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제기 1주일 만에 '공식 사과'..사실상 표절 인정

  • 일본 작가의 작품을 베꼈다는 의혹을 받아온 스타 작가 신경숙이 언론 인터뷰에서 사실상 표절을 인정하는 발언을 해 주목된다.

    신경숙은 23일 <경향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을 표절했다는 지적을 받은 것에 대해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모두 내 탓"이라며 "습지가 없는데 왕골이 돋아나겠냐"고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는 말을 했다.

    신경숙은 "처음엔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나하는 생각을 했는데, 문장을 대조해 보면서 이응준씨가 느닷없이 왜 이랬을까하는 의문을 안 갖기로 했다"며 "나조차도 그걸 믿을 수가 없었다. 쇠스랑이 있으면 내 발등을 찍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토로했다.

    '전설'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해 본 결과,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리 기억을 뒤져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지금은 내 기억을 믿지 못하겠습니다.


    신경숙은 지난 16일 소설가 이응준이 신경숙의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을 표절했다는 주장을 제기할 당시 '우국'을 읽어본 적도 없다고 말한 이유는 "과거에도 같은 지적을 받은 적이 있었고, 내가 읽지도 않은 작품을 표절했을리라 없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2000년에 (표절 의혹에 대한)그런 글이 실렸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그러나 읽지는 않았어요. 그때도 내가 읽지도 않은 작품(우국)을 갖고 그럴(표절할) 리가 있나,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때 읽었으면 좋았을 텐데. 당시는 너무나 여러 가지 것으로 공격을 받고 있던 때라서 정말 어떤 글도 읽지 않았어요.


    또 신경숙은 '무거운 새의 발자국'이나 '풍금이 있던 자리' 등 1990년대 초반에 쓴 단편 제목이 시 구절에서 따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당시 문단에선 시에서 제목을 따오는 일이 종종 있었다"며 "시인이 제 친구였던 경우도 있고, 서로 흐뭇하게 얘기하면서 양해했던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경숙은 "이런 비난을 받고 자꾸 자기검열을 하면서 앞으로 무슨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들지만 절필은 못할 것 같다"며 "내 땅은 문학이기 때문에 땅에 넘어지면 땅을 짚고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같은 소설을 읽고 여러 사람이 모여 이야기할 때, 서로 다른 소설을 읽은 것처럼 이야기하는 작품을 쓰고 싶어요. 내려놓을 수 있는 건 다 내려놓겠어요. 밖에 나가지 않고 내 책상으로 돌아가겠어요. 발표하지 않고 항아리에 넣어두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