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실리는 金, 긴장하는 靑‥2016년 총선 공천권 두고 보이지 않는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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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도적인 4.29 재보선 결과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앞길에는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당대표에 오른 직후 치른 지난해 7.30 재보선에 이은 2번째 선거 승리다. 조심스럽지만 양쪽 어깨에 올려뒀던 '겸손'을 하나 내려놓고, 한쪽 어깨에는 '자신감'을 올려도 되는게 아니냐는 자축의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관악'에서의 승리가 값지다.

    27년간 야당 텃밭이었던 곳에 오신환 후보를 국회의원으로 만들었다.

    '오신환법'을 발의하고, '오신환을 국회 예결위원으로 만들어 예산 폭탄을 쏟겠다'고 공언하는 등 김무성 대표가 유독 관악에 공을 들인 결과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여당 고위 관계자는 "영남 국회의원이라는 이미지가 아직 남아있었던 김무성 대표에게 '전국구에서도 통한다'는 자신감을 실어준 선거 결과"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이 재보궐 선거 이후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뜻을 세운, 공무원연금 개혁 등 4대 구조개혁과 민생경제법안 처리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관악을 선거유세에 동참한 나경원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뉴데일리 이종현 사진기자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관악을 선거유세에 동참한 나경원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뉴데일리 이종현 사진기자

    문창극과 이완구..1년만의 데자뷰


    김무성 대표에게는 적지 않은 성과를 안겨준 선거였지만, 그 뒤에는 뼈아픈 희생과 비판도 있었다.

    지난해 7.30 재보선에 앞서 전당대회(7.14)에 나선 김무성 대표는 '문창극 효과'로 당대표 자리를 거머쥐었다.

    당초 김무성 대표는 친박(親朴) 서청원 후보와 난전이 예상됐지만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 파문을 지나면서 유리한 구도로 이끌어 나갔다.

    문창극 총리 후보를 비판하면서도 자기 자신은 비박(非朴)임을 강조하며 한발짝 빠지는 김무성 대표 특유의 정치 전략이 주효했다.

    그렇게 당권을 잡은 김무성 대표는 그로부터 16일 뒤 열린 재보선에서 11 : 4 라는 경이적인 스코어를 기록하며 승리, 당권을 더욱 탄탄히 다졌다.


    1년 뒤 김무성 대표는 매우 유사한 상황을 또 겪었다.

    4.29 재보선을 앞두고 터진 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 파문의 직격탄을 맞은 이완구 국무총리를 대하는 김무성 대표의 '태도'는 1년전과 매우 흡사했다.

    당대표 당선 이후 당 지지율 고공행진을 계속하며 승승장구 했지만, 야당이 문재인 체제를 구축한 이후 연일 떨어지는 여권 지지율에 '위기론'이 제기되는 시점이었다.

    그런 가운데 정국을 발칵 뒤집은 성완종 파문은 여권과 야권을 가리지 않고, 쓰나미처럼 몰려들었다. 이 와중에 그나마 이득을 얻은 건 김무성 대표였다.

    문창극 총리 후보가 논란을 겪을 당시 펼쳤던 '미온적 양시양비론(兩是兩非論)' 카드를 또 꺼냈다.

    김무성 대표는 참여정부 당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2번이나 특별사면됐다는 점과, 2심 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거론하며 야당을 압박하면서도 이완구 총리는 끝내 감싸지 않았다.

    이완구 총리가 스스로 사의를 표명하는데 여당 지도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번 재보선에서 "비타 500은 가져오지 말라"는 농담으로 이 문제를 오히려 선거에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독대한 모습. ⓒ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독대한 모습. ⓒ 뉴데일리

    힘 실리는 김무성, 긴장하는 靑


    김무성 대표의 이런 정치적 행보에 당내에선 섭섭함과 비판이 함께 따르긴 하지만, "정치판에서 지도자가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숙명"이라는 옹호론도 많다.

    우군을 지키는 것보다 피해를 감수하고서 적군을 섬멸하는게 효율적인 정치 전략이라는 예찬도 들린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정치를 배운 '리틀 YS' 김무성 대표 특유의 행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김무성 대표를 바라보는 청와대와 친박계의 시각이 점점 더 불안해진다는 점이다.

    임기 하반기로 가면서 약해지는 청와대의 위상에, 김무성 대표가 결국에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문창극-이완구 두 사람에게 한 것처럼 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문창극과 이완구의 '눈물'이 결국에는 당과 청의 힘겨루기 가운데 생긴 희생자가 아니냐는 것도 같은 맥락의 분석이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집권 3년차라고는 하지만 임기를 시작한지는 아직 2년 2개월이 지났을 뿐"이라며 "지나온 시간보다는 남은 임기가 많은 만큼 당장 당청간의 관계가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중진 의원은 그러나 "문제는 내년 총선"이라며 "힘이 실린 김무성 대표가 6~7월로 예상되는 사무총장 인선에 자신의 의지를 담아내고, 이는 곧 공천 학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정운영의 주도권과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보이지 않는 싸움이 앞으로도 계속 예상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