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제식구 감싸는 이종걸, 방탄 국회 시도로 '국민 무시'
  • ▲ 무소속 박기춘 의원이 신상 발언을 하던 중 눈물을 보였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무소속 박기춘 의원이 신상 발언을 하던 중 눈물을 보였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회가 불법 정치 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무소속 박기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무기명 투표를 진행해 가결 137표 부결 89표 기권 5표 무효 5표로 박 의원의 구속을 허락했다. 박 의원은 투표에 앞서 눈물을 보이며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지만, 정작 수사 과정에선 혐의를 일부만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본회의가 열린 13일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체포동의요청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 장관은 "박기춘 의원은 17·18·19대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면서 분양대행업체 대표로부터 10회에 걸쳐 현금 2억 7000만 원, 명품시계 2개, 기념품 등 총 3억 5812만 원 상당의 정치 자금을 수수한 혐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박 의원은) 2015년 검찰에서 이와같은 금품 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자 전 경기도의회 의원을 시켜 집에서 보관하던 현금과 시계를 증거 은닉한 것으로(추정돼) 현재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에 따르면 박 의원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현금 1억 3000만 원과 지역 구민에게 줄 기념품 868만 원 상당을 요구한 정치 자금법을 위반한 혐의는 인정했지만, 나머지 금품 수수 혐의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금품 공여자는 박기춘이 금품을 요구한 사실을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으며, 전 경기도의회의원도 박기춘 지시에 따라 물건을 옮기고 보관했다고 털어놓은 상황이다.

    김 장관의 발언이 끝나자 박기춘 의원은 단상에 올라 신상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표결이 가결될 것을 예상한 듯 "본회의장에서 발언할 기회가 오늘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며 "오늘 한없이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으로 이자리에 섰다"고 심정을 밝혔다.

    감정이 북받쳐올라 눈물을 보인 박 의원은 울먹이면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지난 70여일 간 여론을 통해서 중형을 선고 받았다"며 "불체포 특권 뒤에 숨지않고, 방탄막으로 감싸달라고 요청하지 않겠다"고 단념한 듯 말했다.

    아울러 "(나는) 아무런 배경도 없이 오직 땀과 눈물로 앞만보고 달려왔지만, 그 정치 여정도 이제 접는다"고 덧붙였다.

    박기춘 의원의 숙연한 발언에도 여야 의원들은 체포동의안에 대해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등을 돌렸다.

    한편 본회의에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총회에서 이종걸 원내대표는 박 의원에 대한 표결에서 반대표를 선택해 달라는 의미로 보이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선 "마지막까지 제식구 감싸면서, 방탄 국회라는 여론의 비난을 자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박기춘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19대에서 열 번째 체포동의안이고, 처리 안 된 채 남아있는 것이 2건 있다"며 의미심장한 발언으로 운을 뗀 이 원내대표는 "지혜로운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며  "의원들 한 분 한 분이 중지를 모아달라"고 설득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나아가 박기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당하다는 듯 "점점 더 국민의 눈높이와 엄정한 평가들이 우리 국회를 몰아세우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그것은 저희들이 극복해야 하고, 국민의 의사를 잘 받아 모셔야…"라면서 수습하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마무리 발언까지 "(혐의에 대한) 여러 자료들이 있지만, (자료보다도) 더 분명하고 왜곡되지 않은 사실 그대로 평가해야 될 것으로 믿는다"며 지혜로운 판단을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종걸 원내대표의 당부때문인지, 표결 결과는 가결 137표 부결 89표, 기권이 5표, 무효 5표로 나왔다. 무기명 투표인만큼 누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부분의 여당 의원들이 가결을 선택한 것으로 가정한다면, 야당 의원들의 상당수가 박기춘 의원을 옹호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