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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의회가 추진하는 '미국산 석유수출금지 해제'는 미국 내에서도 주목을 끌고 있다. ⓒ야후 파이낸스의 관련보도 캡쳐
셰일 에너지 개발을 놓고 OPEC(석유수출국기구)와의 대결에서 승기를 잡은 미국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셰일 에너지 수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은 9일(현지시간), 美정부가 40년 넘게 유지해 왔던 미국산 원유수출 법안을 해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美하원은 이르면 올 9월 초 원유수출금지 해제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상원의 표결도 내년 초로 기대되면서, 거의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글로벌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밑도는 상황에서는 미국 경제를 크게 동요시키는 않을 것”이라면서 “일부 미국인들에게는 (미국산 원유 수출이) 충격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원유 수출 빗장 해제가 큰 경제적 논란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얼마 전만 하더라도 (미국의 석유수출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면서, 최근 미국 내의 셰일 에너지 개발 상황을 전했다.
미국의 석유수출금지 법안은 중동전쟁(욤 키푸르 전쟁)과 관련이 있다.
1933년 스탠더드 오일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설립한 미국계 회사 아라비안 아메리칸 석유회사는 세계 최대의 석유회사였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사우디 정부와 스탠더드 오일의 합작 형태였다.
하지만 1973년 욤 키푸르 전쟁이 일어난 뒤 사우디 정부가 지분 25% 추가로 매입, 지배주주가 된 뒤로 미국에 대한 석유수출을 금지했다.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들도 사우디 정부의 조치를 뒤따랐다. 이유는 욤 키푸르 전쟁 당시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바로 제1차 석유파동이었다.
미국은 이에 맞서는 조치로 1975년부터 미국산 석유의 수출을 금지했다. 이후 미국은 캐나다를 제외한 어떤 나라에도 석유를 판매하지 않았다. 일본에 대해서는 천연가스를 판매했지만, 석유는 팔지 않았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전후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 내부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바로 셰일 에너지 때문이라고 한다. 1998년 개발된 프래킹(수압파쇄공법)을 시작으로, 날이 갈수록 셰일 에너지 채굴 비용이 줄어들면서 셰일 석유와 셰일 가스의 배럴 당 생산단가가 크게 낮아졌다.
2007년 이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80% 넘게 급증, 최근에는 하루 석유 생산량이 950만 배럴이나 된다는 것이 ‘월스트리트저널’의 이야기다. 덕분에 미국의 석유 수입량 비중은 전체 소비량의 27%로 1985년 이래 최저 수치라고 한다. 캐나다에 판매하는 석유도 하루에 50만 배럴이나 된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에 자신감을 얻은 미국 석유업체와 이들의 후원자인 공화당은 “미국 석유 생산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석유수출제한법안의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석유업체들과 공화당이 미국산 셰일 석유와 셰일 가스를 수출하고자 하는 이유는 정제 설비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 ‘월스트리트저널’의 설명이다.
멕시코만에 몰려 있는 미국 정유업체들은 주로 중동산 중질유를 처리하는 데 최적화된 설비를 갖추고 있는 반면, 미국산 셰일 석유와 같은 경질유를 정제할 수 있는 설비가 모자란 현실도 원인이라는 것이다. 미국 업체들도 경질유를 정제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생산단가가 급상승하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미국 석유업체와 공화당 측이 미국산 셰일 석유와 셰일 가스 수출을 요청하고 있지만, 일부 정유 업체들과 이들의 편에 선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미국산 석유수출금지의 해제에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산 석유를 수출한 댓가로 정제 제품들의 가격이 하락하면 자신들이 손해를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내 연구기관과 대부분의 석유 관련 업체들은 미국산 셰일 석유와 셰일 가스 수출에 찬성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내 석유가격이 하락하면,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요인이 되고, 석유 관련 업체들도 제품 소비 증가로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부 연구기관은 미국이 석유를 수출하기 시작하면, 이를 사기 위한 달러 사용이 증가하면서 달러 가치가 상승, 금리까지 인상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美의회는 “전반적인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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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년 말 당시 정부가 추산한 한국 석유화학제품 수출액 누계. 지금도 석유화학제품은 한국 수출품목 가운데 1위다. ⓒ정책브리핑 캡쳐
이처럼 美의회가 주도하는 미국산 석유수출금지 해제는 9월부터 전 세계 석유시장에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남미와 중동 산유국, 러시아와 중국, 프랑스처럼 거대 석유업체를 보유한 국가들은 미국의 석유수출금지 해제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 석유수출금지 해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도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석유화학업계 설비 또한 미국 정유업계처럼 셰일 석유나 콘덴세이트 같은 경질유 정제에 부적합한 시설이 대부분이다.
한국의 수출품목 가운데 석유화학 업계의 정제제품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위다. 2012년 말 처음으로 500억 달러를 돌파, 512억 달러에 달했고, 2013년 이에 약간 못 미쳤다 2014년 말에는 다시 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의 석유수출제한 해제는 이 같은 한국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