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거 중인데도 農心 챙기기… "옳은 일로 농성하는데 지원은 당연"격려방문 이목희 "상하원 없어 인구 뿐만 아니라 면적도 고려해야"
  •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칩거 중이던 1일 국회본청 로텐다홀의 농어촌 의원 농성장을 깜짝 방문했다. 김무성 대표는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 옆자리에서 한동안 연좌 농성을 하며 의견을 나눴다. ⓒ연합뉴스 사진DB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칩거 중이던 1일 국회본청 로텐다홀의 농어촌 의원 농성장을 깜짝 방문했다. 김무성 대표는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 옆자리에서 한동안 연좌 농성을 하며 의견을 나눴다. ⓒ연합뉴스 사진DB

    농어촌 의원들이 지역대표성을 지키기 위해 1일부터 국회 로텐다홀에서 농성에 돌입한 가운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 등 여야 정치인들의 격려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김무성 대표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둘러싼 당 내홍 와중에 농성장을 '깜짝 방문'해 연좌 농성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 등 농어촌 지역 의원들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 로텐다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농어촌 선거구 유지·지역구 확대·비례대표 축소 등의 요구를 담은 피켓과 함께 돗자리를 깔고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지난해 7월 30일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선거구의 인구 상하한 기준을 종래 3대1에서 2대1로 재조정하라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지역구 정수가 늘어나지 않는 한 상당수의 농어촌 선거구가 인구 미달로 통폐합될 위기에 처했다. 이 중에는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나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 등 이미 4개 군(郡)이 1개의 국회의원 선거구를 이루고 있는데도 또 인구 미달로 통폐합 대상이 된 곳들도 있다.

    이에 따라 농어촌 지역 의원들은 국회의원 정수의 현행 300명 유지를 전제로 비례대표를 줄여 지역구를 증원함으로써 농어촌 지역구를 지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7월 3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여론도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여야 한다'(37.0%)는 방향이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비례대표를 한 석도 절대 줄일 수 없다고 공언함으로써 해결을 가로막고 있다. 이에 따라 선거구획정위원회도 지역구 의원 정수 246(현행 유지)~249(3석 증가)석 중에서 2일 최종 획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로텐다홀에서 농성을 이어가던 황영철 의원은 이날 오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어느 특정인 한 분만 결단하면 되는데…"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황영철 의원은 "야당 의원들 중에서도 우리에게 공감을 갖고 찬성하는 의원들이 많지만, 문재인 대표가 농어촌에 애정이 없다"며 "그러다보니 야당 의원들도 마치 대표에 항명하는 느낌처럼 돼서 목소리를 제대로 못 내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선거공학적 판단 때문에 300만 농어민의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라면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제발 문재인 대표가 그러지 않길 바란다"고 일말의 희망을 걸었다.

    2일로 예정된 선거구획정위의 지역구 선거구 정수 최종 결정과 관련해서는 "(선거구획정위가 주관한 현역 국회의원) 공청회에 나가서 우리 의견을 잘 전달했기 때문에 그 이후로 획정위원들과 연락한 바는 없다"며 "(246석 현행 유지로 결정한 획정안이) 10월 13일 국회로 넘어오게 되더라도 한 번 더 재획정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으니 최대한 동료 의원들에게 심정적으로 공감을 간절히 호소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농어촌 지역 의원들은 추석 명절 연휴 동안 지역구에 내려갔더니, 농어촌 선거구 통폐합에 대한 지역구민들의 분노와 격앙이 매우 우려할 수준이라고 전한 바 있다. 황영철 의원은 이와 관련해 "지역구민들은 '올라가야 하는 것 아니냐' '올라가겠다'고 하지만, 올라오게 하는 것도 미안하게 죄스러운 일"이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은 (지역구민들이) '지방과 농어민의 힘을 보여주자'며 상경하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농어촌 의원들의 농성장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의원들의 지지와 격려 방문이 줄을 이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의 '깜짝' 연좌농성이었다. 김무성 대표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둘러싼 당 내홍으로 이날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칩거하던 중 오후 2시 30분 무렵 예고 없이 농성장에 나타났다.

    이어 황영철 의원의 옆자리에 앉아 '농어촌 지방 죽이는 선거구 획정 결사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 한동안 황영철 의원과 대화를 나누다 자리를 떴다. 김무성 대표는 갑작스런 등장에 놀라 모여든 취재진을 향해 "동료 의원이 옳은 일로 농성하니까 지원하러 온 것"이라고 답했다.

    이외에 새누리당 주호영 전 정책위의장과 새정치연합 홍종학 디지털소통본부장, 이목희 의원도 농성장을 찾아 황영철 의원과 악수를 나눴다.

    이목희 의원은 "나는 이거 (농어촌 선거구 유지)에 동의한다"며 "우리나라는 상하원이 따로 없기 때문에 인구 중심으로 하되 (군(郡)의) 숫자와 면적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종학 본부장은 "농어촌 파이팅"을 외쳤다.

    김무성 대표의 연좌 농성으로 격려를 받은 황영철 의원은 "대표실에 들어가는 길에 들르신 줄 알았는데, (본청에) 들어왔다가 도로 나가는 걸 보니 여기에 일부러 오신 건가 싶다"며 "원래부터 열심히 지지해 주셨지만…"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