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프라스 총리 제시한 개혁안보다 더 강해…유로존 19개국 정상회의에 상정 예정
  • ▲ 유로존 회원국과 IMF 등 채권단의 요구를 거절하는 국민투표 이후 은행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연금 수령자들. 그리스가 유로존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런 모습은 그리스의 일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유로존 회원국과 IMF 등 채권단의 요구를 거절하는 국민투표 이후 은행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연금 수령자들. 그리스가 유로존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런 모습은 그리스의 일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5년 가까이 속았던 유로존 회원국들이 또 그리스에 속아 넘어가는걸까. 그리스와 독일, 프랑스 정상이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안에 합의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13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도날드 터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에 대한 타협안을 도출했으며, 이를 유로존 19개국 정상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AFP통신의 이 같은 보도는 치프라스 총리가 유로존 회원국들이 제시한 것보다 훨씬 가혹한 개혁안을 제시했다는 12일(현지시간) 외신들의 보도 이튿날 나온 것이어서 이목을 끌고 있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그리스 정부는 지난 9일(현지시간) 유로존 채권단이 요구하는 사항을 대부분 받아들인 개혁안을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유로존 채권단 국가들은 “그리스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며 더욱 강한 개혁안을 요구해 왔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열릴 예정이었던 유로존 정상회의도 전격 취소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유로존 채권단은 그리스에 ‘500억 유로 규모의 국유자산을 독립적 펀드로 조성’하는 것을 포함해 부가가치세 간소화, 과세 기반 확대, 부실 채권 정리, 송전공사 민영화, 재정지출 자동 중단제 시행, 방만한 연금 체계 정비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그리스 시리자 정권이 국민들에게 공약으로 내걸었던 부채 탕감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만약 그리스 정부가 유로존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한시적으로 유로존에서 퇴출시킨다는 의견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유럽의 좌익 매체들은 “그리스의 경제주권을 수탈하려는 것”이라며 유로존을 이끌고 있는 독일 정부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그리스 국민들도 독일을 맹비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좌익 정당인 ‘시리자’ 내에서는 치프라스 총리에게 등을 돌린 각료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다수의 그리스 국민들이 “그리스와 그리스 국민을 모욕하고 시리자 정권을 전복하려는 시도”라며 치프라스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난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치프라스 총리와 시리자 정권의 선택권은 없어 보인다. 외신들에 따르면, 유로존 회원국 19개국 가운데 10개국이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유럽이 아닌 나라’가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그리스는 장기적으로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는 데서 그치지 않고, 유럽에서 쫓겨나 국제적인 ‘왕따’가 돼 몰락하거나, 아니면 러시아 푸틴 정권 등이 수혈해주는 소규모 자금으로 겨우 연명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무료급식소 앞에 줄을 선 사람이 지금의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으로 늘어나는 등 그리스 국민들은 하루아침에 빈민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현재 유로존 회원국들은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에 120억 유로의 브릿지론을 포함, 모두 860억 유로 이상의 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