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성의 亂'인가?
      
  • ▲ 류근일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뉴데일리
    ▲ 류근일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뉴데일리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정당이 선거인단을 모집할 때 휴대전화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이동통신사업자가 임의의 일회성 전화번호를 제공, 안심번호를 사용해 일반 시민에게 전화해 정당 후보 선출에 참여할지, 어느 정당 후보 선출에 참여할지,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 차례로 묻는 방식이다."

           - 조선 닷컴
 
민주주의는 여러 가지와 접목(接접)할 수 있다.
자유주의-개인주의와도 접목할 수 있고, 전체주의-집단주의와도 접목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유럽도 자신들을 민주주의라고 불러 왔고, 왕년의 소련과 지금의 중국도 자신들을 민주주의라고 자처한다.
민주주의는 또한 엘리트주의와도 접목할 수 있고 민중주의와도 접목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자유주의와 접목한 민주주의를 자유 평등 박애가 터 잡을 참다운 민주주의로 규정한다.
여기엔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엘리트 민주주의냐 민중주의적 민주주의냐의 논쟁이다.
1987년의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엔 민주주의가 엘리트주의를 떠나 민중주의 쪽으로 가면 갈수록 더 '좋은 민주주의'인양 행세하는 경향이 있어 왔다.
지나친 엘리트주의는 물론 귀족적, 특권적, 배타적, 관료적 폐단을 동반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반발 역시 너무 지나치면 그 나름의 폐해를 초래한다.
반(反)지성적, 비(非)이성적, 폭력적, 중우정치가 바로 그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수의 음모가들과 공작부대와 작전세력이 군중의 배후에서 그들을 교묘하게 조작하고 동원하고 부려먹는 사이비 민주주의, 꼼수 민주주의가 횡행하기 일쑤다.
 
민주화 이후의 우리 사회에선 386~486~586 전체주의 운동권 음모가들이 바로 이런 종류의 '꼼수 민주주의'를 곧잘 구사하면서 정당의 당권을 잠식하고, 세몰이를 하고, 휘몰이를 하는 타락한 정치공학이 기승하게 되었다.

그들은 이런 방식을 통해 민노당-통진당을 장악했고, 전통야당의 당권과 정체성을 변질시켰다.
그리고 그들의 탈권 투쟁에는 어김없이 '상향식'이라는 이름의 그럴듯한 명분 뒤에 숨은 '여론 조작' '군중 동원' '사기' '장난'...이 꿈틀거리곤 했다.
 
오늘의 야당 당권을 장악한 이른바 '친노파'도 전형적인 '꼼수'를 통해 세를 장악해 왔다.
그 중에서도 휴대전화를 통한 여론 몰이와 여론투표가 가장 대표적인 '장난'이었다.
당내투표에선 이겼지만 모바일 투표에서 뒤집어졌다는 그간의 야당 안 이야기가 바로 그런 상황을 말해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꼼수 가능한’ 야당 친노파의 기술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흔쾌히 동의해주었다는 건
보통 놀라운 뉴스가 아니다.

김무성이 왜 이럴까?
그의 노림수는 뭘까?
청와대와 한 판 붙겠다는 것일까?
그리고 왜 하필이면 대통령이 밖에 나가 있는 동안이면 꼭 이런 수를 부리는 걸까?

여권 내부 권력투쟁의 어느 한 편을 들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유승민, 김무성이 상징하는 여당 일각의 ‘민중주의적 민주주의'의 유행(流行)에 대해서만은 그 위험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슨 논리로?
하향식 공천이 비민주적일 수 있는 반면에 상향식 공천은 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 판’에서 순수한 유권자라는 게 대체 어디 있나?
모두가 조작된 작전세력일 뿐이다.
 
김무성 대표는 속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뉴욕에 가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난 것을  ‘의도된 정치적 거동’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해석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금으로선 맞힐 방도가 없다.
그렇다면 같은 논리로, 김무성 대표의 기습적인 여-야 합의 역시 ‘의도적인 정치적 거동’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나?
이것으로 김무성 대표는 현역 대통령과 대결하는 ‘차기 도전자’로 더 선명하게 자리매김 한 셈이다.
현역의 직간접적인 축복을 받지 않고 그와 싸워서 대통령 후보가 되려는 ‘차기 도전자’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문제인이 야당 안에서 '친위 쿠데타'를 하더니 이번엔 김무성이 여당 안에서 난(亂)이라도, 거사(擧事)라도 일으킨 것일까?
그래서 김무성-문제인은 지금 적대적 공생관계를 재확인하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장차 함께 내각제 개헌이라도 할 작전인가?
그럴수도...?

그러나 여당 안 권력 투쟁과 노선투쟁은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