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부랴부랴 긴급 당정 협의..“여태 뭐했나?” 눈총 받아
  • ▲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회 복지위 현안보고를 위해 출석한 자리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회 복지위 현안보고를 위해 출석한 자리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민생을 외면한 채 정쟁에만 몰두하던 여야 정치권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으로 국민적 불안감이 높아지자, 뒷북 행보에 나서고 있다.

    새누리당은 내달 1일 국회에서 원유철 정책위의장 주재로 긴급 당정협의회를 연다. 여당에서는 원유철 정책위의장, 정부에서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석해 메르스 전염 및 괴담 확산 대응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31일 현안 브리핑을 통해, "초기 대응 실패가 아니냐"며, "보건당국은 메르스 감염 경로를 철저히 차단하고 방역 체제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메르스와 관련된 인터넷 유언비어까지 무차별 확산돼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독버섯처럼 자라는 인터넷 괴담을 뿌리부터 찾아내 뽑아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초기 대응 미숙에 대해서는 정부를 질책하면서도, 괴담 확산 방지라는 측면에서는 보조를 맞추겠다는 입장을 보임으로서, 1일 열릴 당정협의에서 여당 측이 취할 입장을 미리 내비쳤다는 분석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재인 대표가 이날 직접 충북 오송에 소재한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할 예정이다.

    새정치연합은 전병헌 최고위원이 감염 초기 단계였던 지난 22일에 이어 27일에도 최고위원회의 공개 발언을 통해 메르스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22일 "메르스의 세 번째 감염자가 2차 감염자로 확인됐다"며, "질병관리본부가 보다 경각심을 가지고 면밀하고도 확실한 초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병헌 최고위원(사진 맨 왼쪽)이 메르스 확산 초·중기 단계에서 두 차례에 걸쳐 경고발언을 했음에도, 문재인 대표(사진 가운데)와 이종걸 원내대표(오른쪽)가 각각 당 내분과 대여 정쟁에만 매달려 있다가 이슈 선점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병헌 최고위원(사진 맨 왼쪽)이 메르스 확산 초·중기 단계에서 두 차례에 걸쳐 경고발언을 했음에도, 문재인 대표(사진 가운데)와 이종걸 원내대표(오른쪽)가 각각 당 내분과 대여 정쟁에만 매달려 있다가 이슈 선점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전병헌 의원은 27일에도 "메르스 초기 환자를 진료한 의료진이 감염됐고 2차 감염자의 딸까지 확산되는 등 총 감염자가 5명으로 늘었다"며, "2차 감염자의 딸은 국가지정격리시설에 보내달라고 자진 요청했음에도 당국이 오히려 이를 거부하는 등 방역당국의 대응 수준은 방역당국이 아니라 방치당국이라고 이름을 고쳐야 할 지경"이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정작 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표나 이종걸 원내대표 등 당 '투 톱'은 동료 최고위원의 경고 발언은 귓등으로 흘려들으며, 대여(対与) 정쟁이나 당 내분에만 몰입해 있다가, 이슈 선점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날 문재인 대표의 질병관리본부 방문은 실기(失期)한 메르스 대응을 이제라도 만회해보겠다는 심산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대응을 서두르다보니 문재인 대표의 일정이 먼저 알려졌다가 취소되고 다시 부활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메르스 환자가 15명으로 또 늘어났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보건당국은 괴담유포자를 처벌하겠다는 소리나 하고 있으니 어처구니 없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는 길은 보건당국이 총력을 다해 신속하게 메르스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라며, "국민에게 호통치고 엄포를 놓는다고 국민의 불안이 해소될리 만무하다"고 문형표 장관을 정조준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 구원(旧怨)을 쌓았던 야당이, 메르스 확산을 기회삼아 문형표 장관에게 총공세를 가하려는 조짐이다.

    하지만 정치권 관계자는 "전병헌 최고위원이 공개 회의 석상에서 수차 지적했음에도, 당 지도부는 메르스에는 관심도 없이 세월호 특조위 과장 자리에 누구를 앉히느냐를 놓고 연금개혁 발목 잡기에만 매달렸다"며, "이제 와서 실무자들이 있는 질병관리본부에 몰려가 업무를 훼방놓을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국회에서 문형표 장관의 책임 문제를 추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메르스 감염 환자는 이날 현재까지 15명으로 집계됐으며, 아직까지 3차 감염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