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찹쌀떡 공조" 주장은 어디로...당 분열에도 선당후사 모습 안보여
  •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오후 국회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오후 국회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지난 2월 2일 원내대표 경선 투표를 앞둔 당 소속 의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콩가루 집안이 아니라 아주 찹쌀떡을 만들어서 찹쌀가루 집안을 확실하게 만들겠습니다.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는 압도적인 표 차로 당선이 확정되자 수락연설에서
     "대통령, 청와대, 또 정부와 찹쌀떡 같은 공조를 이루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모두 공염불에 불과했다. 유 원내대표 체제 이후 당청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새누리당도 결국 콩가루 집안이 되고 말았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8일 사퇴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는 하지 않았다. 
    끝까지 버티다가 당 의원총회의 '사퇴 권고' 결정에 어쩔 수 없이 물러나는 것이 한으로 남았던 것일까.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까지 정부 여당에 직격탄을 날리고 퇴장한 셈이다. 

    그는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가치와 원칙, 정의를 부정하며 자신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식의 논리를 편 것이다. 

    특히 유승민 원내대표가
    좌파들의 집회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한민국의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규정을 인용했다는 점은 여권 정치인들의 두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 정도였다. 

    유 원내대표는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며 "오늘이 다소 혼란스럽고 불편하더라도 누군가 그 가치에 매달리고 지켜내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신은 헌법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했고, 대통령은 이를 탄압했다는 식의 주장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유 원내대표가 자진사퇴를 거부하며 '강제로 내쳐지기'를 원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에게 탄압받는 희생양의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사태를 이 지경까지 끌고 왔다는 것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정치는 현실에 발을 딛고 열린 가슴으로 숭고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라며 "진흙에서 연꽃을 피우듯, 아무리 욕을 먹어도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치라는 신념 하나로 저는 정치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2주간 저의 미련한 고집이 법과 원칙, 정의를 구현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저는 그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다"고도 했다. 

    자신만의 '법과 원칙, 정의'를 앞세운 정치 행보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이 그동안 자신의 거취 문제를 놓고 심각한 내홍을 겪었음에도 선당후사(先黨後私)의 모습은 추호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종걸 원내대표(사진 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전병헌 최고위원과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종걸 원내대표(사진 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전병헌 최고위원과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유 원내대표의 사퇴의 변을 두고 당 내부에선 끝까지 '제 얼굴에 침 뱉기'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세지에서 유 원내대표를 겨냥, "대다수 새누리당 의원들은 원칙도 없고 정의롭지 못하단 말인가"라며 "마시던 우물에 침 뱉는 격이다. 서운함은 이해하지만 평정심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언론 인터뷰에서 "유 원내대표가 법과 원칙,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고집을 부렸다고 하는데, 그렇게 고집 안 부렸으면 좀 더 이런 것(법과 원칙)을 지키기가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고 꼬집기도 했다. 

    유 원내대표가 자당엔 끝까지 콩가루를 안긴 채 야당엔 찹쌀가루를 선사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마지막까지 심각한 
    당내 갈등을 유발시키면서, 분열 직전의 새정치민주연합엔 정치공세의 빌미를 제공하며 화합을 유도했다는 주장이다. 여권 관계자는 "원내대표 사퇴 논란으로 여야의 입장은 완전히 뒤바꼈다"면서 "여당의 지지율 폭락도 시간문제"라고 우려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사퇴를 두고 "
유승민 원내대표가 대통령께 밉보인 죄로 결국 쫓겨났다. 대한민국 헌정사에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총공세에 나섰다. 

이들은 "대통령의 서슬에 눌려 박수를 치며 자신들의 자신들 손으로 뽑은 원내대표를 끌어내리는 모습은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리는 일"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대통령 향해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親朴) 새력은 배신자를 쫓아냈는지 몰라도 국민은 국민 핫바지로 보는 대통령을 권위주의 본다"고 맹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