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부실심사도 고질병..국회선진화법이 예산안 졸속처리 부추겨
  • ▲ 국회 본회의장.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회 본회의장.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19대 국회의 마지막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5석의 자리를 놓고 새누리당 의원 약 70명이 무더기로 자원했다.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관련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얻어내겠다는 포석으로, 이런 현상은 여야를 떠나 언제나 되풀이되는 고질병이다. 적어도 이때만큼은 여야가 따로 없다. 보수든 진보든, 혁신이든 가릴 것 없이,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혈안이 된다.

    입으로는 국민을 외치면서, 정작 지역구 유권자만을 위한 예산 나눠갖기에 집착하는 모습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자칭 진보와 혁신을 자처하는 이들도 입을 다문다.

    연합뉴스는 17일, 조해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의 말을 빌려, 새누리당 예결위원 신청 마감 결과 66명이 신청서를 냈으며, 신청서를 내지 않고 구두로 의사를 전달한 의원까지 포함하면 약 70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예결위원 신청자 수(50명)에 비해 훨씬 늘어난 수치로, 특히 당원협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의원을 중심으로 신청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4.29 재보선 참패 이후 친노와 비노간 극한 갈등을 빚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지금은 당내 노선갈등이 워낙 첨예해 예결특위 위원을 향한 의원들의 사심이 물 밖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야당 몫 예결특위 위원 수는 23명이다.

    예산결산위원에 의원들이 앞 다투어 지원하는 이유는, 국회 예산결산위원이 되면 지역구 예산을 확보하는데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예결위 위원이 되면 예산확보를 통해 자기 지역에 예산을 더 쏟아 붓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당 내에서도 쉬쉬하지 않는 분위기다.

    결국 여야와 지역구를 막론하고 '국민의 혈세를 함부로 써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에는 예산을 쏟아야 한다고 외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여야 당 지도부도 고민에 빠졌다. 예산심사의 여러 기준을 고려한 의원 안배가 필요하지만, 이것이 생각만큼 간단치가 않기 때문이다. 의원별 당내 서열은 물론 지역과 계파까지 안배하다보니, 불만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국회의원 간 기회를 균등하게 배분하면서도 지역과 전문성 등 여러 기준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조합을 찾아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들의 예산 나눠먹기 못지않게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부실심사 관행도 문제다.

    여야 50명으로 구성된 예결특위가 정부 예산안을 심사할 수 있는 기간은 불과 60일로, 애초부터 심도있는 예산안 검토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비판적 여론이 적지 않다.

    국회선진화법도 부실한 예산 심사의 원인이 되고 있다.

    개정된 국회법(국회선진화법)은, 여야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확정하지 못하면, 정부안이 자동 부의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예산안에 대한 졸속 부실 심사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국회 안팎의 지적이다.

    국회선진화를 위한다는 국회법이, 오히려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는 셈이다. 예산안 심사와 관련돼, 국회의 기능은 죽었다는 자조섞인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