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남북고위급회담, 美와 실시간 공유하며 왜 여야엔 안 알려주나" 불만朴 "한미동맹 꼭 필요… 과거에도 美엔 숨소리까지 알려줘" 즉각 반박
  • ▲ 새정치민주연합의 한반도평화안전보장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2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문재인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새정치민주연합의 한반도평화안전보장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2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문재인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새정치민주연합 한반도평화안전보장특별위원회(한반도평화안보특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처음부터 문재인 대표와 시각차를 드러냈다.

    문재인 대표는 정세균 전 대표를 유능한경제정당위원장으로, 안철수 전 대표를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으로 임명한데 이어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한반도평화안보특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당내 대주주(大株主)들 끌어안기에 나섰지만, 안철수·박지원 위원장은 문재인 대표와 인식 차이를 자주 노출하고 있어 잘 될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반도 평화·안보 문제와 관련해 김대중 정부를 계승한 박지원 위원장과 노무현 정권을 승계한 문재인 대표 사이에는 대미(對美) 인식을 중심으로 현격한 격차가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여서, 앞으로도 불협화음이 자주 들릴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새정치연합은 24일 오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이날 최고위 회의에는 한반도평화안보특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참석했다.

    문재인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의 상황을 여야 정치권과 국민들이 알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며 "미국과는 회담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한다는 데 정부를 지원해야 할 여야 정치권은 까마득히 모르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아울러 "초당적 대처를 하겠다고 했는데도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상황을 알려주면 공동 대처하고 힘을 모아줄텐데 아쉽다"고 토로했다.

    반면 직후 발언 순서를 맞이한 박지원 위원장은 "(문재인) 대표가 협상 내용을 우리 정부에서 미국에만 알려주고 정치권에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며 "일리 있는 지적이지만, 과거에도 남북 간의 주요한 협상에 대해서는 미국에 숨소리까지 알려주며 협상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조치를 하는 것은) 한미동맹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미국에는 알려주되 여야 정치권에는 알려주지 않는) 이러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나름의 해석을 곁들였다.

    나아가 특위의 활동 방향과 관련해 "한반도평화안보특위는 우리 새정치연합의 정체성에 맞게 활동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문재인 대표의 모두발언에 대해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일단 예의를 갖추기는 했지만, 사실상 즉각 그 내용을 반박하는 발언을 박지원 위원장이 한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안보 문제는 여야를 넘어서 초당적으로 대응해야 할 사안이라는 점에서 친노~비노의 계파 갈등 시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권의 대미관(對美觀) 차이가 은연 중에 불거져나왔다는 해석이 중론이다.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권은 기본적으로 대북(對北) 관계에 있어서 보수 정부보다 유화적(宥和的)이라는 공통점은 있다. 하지만 김대중정부가 한미 동맹을 유지하는 가운데 대북 유화정책을 펼친다면, 노무현정권은 한미 동맹으로부터 이탈해 이른바 '동북아 균형자론' 따위를 펼치면서 대북 무장해제에 가까운 굴종적 정책을 펼쳤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는 양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인식에 기인하는 바도 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72~73년 미국에 망명했으며(1차 망명), 1982~85년에도 미국에 망명했다(2차 망명). 이른바 도쿄 그랜드팰리스 호텔에서의 '김대중 납치 사건'과 1985년의 귀국 과정에서는 미국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는 설(說)도 있다. 박지원 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최측근이 된 것도 미국 망명 과정에서였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미국과 이렇다할 인연이 없으며, 그 주변에 포진한 인사들은 반미(反美) 일변도의 운동권적 사고 방식과 논리로 무장해 있었다. 노무현정권에서 청와대 정무기획·정책기획·기획조정비서관과 대변인을 역임했고, 문재인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며, 지난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정태호 후보도 1985년 서울 미국 문화원 점거 농성 사태에 연루됐던 바 있다. 운동권 인사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좌파 지식인 리영희 씨의 '8억 인과의 대화'도 반미를 부추기고 친중(親中) 경도 사상을 갖게끔 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박지원 위원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문재인 대표 사이에서는 이러한 측면에서 대미관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표의 입장에서는 자신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남북 고위급 회담 내용을 미국과 공유하는 그 자체가 불만일 수 있다. 하지만 박지원 위원장 입장에서는 이는 충분히 설명 가능하고 양해 가능한 사항인 것이다.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위원장, 두 명이 나름대로 새정치연합의 정체성을 자신이 갖고 있는 대미관과 연결짓는다면, 이날 박지원 위원장의 "한반도평화안보특위는 새정치연합의 정체성에 맞게 활동할 것"이라는 선언은, 향후 특위의 활동 방향을 둘러싸고 양자 간의 균열음을 더욱 잦게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