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등등한 새정치, 반격 실마리 잡고도 질질 따라다니는 새누리…왜?
  • 한명의 망자(亡者)가 남겨놓은 망혼(亡魂)이 대한민국을 들썩거리게 하고 있다.

    우려됐던 예상이 현실화되고 있지만, 아무도 이를 막을 수 있는 사람도, 막으려는 사람도 없다. 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죽기 전에 안배해둔 이정표대로 정치권이 고스란히 끌려간다.

     

    첫 번째 이정표인 '녹취파일'을 움켜 쥔 <경향신문>은 마치 스스로 검찰인양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있다.

    매일 아침 성 전 회장의 죽기 전 음성을 찔끔찔끔 내놓는다. 망자의 일방적 주장이지만, 파괴력은 막강하다. 모든 언론이 질질 끌려다니며 마치 일방적 주장이 사실인것처럼 보도한다.

    성 전 회장을 두 차례나 특별사면 시킨 의혹을 받는 친노계. 그들이 집권한 새정치민주연합은 마치 스스로 사법부인양 일방적으로 공표된 사실에 '직을 내려놔야 한다'며 판결을 내린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건의 몸통은 새누리당"이라고 규정지었다. 하지만 자신들을 향한 '특별사면 2번 의혹'이나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캠프에 흘러들어간 대아건설의 돈 3억원에 대해서는 한마디 해명도 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표는 "새누리당이 이번 부패 스캔들의 몸통이자 본체"라며 "당 전체가 자숙,근신하며 수사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특히 이완구 국무총리와 이병기 비서실장 등을 겨냥해 "모두 직책 내려놓도록 결단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기세가 등등한 일부 야당 의원은 '탄핵'이란 단어도 서슴지 않는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완구 총리가 자진사퇴하지 않는다면 헌법에 의거해 탄핵까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 안타깝게도 변호사는 없다.

    정치권 모두가 성완종 리스트에 거명된 친박 인사들을 '피의자'로 몰아가고 있다.

    변호해야 할 여당은 야당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내느라 바쁘다. 변호는 커녕, 야당에게 반격할 수 있는 밀도 높은 정황이 있음에도 공세를 취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4일 '이완구 사퇴'를 촉구하는 야당의 공세가 갑자기 강해지자, 경제단체 행사를 하다 부리나케 국회로 돌아와 '긴급회의'를 열었다.

    기자들에게는 이완구 총리의 직무정지에 대해 "상의해보겠다"는 여당 대표인지를 의심케 하는 말을 내놨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검찰이 이완구 총리부터 수사해야 한다"는 말로 종지부를 찍었다.

    "내가 검찰에 나갈테니 문재인 대표도 수사를 받으라"고 호기롭게 외쳤던 여당의 모습은 없었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야당이 이완구 국무총리 죽이기에 나선 14일과 15일 '특별사면'과 노무현 캠프 3억원에 대한 어떠한 공식적인 말도 내놓지 않았다.

    악화되는 여론에 김무성, 유승민 두 사람의 새누리당 투톱이 꼬리를 내린 셈이다.

     

  • 여당이 질질 끌려다니면서 전세는 걷잡을 수 없이 불리한 쪽으로 흐르고 있다.

    야당은 슬슬 뒤로 숨겨뒀던 '특검 카드'를 꺼내고 있다.

    승기를 잡았기 때문이다. 특검의 구성하는 것이나 특검의 수사범위 등 모든 부분에서 주도권을 쥘 공산이 커졌다.

    특검 인력 구성도 야당의 입맛대로 배치될 것으로 보이며, 수사범위도 박근혜 정부와 여당으로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여의도 정치권이 한 마음으로 정부에 화살을 쏴대는 이유는 하나다.

    국회에서는 서로 싸우는 여당과 야당이지만, 목덜미에 칼을 들이대는 이런 위기가 왔을 때는 힘을 합쳐 칼날을 청와대로 돌리는 게 그들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이 빨리 올수록 야당은 물론, 여당도 기를 펴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성완종 파문을 천재일우의 기회로 삼고 '특검'이란 칼을 빼들어, 부패한 국회를 청소하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