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검찰, 성완종 2차·3차 리스트에 끌려다닐 수 밖에‥적폐 대수술 전쟁 일으켜야
  • "박근혜 대통령 아니었으면, 또 유야무야(有耶無耶) 되지 않겠나 싶겠지만. 박근혜 대통령이니까‥ 속된 말로 처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친인척이 얽힐 개연성도 없으니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지 않겠나."

    "정치권 적폐를 드러내는 것을 이 정부 최대의 목표를 삼은 만큼 이번 성완종 파문은 천재일우다. 정치권 그리고 경제계 모두 한마디 불만도 나오지 않게 비리를 일망타진 해야"


    흘러나오는 목소리들이 심상치 않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리스트' 파문에 정치권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이번 사태가 야당에 유리할지, 혹은 여당 반격의 실마리가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4.29 재보선이 코앞에 닥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성완종 리스트로 형성된 전선(戰線)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맞서고 있다.

     

  • ▲ 동료의원들과 악수를 나누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뉴데일리 DB
    ▲ 동료의원들과 악수를 나누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뉴데일리 DB

     

    하지만 여의도 정치권 밑바닥에는 이와는 다른 이질적인 분위기도 분명 감지된다.

    집권 3년차, 박근혜 정부를 바라보는 우려섞인 시각들이다. 애증이 담뿍 담긴 이 우려는 과연 이번에는 '정치권 전반에 퍼져 있는 비리(非理)라는 적폐를 암덩어리 드러내 듯 도려낼 수 있을까'는 기대감으로 발현된다.

    비리 정치인을 축출해낸다해도 국회는 휘청거릴지언정 여전히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대규모 게이트로 번지는 비리 사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정권은 심각한 레임덕에 빠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완종 리스트'가 훗날 평가될 박근혜 정부 성패에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데 여야 모두 이견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과연 암덩이 드러내 듯 '비리' 도려낼 수 있을까

     

    먼저 우려되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앞선 다른 정부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도덕적 엄격함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친박계 유력 정치인 명단 8명이 세상이 드러난 상황에서 얼마나 단호하게 제 살을 도려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작은 도덕적 흠결이라도 정권을 무너뜨리는 치명적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대통령의 머리 속에 드는 순간 비리 척결의 최대 덕목인 '공정성'은 무너진다.

    늘상 사태가 터지면 특검 예찬론을 펼쳤던 야당이 특검론을 슬며시 내려놓고 사태를 관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측근들이 제 식구 챙기기에 나서고, '공정성을 잃었다'는 국민적 불만이 터지는 순간을 노리는 것이다.

    공정성을 잃은 정권의 뒤늦은 변명을 들어줄 국민과 언론은 없다.

    그 때가 되면 야당의 공세는 집권 첫해부터 시달린 국정원 댓글 의혹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 ▲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는 박근혜 대통령. ⓒ 뉴데일리 DB
    ▲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는 박근혜 대통령. ⓒ 뉴데일리 DB


    암수술의 핵심은 신속함, 朴대통령 특검 늦춰서는 안돼


    야당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에는 성완종 파문이 자연스럽게 특정 세력을 겨냥하도록 기다리자는 전략도 숨어 있다.

    故 성완종 전 회장을 잘 아는 사람들은, 보란 듯이 '친박 8人 리스트'를 던져놓고 목숨을 끊은 그가 2차·3차 리스트를 준비해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성 전 회장에 대한 이런 평가는 자신들이 정권을 쥔 기간 동안 '2번의 묻지마 특별사면'을 단행한 참여정부, 즉 친노 세력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화려한 정치권 인맥을 이용해 번번히 검찰의 사정 칼날에서 벗어난 성완종 전 회장이다. 그가 안배해둔 2차·3차 리스트가 무기력할대로 무기력해진 검찰의 수사 방향을 안내하는 이정표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야당의 노림수다.

    박근혜 대통령이 서둘러 '특검'을 외치고, 부패한 세력들이 구축한 이 틀을 깨야 하는 이유다.

    피아식별(彼我識別)이 불가능할 정도로 얽히고 얽힌 정치권 비리, 적폐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현재의 검찰 조직으로는 중과부적(衆寡不敵)이다.

    적폐라는 암수술을 시술하는 수술대를 검찰청이 아닌 국회 특검 회의장으로 들어 올리고, 정치권 스스로 피를 흘리면서 정화할 수 있도록 부패와의 전쟁을 일으켜야 한다.

    특검은 정치권 스스로 전쟁같은 정화(淨化)를 시도하는 무대일 뿐이다. 무대만 열어놓는다면 얄팍한 의리로 얽힌 정치권과 이를 떠받들었던 비리 집단은 서로의 치부를 드러내며 자멸할 것이 분명하다.

    심판과 판결은 적폐 해소를 내걸고 나선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국민들이 지켜 볼 것이다. 정치권의 암덩어리를 도려내는데 정치권 스스로가 나서는 '중이 제 머리 깎는' 아이러니를 국민은 더 이상 지켜보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그리고 믿어 의심치 않아야 할 것은, 박 대통령이 그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일으킨다면, 그 전쟁통 속에서 부패라는 암덩어리에 자유로운, 건전한 새 정치세력이 피어날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