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특별성명 기자회견..새누리 "국가적 비상사태 정치적으로 이용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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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고질병이 또 도졌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기 무섭게 '대통령 사과' 등을 요구하며 정치공세를 퍼붓고 나선 것이다.
메르스 종식을 위해 마지막까지 정치권이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임에도, 위기 극복에는 하등 도움되지 않는 구태정치를 선보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이종걸 원내대표, 전병헌, 오영식, 유승희, 추미애, 이용득 최고위원과 기자회견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문 대표는 이 자리에서 "메르스 사태가 벌어진지 한 달이 넘었다. 지난 세월호 참사에 이어 정부의 무능이 낳은 참사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그 존재 이유조차 국민들로 의심받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문 대표는 "'메르스 슈퍼전파자'는 다름 아닌 정부 자신이었다"며 "정부의 불통, 무능, 무책임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태롭게 했으며, 민생경제를 추락시켰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향해 "박근혜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가 필요하다. 사과할 것은 하고, 협력을 구할 것은 구해야 한다. 그것이 메르스 사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몰아세웠다.
"무능과 혼선만을 드러낸 장관과 보건 당국은 사태가 수습되고 나면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나아가 메르스·가뭄 피해 관련 대책 마련을 위한 '여·야·정 고위비상대책회의'의 구성과 '맞춤형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제안했다.
특히 문 대표는 메르스 대처 논란을 빚고 있는 자당 소속 박원순 시장을 염두한 듯, "메르스대처에 전념을 다하고 있는 야당 단체장에 대한 치졸한 수사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 우리 당의 대승적 결단과 국회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이자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표는 "어려울 때일수록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의료진들은 감염을 무릅쓰며 환자를 돌보는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며, 신뢰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힘이며 희망"이라며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국가적인 비상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전형적인 구태정치"라며 더 이상의 국민 불신 불안 조장행위는 없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문 대표의 '여·야·정 고위비상대책회의' 구성 제안에 대해 "초당적으로 협력해 메르스 특위가 가동 중인데, 다른 여야정 협의체를 만드는 것은 맞지 않다"고 거부했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가 할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도와주는 게 지도부가 할 일이다. 가능하면 특위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 특위를 만들면 해당 상임위가 아주 우습게 된다"고 문 대표의 주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표를 향해 "야당은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데 진정으로 협력해주기를 바란다. 국가적인 비상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부 각 부처의 모든 행정력이 메르스와 가뭄 대책에 전력을 쏟고 있는 상황임에도, 이 시점에 나온 야당의 특별성명은 위기 극복에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야당의 대통령 사과 및 책임자 문책 요구와 관련, "무엇보다 지금은 대통령 사과나 책임자 문책을 논할 때가 아니다. 메르스 종식과 가뭄 극복을 위해 정부가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한마음으로 도와야 할 때"라고 반박했다.
권은희 대변인은 "야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메르스 고위비상대책회의 구성을 요구했는데 이는 시기적으로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이미 여야가 합의한 국회 메르스 대책 특별위원회도 발족하여 활동 중이다. 야당의 대국민성명이 여론을 호도하는 정치 이벤트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가적인 비상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전형적인 구태정치"라면서 "더 이상의 국민 불신 불안 조장행위는 없어야 한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야당의 초당적 협력을 바란다"고 주문했다.
일각에선 메르스 사태 수습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문재인 대표가 갑자기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을 두고 새정치민주연합 내부 내홍을 희석시키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메르스 사태 속에서 대권 라이벌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지율이 크게 치솟은 것도 문 대표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실제로 박원순 시장은 메르스 사태를 적극 이용하면서 2주째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여론조사를 뒤흔들고 있다. 반면, 문재인 대표는 박원순 시장의 메르스 정치행보에 가려져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5~19일 실시한 6월 3주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의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2.6%p 상승한 22.5%로 차기 대권주자 중 1위를 차지했다. 자신의 최고 지지율도 경신했다. 박원순 시장의 지지율이 최고점에 오른 것은 지난해 10월 4주차로 당시 기록은 20.6%였다.
반면 문재인 대표의 이번주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1.9%p 하락한 15.6%로 김무성 대표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특히 문재인 대표는 지난주까지 선두를 지켜오던 경기-인천 지역과 40대에서의 지지율을 박원순 시장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CATI) 및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무선전화(50%)와 유선전화(50%) 병행 RDD 방법으로 실시했다. 응답률은 전화면접 방식은 20.1%, 자동응답 방식은 6.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