쟁까지 불사하며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히려 상승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문재인 대표 측의 예상은 완전히 빗겨나갔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문재인 대표로서는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처한 국면을 타개할 출구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 ▲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 ⓒYTN 방송화면
    ▲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 ⓒYTN 방송화면


     


    문재인 대표 측의 3자 회동 제안을 두고 청와대는 여러가지 수를 계산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초 목적인 경제활성화 법안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원내대표들의 참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측이 원내대표를 회동에서 제외시키자고 주장한 탓에 청와대는 20일 오전까지 선뜻 답을 내리지 못하고 내부에서 논의를 거듭했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3자 회동'을 하자는 야당의 제안에 대해 "형식과 내용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얼마 후 '청와대가 야당이 제안한 3자 회동을 수용했다'는 일부 기사가 나오자 청와대 측은 보도 내용을 부인하며 거듭 "회동의 내용과 형식에 대해서는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간극 이후에도 여전했다. 이날 오후 5시 무렵까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측은 3자 회동을 끝까지 고집했고, 청와대 역시 5자 회동을 하자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청와대가 오늘 5자 회동을 하자고 다시 제안해 왔는데 우리 당은 회동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았지만 오늘 최종 입장이 결정난 건 아니다"라며 협의가 장기화될 것을 예고했다.

    그러나 1시간쯤 뒤부터 조금씩 흐름이 변하기 시작했고,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오후 6시 30분쯤 "5자 회동을 거부하지 않기로 했다"며 청와대의 기존 제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의 발표는 청와대와 같은 시각 공동으로 이뤄졌다.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간 회동이 진통 끝에 성사됨에 따라 이번 5자 회동은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 발표 이후 형성된 대치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